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 하버드대 종신교수 석지영의 예술.인생.법
석지영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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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현실과는 많이 동떨어진 이야기라서 - 이런류의 성공담보다는 차라리 북극횡단이나 히말라야 트레킹이 더 현실적으로 보인다, 내게는- 몇 번이나 망설이게 되는 책. 과연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하나 어쩌나...

 

책에도 이런 구절이 나온다.

 

p.244... 우리 부모님이 말하길, 우리가 한국에 남았다면 내가 한국의 학제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기는 힘들었을 거라고 했다. 내가 가진 좋은 재능과 장점들, 내 사고방식, 그리고 내가 중요하다고 간주하는 것들은 한국의 학문성취의 세계에서는 그리 높게 평가되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좋지 못한 공부습관과 암기능력의 부재, 끊임없는 질문공세, 한눈을 팔거나 여러 가지를 좇는 경향, 그리고 시험에선 흐리멍텅한 본능을 자랑했던 나는 애당초 희망을 버려야 했을 것이다.

 

'희망을 버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계에서 오늘도 무지막지한 경쟁체계 아래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내가 그래도 이 책을 끝까지 읽었던 것은,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고 배울 점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음악과 무용, 그리고 문학에 발을 들여놓았었고 탐색 끝에 법학으로 진로를 확실하게 잡고 마음껏 역량을 펼쳐서 그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건, 글쎄 꿈을 꾼다고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부모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있었고, 타고난 재능도 있었을 테고, 소위 인덕이라고 하는 주변 사람들의 인정과 도움도 받았을 것이다. 특히 지은이를 인정하고 이끌어준 많은 스승들이 인상에 남는다. 이 지은이를 둘러싼 모든 조건과 환경이 완벽했다고나 할까.

 

그래서 이 책은 지극히 비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누구에게나 이런 운이 따라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무언가를 배우리라는 기대... 있었다.

 

(173) 나는 연구와 글쓰기 작업에 대해 빌이 내게 준 조언을 내 글쓰기의 원칙으로 삼고, 내 학생들에게도 요구하고 있다. ...즉, 과하게 높은 기대를 품지 말고 규칙적으로 글을 쓸 것. 주제에 대해 다 알지 못하더라도 글을 쓰기 시작할 것. 확신이 서지 않는 단어라도 일단 써 보고, 내용에 대해 더 알게 되면 완전히 다시 쓸 것. 쓰고, 연구하고, 읽고 다시 쓸 것. 이 과정을 반복할 것.

 

행운 못지 않게 중요한 실천 덕목임을 생각하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실천 가능하지만 꾸준한 노력이 뒤따라야하는 덕목이니 결코 만만하지 않지만 결국은 이런 작은 실행들이 모여서 실력이 되는 것이리라.

 

(240) 내가 한국인 학생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조언은, 무엇이든지 자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다면,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건, 글쓰기건, 힘들더라도 노력해서 그런 것을 익힐 기회를 찾으라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이 또한 연습이 필요하다. 쉬워질 때까지, 아니 즐길 수 있을 때까지 스스로를 밀어붙여 하고 또 하기를 반복해야 한다.......극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친절한 조언에도 불구하고, 하버드대 종신교수가 되는 길보다 북극횡단이나 히말라야 등반이 좀 더 실행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노력한다면 최소한 북극이나 히말라야 근처라도 갈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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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주 2013-05-09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언뜻 석지영 교수에 대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글을 읽으니 꼭 책을 읽고 싶어집니다. 특히 '과하게 높은 기대를 품지 말고 규칙적으로 글을 쓸 것'의 말이 가슴 깊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하버드대 종신교수가 되는 길보다 북극횡단이나 히말라야 등반이 좀 더 실행가능한 것이으로 여겨진다'에 공감합니다. ㅋ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