어쨌든, 잇태리
박찬일 지음 / 난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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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가 쓴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를 연전에 읽었다. 재미있게 읽긴 했는데 기억에 남는 것은 별로 없다. 내 기억력의 한계이리라.

 

이 책도 재미는 있다. 대부분 먹는 얘기여서 먹는 것을 탐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좀 단순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허나 순전히 경험만으로 책 한 권을 쓸 수 있다는 게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책이 뭐 꼭 진지해야만 하나. 기분 전환 같은 가벼운 읽을거리도 나름 가치가 있을 터. 어쨌든 잇태리고, 어쨌든 여행 기분을 만끽했으면 되었지 싶다.

 

이 저자의 어투가 빌 브라이슨을 닮았지 싶은데 나만의 생각일까. 농담조의 익살스러움에 혼자 키득거리지만 그것뿐, 내가 시니컬해진건가. 이런 식으로 나이 들면 좀 곤란한데....

 

그러나 이 책의 말미에 쓴 '진짜 이태리를 만나는 박찬일의 버킷 리스트'는 정말로 참고할 만하다. 그 중 해보고 싶은 몇 가지.

 

* 피렌체나 토스카나 시골에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2킬로그램짜리 비프 스테이크 먹기

*베네치아의 명물 오징어 먹물 리조토 먹기

*안개 낀 11월에 피에몬테 알바의 구릉 드라이브하기

*북부에서 24시간짜리 침대 기차 타고 시칠리아 건너가기

*나폴리에서 마르게리타 피자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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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로드 - 대장정 13800km, 중국을 보다, 손호철의 세계를 가다 2
손호철 글.사진 / 이매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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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픽추 정상에서 라틴아메리카를 보다>는 내가 읽은 그 수 많은 기행문 중에서 기억에 또렷이 남는 책이다.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도 하고 일독을 권하기도 한 책이다. 그 책을 쓴 저자의 또 다른 기행문이 <레드 로드>여서 일찌감치 구입을 하긴 했는데 한동안 손도 못대고 있다가 이제야 읽었다. 기행문도 집중을 요하는 책은 쉽게 손을 대기가 어렵다.

 

중국 홍군의 대장정을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좀 벅찬 느낌이 들잖은가. 내가 밟아본 땅이라야 겨우 머릿속 지도가 그려지다보니 부분적으로만 몇 번 가본 중국의 전체 모습이 그려질 리도 없었다. 그래저래 이 책은 은근히 부담스러워서 한 구석으로 밀쳐놓고 있었다.

 

그러나 한 번 손에 잡으니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홍군의 대장정을 따라서 '장정을 위한 장정' 혹은 '장정에 대한 장정'의 그 기나긴 여정을 따라가자니 다른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오늘은 모처럼  친구가 집으로 놀러오라고 한 날인데(친구집을 한가롭게 방문하는 일이 내게는 썩 드문 일이다) 피곤하다는 핑계로 사양하고 말았다. 물론 몸도 지쳐있었지만 이 책, 반 쯤 읽은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여행기는 (13쪽)' 1년 반 동안(그 중 6개월은 중국 현지에서) 연구와 조사를 하고 중국어를 배우면서 준비했다. 그리고 2008년 3월 10일부터 4월 28일까지 50일간 자동차로 하루 평균 열한 시간씩 1만 3800킬로미터를, 항공기 이동 거리를 포함할 경우 1만 8000킬로미터를 이동하며 직접 보고, 취재'한 기록이다.

 

이 책을 읽고 비로소 중국이라는 겨대한 나라의 지도가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고 부분이 아닌 전체적인 모습의 중국을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책 한 권을 읽고 감히 안다고 말하기는  좀 그렇다) 부분적으로만 이해하고 있었던 대장정을 한 번 크게 훑어본다는 의미도 있었다.

