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은둔의 땅, 무스탕을 가다
백경훈 지음, 이겸 사진 / 호미 / 200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사일번(大死一番)...'대사일번의 경지는 육체적인 죽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중생의 생사망념의 분별심이 없어진 경지를 말한다. 이 경지는 천 길 절벽에서 손을 놓는, 목숨을 건 구도의 정신으로 정진해야만 체험할 수 있다. 크게 한 번 죽는 큰 용맹정진으로 일체의 자아를 죽이고 참된 깨달음으로 되살아나게 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대사일번이란 '정신적으로 크게 한 번 죽어 얻는 깨달음의 경지'라는 말일 것이다.(108쪽)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지은이는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고개를 넘으며 '극도의 공포감 때문에 땀을 비적비적 흘리면서 벼랑이 보이는 곳까지'가서 기어코 부들부들 떨면서 벼랑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렇게 공포감으로 몸을 부르르 떨고 있을 때 떠오른 말이 대사일번이었단다.

 

무스탕 트레킹 자체가 대사일번 같은 여행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5일간에 걸쳐서 <호흠치유명상>이라는 연수를 받았다. 각종 호흡법, 경락맛사지, 명상법 등 아주 초보적인 과정에 불과한 연수였지만 그쪽 세계를 살짝 엿본 기분은 들었다. 예전 인도의 어느 아쉬람 명상과정을 소개하는 비디오에서 수행자들이 몸을 부르르 떨며 무당처럼 펄쩍펄쩍 뛰는 것을 보고 의아했는데 그게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다양한 수련 방법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다가 느닷없이 히말라야가 떠올랐다. 험한 히말라야의 낭떠러지 길을 지프에 의지한채  잠깐 들여다보았던 그 비경의 세계.

 

120쪽..마음은 그렇게 양 극단을 오갔다...나는 그 힘겨운 오르막길에서 내내 용서하다가 미워하고, 짐승처럼 악몽과 싸우다가 평화로운 웃음을 짓기도 하며, 오랜 세월 마음에 남아 있던 앙금들을 꺼억 꺼억 토해 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오르는데, 하나둘씩 내딛는 걸음과 함께 떨어져 나갔는지, 어느 사이엔가 미워하는 마음도, 용서하는 마음도 다 사라지는 '진공'상태에 놓이기도 했다.

 

닷새 간의 연수과정이 다름아닌 이 '진공'상태를 경험하는 것이었다. 무스탕 같은 오지 여행이나 온갖 심신수련방법이나 결국은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도 히말라야에는 수행자들과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될 터이다.

 

그나저나 이 책은 며칠 전에 읽은 대원스님의 <무스탕>을 읽고, 무스탕을 가보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려고 급히 구입해서 읽은 책이다. 굳이 비교하는 우를 범한다면, 이 책은 스님이 쓴 <무스탕>보다 더 스님의 글 같은 분위기가 감돈다. <무스탕>이 좀 더 학구적이고 다양한 정보가  실려 있다면 이 책은 좀 더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이 많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둘 다 좋다. 무스탕이 어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인가.  앞으로 누군가의 무스탕 여행기가 또 나오겠지만 이 두 권 이상의 책은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