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서가를 기웃거리지 않았다면 결코 이 책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별 꾸밈 없이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 가수, 최백호. 그의 글도 최백호스럽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사람이나 노래나 글이 한결같다. 그래서 좋다.
가수는 음색이 중요하다.
요즘 젊은 가수들은 가창력은 물론이고, 정말 노래를 잘한다.
과거에 비해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서 레벨 업이 됐다.
그런데 너무 잘해서 매력이 없다.
정미조, 나훈아, 조용필, 송창식 등의 목소리는
들으면 누군지 알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노래하는 젊은이들한테
가창은 학교에서 배우지 말라고 한다.
그러면 그 교수가 가르친 것밖에 하지 못한다.
호흡도 똑같아진다.
-p.124
트로트의 홍수 속에서 그간 내가 느낀 것도 저것이었다. '너무 잘해서 매력이 없다'는 것. 언젠가 세종시에 갔었는데 우연히 야외무대에서 노래하는 연구생(?)들을 본 적이 있다. 그 옆에는 지도교수쯤되는 사람도 있었다. 희한한 구경을 다하는구나, 생각하면서 요즘엔 이렇게들 어려서부터 훈련을 받는구나 싶었다. 이들 중에 몇이나 살아남을까, 싶은 생각도 들고.
글도 그렇다. 너무나 매끄러운 글은 매력이 없다. 제 목소리를 제 양식에 담아내지 않으면 일껏 모방에 머물다가 스러지고만다.
잃어버린 것.... 스스로 터득하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