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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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부분은 줄거리 위주로 읽었으나, 세련되고 전개가 빠른 스릴러로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가며 읽게되는, 뿌듯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매력적인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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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미술에 홀리다 - 미술사학자와 함께 떠나는 인도 미술 순례 처음 여는 미술관 1
하진희 지음 / 인문산책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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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미술사학자가 쓴 인도 미술, 특히 주로 민예품에 관한 책이다.

 

테라코타, 도자기, 금속공예, 도크라(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카스팅 기법이라함), 자수, 목공예, 대리석, 종이공예, 세밀화 등에 대한 이야기와, 인도신화를 형상화한 작품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인도 전문가답게 지은이가 수집한 인도 민예품들이 2,000여 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내용도 대부분 저자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라고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애정을 갖고 수집한 예술품들에 대한 글이라 책 곳곳에서 그 애정을 느낄 수 있다.

 

하기야 나 역시 얼마간의 인도여행 후 전리품처럼 그러모은 몇 개의 민예품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데 하물며 2,000여 점이라면, 바라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를 터이다.

 

미술품 수집, 인도에서라면 그게 가능하다. 철사를 구부려서 간단하게 만든 소품의 촛대조차도 유럽에서라면 고민을 해가며 구입할만큼 터무니없이 비싸게 느껴지는데 반해, 인도에서라면 그런 것들을 저렴하게 손에 넣을 수 있다. 언젠가 남인도의 시골에서 구입한 옛날 동전들, 그중에는 박물관에나서 볼 수 있는 것들도 있는데, 단 몇 푼에 불과했었다. 콜카타 공정무역 공예품점 등에서 구입한 재기발랄한 민예품, 인도 어느 도시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저렴한 가격의 골동품들이 모두 인도에서는 생활용품이자 예술작품이었다. 미술 자체가 삶이어서 그것을 굳이 우리처럼 미술로 따로 생각하지 않기에 가능할 수도 있지 싶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궁금했던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선, <꽃을 든 샤자한>같은 세밀화에 대한 설명이다.

 

(192)....무굴제국의 황제들이 유난히 미술 장려를 위해 화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것은 어쩌면 자신들이 무력으로 인도를 통치하기는 하지만 누구보다도 예술을 사랑하는 낭만적인 왕의 모습으로 백성들에게 비치기를 원했던 것도사실이다. 그래서 왕은 초상화에서는 늘 장미나 카네이션 혹은 손수건이나 악기 연주를 위한 작은 키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두 번째, 화려한 자수에 대한 설명이다.

 

(103)...의상이나 생활용품으로 사용되는 섬유에 색색의 실로 수를 놓게된 것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위한 장식성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섬유를 튼튼하게 해주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시켜주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왜 그네들의 옷에 자수가 많은가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을 줄이야.

 

세 번째, 인도신화의 주요 신들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이 부분은 단 몇 줄 가지고는 설명이 불가하니 직접 읽어보는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인도미술에 대한 다음과 주장(?)에는 적극 공감하는데, 물음표를 괄호 안에 넣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글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동의할까 하는 의문에서다. 인도를 알게되면 공감하는 말이지만 아직은 그 수가 미미할 터, 앞으로도 이런 책이 계속 출간되어야 할 이유이리라.

 

(292) 인도는 고대문명의 발상지로서 미술의 오랜 기원을 가지고 있다. 누구든 아시아 미술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그 근원에서 인도와 만나게 되고, 거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이처럼 인도는 건축, 회화, 조각 등의 기원에 있어서 아시아 미술의 발생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시아 미술의 원류로서 중국 미술이 그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며, 서남아시아인 인도의 미술에 대해선 거의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도와 한국의 물리적 거리와 인도 미술에 대한 전문가 부재이기도 하며, 무조건적으로 서양 미술을 가장 우월한 것으로 받아들인 탓일 수도 있다....인도가 가진 오랜 미술의 역사와 전통은 서구 어느 나라와 견줄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면 대단하다.

 

 

서양미술을 마치 미술의 전부인양 배워왔던 나 역시 그래서 이런 모자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쉬운 게 있다면, 대개의 서양미술 관련 책들은 미술 사조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설명하는데 반해 이 책은 '인도 미술'이라는 타이틀을 걸었지만 대부분 민예품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 미술을 보는 방법이 다르다면 그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인도 미술사에 굵직하게 이름을 남길 만한 사람들이 궁금하기도 한데, 아무래도 한 권의 책으로는 부족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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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쯤, 라다크 - 거친 사막 위의 뜨거운 라다크를 만나다 한 달쯤 시리즈
김재은.허지혜 지음 / 봄엔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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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다크에서 지낸 5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벌써 라다크에 갔다 온 지도 만 3년이 되어간다. 겨우 보름 남짓의 여행이었지만 여느 여행지보다 기억이 오래 남는 곳이다. 특히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딸아이가 고산병으로 사경(?)을 헤맸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통통하던 볼살이 갸름해질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딸 옆에서 우리 내외는 서로 자신만의 생각에 빠져 모래를 씹는 듯한 갈등을 겪고 있었다.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그런 순간만을 싹 오려낸다면 라다크는 매우 멋진 곳이다. 물론 여행자에게는.

 

라다크에 대한 진한 기억 때문에 라다크여행기가 나왔다하면 무조건 읽게 되는데,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 이상이었다. 그곳에서 카페을 열어 현지인, 여행자들과 어울리며 얼마간 살아봤던 사람들의 글이다. 낯선 곳에서 살아보기, 그건 내 오랜 염원이다. 특히 라다크 같은 오지에서 한겨울을 보내는 것, 늘 꿈꾸는 로망이다.