 

이런 여행을 어디 흉내라도 내볼 수 있겠는가. 그저 숨 죽이고 가끔씩 자신도 모르게 신음 소리를 내며 심호흡을 가다듬을 뿐...... 나도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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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별로 궁금하지 않다.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있으련만 기억이 없다. 그러나 싫고 좋고를 떠나서 공부는 해야 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다. 그래서였나. 중고로 나왔던 이 책을 덥석 구입하긴 했다. 언젠가는 읽어야지, 하는 책들이 꽂혀있는 책장에서 한참 머물다가 감정상 폐기처분에 가까운 서재 구석 책장으로 옮겨갔는데 어제 불현듯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무릇 예술이라는 게 심심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제 내 독서도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나?

 

처음에는 풋내가 나는 듯 싶었지만 읽다보면 뉴욕의 예술가 집단에 대해서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게 되고 뉴욕의 예술적인 분위기에 푹 젖어들기도 한다. 예술가인 지은이의 싱그러운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책을 읽기 전의 선입견이나 지레짐작들이 하나 둘씩 꼬리를 감추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아, 이런 예술가들이 있구나, 하는.

 

어떤 특정한 장소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사랑스럽다. 나는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를 좋아한다. 비록 그 특정한 장소가 내가 선호하는 곳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그들에게서 어떤 열정과 깊은 사랑이 팽팽하게 부풀어 있는 것을 감지한다. 그들이 기꺼이 보여주려는 것은 결국 그들의 사랑 이야기이다. 어떤 장소에 대한, 그 장소에 배어있는 냄새,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사랑. 그 사랑으로 세상은 , 내가 가 보지 못한 세상은 한결 가깝고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지구라는 곳에 발붙어 있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다.

 

뉴욕. 다소 개인적이고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지은이의 소소한 뉴욕이야기가 그래도 읽을 만한 것은, 지은이의 뉴욕에 대한 각별한 사랑이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그 깊다면 깊은 열정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그중 쌍둥이 빌딩을 건넌 필립 프티 이야기는, 언젠가 접한 이야기인데도 새삼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110쪽...어찌됐거나 필립 프티가 줄 위에서 걷는 것 자체만을, 그것도 아름답게 걷는 것을 사랑한다는 말을 했을 때 내 머리는 잠시 띵해질 정도였다. 공중에 줄을 놓고 걸을 때만큼 걸음에 집중하는 경우가 또 있을까. 한 발자국에 생사가 달려 있는 걸음걸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리고 베르메르의 그림들. 이 부분은 직접 읽어보아야 맛을 아는데...

 

 

그리고 에드워드 호퍼에 대한 얘기.

 

178쪽...호퍼의 그림은 호퍼 자신의 세상을 닮아 있다. 그의 그림은 주로 미국인, 또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에 관한 것이라는 평을 받는다. 하지만 나에게 그의 그림은 고독이라기보다 고독이라 묘사되는 인간의 조건에 관한 것처럼 보인다....호퍼가 가진 역설에 의거해서 스트랜드가 이 책을 써나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호퍼의 그림에서 역설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트랜드의 책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는 호퍼의 역설은 떠남과 머무름에 관한 것이다.

 

이 책을 보관함에 담는다.

 

 

이 책을 읽으며 뉴욕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고 있는 친구의 아들 녀석이 내내 떠올랐다. 생의 한 시절을 예술적인 분위기에 푹 젖어서 살아보는 것,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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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은둔의 땅, 무스탕을 가다
백경훈 지음, 이겸 사진 / 호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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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일번(大死一番)...'대사일번의 경지는 육체적인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생의 생사망념의 분별심이 없어진 경지를 말한다. 이 경지는 천 길 절벽에서 손을 놓는, 목숨을 건 구도의 정신으로 정진해야만 체험할 수 있다. 크게 한 번 죽는 큰 용맹정진으로 일체의 자아를 죽이고 참된 깨달음으로 되살아나게 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대사일번이란 '정신적으로 크게 한 번 죽어 얻는 깨달음의 경지'라는 말일 것이다.(108쪽)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지은이는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고개를 넘으며 '극도의 공포감 때문에 땀을 비적비적 흘리면서 벼랑이 보이는 곳까지'가서 기어코 부들부들 떨면서 벼랑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렇게 공포감으로 몸을 부르르 떨고 있을 때 떠오른 말이 대사일번이었단다.

