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미술에 홀리다 - 미술사학자와 함께 떠나는 인도 미술 순례 처음 여는 미술관 1
하진희 지음 / 인문산책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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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미술사학자가 쓴 인도 미술, 특히 주로 민예품에 관한 책이다.

 

테라코타, 도자기, 금속공예, 도크라(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카스팅 기법이라함), 자수, 목공예, 대리석, 종이공예, 세밀화 등에 대한 이야기와, 인도신화를 형상화한 작품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인도 전문가답게 지은이가 수집한 인도 민예품들이 2,000여 점에 달한다고 한다. 이 책에 실린 내용도 대부분 저자가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에 대한 설명이라고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애정을 갖고 수집한 예술품들에 대한 글이라 책 곳곳에서 그 애정을 느낄 수 있다.

 

하기야 나 역시 얼마간의 인도여행 후 전리품처럼 그러모은 몇 개의 민예품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데 하물며 2,000여 점이라면, 바라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를 터이다.

 

미술품 수집, 인도에서라면 그게 가능하다. 철사를 구부려서 간단하게 만든 소품의 촛대조차도 유럽에서라면 고민을 해가며 구입할만큼 터무니없이 비싸게 느껴지는데 반해, 인도에서라면 그런 것들을 저렴하게 손에 넣을 수 있다. 언젠가 남인도의 시골에서 구입한 옛날 동전들, 그중에는 박물관에나서 볼 수 있는 것들도 있는데, 단 몇 푼에 불과했었다. 콜카타 공정무역 공예품점 등에서 구입한 재기발랄한 민예품, 인도 어느 도시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저렴한 가격의 골동품들이 모두 인도에서는 생활용품이자 예술작품이었다. 미술 자체가 삶이어서 그것을 굳이 우리처럼 미술로 따로 생각하지 않기에 가능할 수도 있지 싶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궁금했던 몇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선, <꽃을 든 샤자한>같은 세밀화에 대한 설명이다.

 

(192)....무굴제국의 황제들이 유난히 미술 장려를 위해 화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한 것은 어쩌면 자신들이 무력으로 인도를 통치하기는 하지만 누구보다도 예술을 사랑하는 낭만적인 왕의 모습으로 백성들에게 비치기를 원했던 것도사실이다. 그래서 왕은 초상화에서는 늘 장미나 카네이션 혹은 손수건이나 악기 연주를 위한 작은 키를 손에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한다.

 

두 번째, 화려한 자수에 대한 설명이다.

 

(103)...의상이나 생활용품으로 사용되는 섬유에 색색의 실로 수를 놓게된 것은 시각적 아름다움을 위한 장식성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섬유를 튼튼하게 해주어서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시켜주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왜 그네들의 옷에 자수가 많은가 했더니 그런 이유가 있을 줄이야.

 

세 번째, 인도신화의 주요 신들에 대한 설명이 간략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이 부분은 단 몇 줄 가지고는 설명이 불가하니 직접 읽어보는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인도미술에 대한 다음과 주장(?)에는 적극 공감하는데, 물음표를 괄호 안에 넣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글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동의할까 하는 의문에서다. 인도를 알게되면 공감하는 말이지만 아직은 그 수가 미미할 터, 앞으로도 이런 책이 계속 출간되어야 할 이유이리라.

 

(292) 인도는 고대문명의 발상지로서 미술의 오랜 기원을 가지고 있다. 누구든 아시아 미술의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그 근원에서 인도와 만나게 되고, 거기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한다. 이처럼 인도는 건축, 회화, 조각 등의 기원에 있어서 아시아 미술의 발생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시아 미술의 원류로서 중국 미술이 그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며, 서남아시아인 인도의 미술에 대해선 거의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것은 인도와 한국의 물리적 거리와 인도 미술에 대한 전문가 부재이기도 하며, 무조건적으로 서양 미술을 가장 우월한 것으로 받아들인 탓일 수도 있다....인도가 가진 오랜 미술의 역사와 전통은 서구 어느 나라와 견줄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면 대단하다.

 

 

서양미술을 마치 미술의 전부인양 배워왔던 나 역시 그래서 이런 모자란 생각을 하게 된다.

 

아쉬운 게 있다면, 대개의 서양미술 관련 책들은 미술 사조와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설명하는데 반해 이 책은 '인도 미술'이라는 타이틀을 걸었지만 대부분 민예품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 미술을 보는 방법이 다르다면 그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인도 미술사에 굵직하게 이름을 남길 만한 사람들이 궁금하기도 한데, 아무래도 한 권의 책으로는 부족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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