 

내가 해보고 싶은, 그러나 쉽게 해볼 수 없는 경험들을 담은 이 책은, 그래서 읽는 내내 행복했다. 내가 마치 이 책의 지은이들과 함께 여행하고 함께 생활하는 기분이 들었다. 재미있는 소설보다도 더 재미있는 책 읽기였다. 재미있는 소설은 읽고나면 허전하고 허무하지만 이런 책은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생각들을 더욱 견고하게 보강해주고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련 등을 우아하게 달래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적어도 라다크를 바라볼 때 단순 여행자의 관념이나 낭만적인 시선은 피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물론 조심스럽다. 내가 직접 경험으로 깨우친 것이 아니기에.

 

고맙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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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학창 시절 어버이날에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를 쓴 적이 있다. 물론 학교에서 시켜서였다. 아마 중학교 3학년 때였으리라. 그 편지가 내가 부모님께 쓴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였는데...흠...나는 우리 부모님보다 좀 더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두 번째 편지를 받았으니...

 

 

안녕하세요?

 

매일 보는데 편지를 쓰려고 하니까 민망함이 앞서네요. 글이 앞뒤가 맞지 않더라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세요.

 

먼저 매일 밤에 학교에 데리러 오시는 것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하나하나 따지자면 끝도 없겠지만, 피곤하신 몸을 이끌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는 딸을 마중나오시니 죄송하기도 합니다. 전에 제가 한번 말하였듯이, 제가 나이를 먹고 아이를 낳더라도 부모님처럼 못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차려주시는데 잠에 취하여 먹지 않는 것 또한 죄송합니다. 또한 그런 상황 속에서 짜증조차 내지 않으시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감사합니다.

 

철부지같고 받는 것보다 받지 않는 것만을 생각하는 저를 지금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올해는 벌써 5월이고 저는 벌써 18살이고 부모님이 결혼하신 지는 벌써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아직까지 철이 들지 않는 딸을 키워주시고 감싸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록 대학이라는 성과를 보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으나, 저에 대한 모든 것을 그것만으로 평가하진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제가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잘 하실 것이라 믿지만, 그래도 말 남깁니다.

 

 2013. 5. 8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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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 하버드대 종신교수 석지영의 예술.인생.법
석지영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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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진 이야기라서 - 이런류의 성공담보다는 차라리 북극횡단이나 히말라야 트레킹이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내게는- 몇 번이나 망설이게 되는 책.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하나 어쩌나...

 

책에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

 

p.244... 우리 부모님이 말하길, 우리가 한국에 남았다면 내가 한국의 학제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었을 거라고 했다. 내가 가진 좋은 재능과 장점들, 내 사고방식, 그리고 내가 중요하다고 간주하는 것들은 한국의 학문성취의 세계에서는 그리 높게 평가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좋지 못한 공부습관과 암기능력의 부재, 끊임없는 질문공세, 한눈을 팔거나 여러 가지를 좇는 경향, 그리고 시험에선 흐리멍텅한 본능을 자랑했던 나는 애당초 희망을 버려야 했을 것이다.

 

'희망을 버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에서 오늘도 무지막지한 경쟁체계 아래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내가 그래도 이 책을 끝까지 읽었던 것은,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고 배울 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음악과 무용, 그리고 문학에 발을 들여놓았었고 탐색 끝에 법학으로 진로를 확실하게 잡고 마음껏 역량을 펼쳐서 그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건, 글쎄 꿈을 꾼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부모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있었고, 타고난 재능도 있었을 테고, 소위 인덕이라고 하는 주변 사람들의 인정과 도움도 받았을 것이다. 특히 지은이를 인정하고 이끌어준 많은 스승들이 인상에 남는다. 이 지은이를 둘러싼 모든 조건과 환경이 완벽했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 책은 지극히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누구에게나 이런 운이 따라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무언가를 배우리라는 기대... 있었다.

 

(173) 나는 연구와 글쓰기 작업에 대해 빌이 내게 준 조언을 내 글쓰기의 원칙으로 삼고, 내 학생들에게도 요구하고 있다. ...즉, 과하게 높은 기대를 품지 말고 규칙적으로 글을 쓸 것. 주제에 대해 다 알지 못하더라도 글을 쓰기 시작할 것. 확신이 서지 않는 단어라도 일단 써 보고, 내용에 대해 더 알게 되면 완전히 다시 쓸 것. 쓰고, 연구하고, 읽고 다시 쓸 것. 이 과정을 반복할 것.

 

행운 못지 않게 중요한 실천 덕목임을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실천 가능하지만 꾸준한 노력이 뒤따라야하는 덕목이니 결코 만만하지 않지만 결국은 이런 작은 실행들이 모여서 실력이 되는 것이리라.

 

(240) 내가 한국인 학생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조언은, 무엇이든지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건, 글쓰기건, 힘들더라도 노력해서 그런 것을 익힐 기회를 찾으라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이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 쉬워질 때까지, 아니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여 하고 또 하기를 반복해야 한다.......극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친절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하버드대 종신교수가 되는 길보다 북극횡단이나 히말라야 등반이 좀 더 실행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노력한다면 최소한 북극이나 히말라야 근처라도 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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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주 2013-05-09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언뜻 석지영 교수에 대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글을 읽으니 꼭 책을 읽고 싶어집니다. 특히 '과하게 높은 기대를 품지 말고 규칙적으로 글을 쓸 것'의 말이 가슴 깊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하버드대 종신교수가 되는 길보다 북극횡단이나 히말라야 등반이 좀 더 실행가능한 것이으로 여겨진다'에 공감합니다. ㅋ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