 

무스탕 트레킹 자체가 대사일번 같은 여행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5일간에 걸쳐서 <호흠치유명상>이라는 연수를 받았다. 각종 호흡법, 경락맛사지, 명상법 등 아주 초보적인 과정에 불과한 연수였지만 그쪽 세계를 살짝 엿본 기분은 들었다. 예전 인도의 어느 아쉬람 명상과정을 소개하는 비디오에서 수행자들이 몸을 부르르 떨며 무당처럼 펄쩍펄쩍 뛰는 것을 보고 의아했는데 그게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다양한 수련 방법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다가 느닷없이 히말라야가 떠올랐다. 험한 히말라야의 낭떠러지 길을 지프에 의지한채  잠깐 들여다보았던 그 비경의 세계.

 

120쪽..마음은 그렇게 양 극단을 오갔다...나는 그 힘겨운 오르막길에서 내내 용서하다가 미워하고, 짐승처럼 악몽과 싸우다가 평화로운 웃음을 짓기도 하며, 오랜 세월 마음에 남아 있던 앙금들을 꺼억 꺼억 토해 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오르는데, 하나둘씩 내딛는 걸음과 함께 떨어져 나갔는지, 어느 사이엔가 미워하는 마음도, 용서하는 마음도 다 사라지는 '진공'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닷새 간의 연수과정이 다름아닌 이 '진공'상태를 경험하는 것이었다. 무스탕 같은 오지 여행이나 온갖 심신수련방법이나 결국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도 히말라야에는 수행자들과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될 터이다.

 

그나저나 이 책은 며칠 전에 읽은 대원스님의 <무스탕>을 읽고, 무스탕을 가보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려고 급히 구입해서 읽은 책이다. 굳이 비교하는 우를 범한다면, 이 책은 스님이 쓴 <무스탕>보다 더 스님의 글 같은 분위기가 감돈다. <무스탕>이 좀 더 학구적이고 다양한 정보가  실려 있다면 이 책은 좀 더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이 많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둘 다 좋다. 무스탕이 어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인가.  앞으로 누군가의 무스탕 여행기가 또 나오겠지만 이 두 권 이상의 책은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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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말리 -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
스티븐 데이비스 지음, 이경하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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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 포토 보기

 

영화 <말리>의 포스터와 책 <밥 말리>의 겉표지가 매우 비슷하다. 마치 체 게바라의 얼굴이 전형적이듯.

 

cgv에서 하루에 두 번 상영하는 이 영화를 딸과 함께 관람했다. 관람객은 20명 정도 되었을까? 재미있는 영화를 기대했던 딸내미는 다큐라는 걸 확인하고 아쉬워하고 시큰둥했다. 픽션 같은 인생을 살았던 밥 말리라는 인물 자체만으로도 흥미롭고 감동적이었는데, 10대인 딸아이는 올림픽에 대한 관심만큼도 기울이지 않았다. 스포츠라는 게, 자기 몸을 직접 몸소 움직여서 하는 게 스포츠지, 눈으로만 구경하는 게 무슨 스포츠냐는 내 지론(?)이 무시당하는 것 쯤은 괜찮은데 밥 말리 영화에 흥미를 못 느낀다니, 흠, 딸, 네가 어찌 음악을 알고 인생을 알겠노?

 

작년에 구입했던 이 책을, 그래서 겨우 손에 잡았는데, 너무나 두껍다. 밥 말리에 대한 것은, 노래 하나 만으로도 만족했는데, 거기에다 일생을 다운 다큐 영화까지 나와서 대만족이었이므로, 이 두툼한 책은 일단 만져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래도 만족 저래도 만족, 밥 말리에겐 이유없이 너그러워진다.

 

영화는, 말리는, 내 알량한 짐작보다 대단한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책 겉표지에 쓰여있는 '노래로 태어나 신으로 죽다'라는 문구를 이 영화를 통해서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더 이상 읽지 않아도 그대로 그 의미가 전달되었다. 감동과 아쉬움에 영화의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사수한 만큼 언젠가는 완독하는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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