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즈에서 50여 분 하늘을 날아서 우유니에 도착. 마추픽추가 경이로움이라면 우유니는 신비로움이라고 할까. 얼마 못가 신비로움은 지루함으로 바뀌어 꾸벅꾸벅 졸게 되지만 그 잠깐의 졸음마저 몽롱하고 행복감에 젖는다. 그렇다고 이 넓디넓은 사막을 언제까지 달릴 수는 없는 노릇, 이 아름다움을 붙잡아두기 위해 우리가 할 수 가장 단순한 방법은 사진에 담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곳이 따라서 조용할 리가 없다. 특화된 단체여행 프로그램에 몸을 맡기는 순간 누구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웨딩 촬영에 버금가는 연출과 촬영, 동영상 찍기는 기본, 현지식 점심 제공, 일몰을 바라보며 와인 마시기. PD로 변한
인솔자는 이런 일에 참으로 유능하다. 인내심과 유쾌함을 저절로 터득하기까지 수련의 과정도 거쳤을 터. 그의 직업정신에 존경심이 절로 우러나온다.
그러나 나는 이런 여행법에 몸둘 바를 모르겠다. 사진은, 찍히기보다 찍는 것을 좋아하고 그걸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으로 타인의 연출에 따라 행동수정을 하는 건 상당히 어색한 일이다. 내 의도가 먹히지 않는 일에 몸을 맡기는 일에 적응하기란 낯설고 때로 끔찍하기까지 하다. 아, 이런 여행을 계속해야 하나, 라는 참담한 심정에 젖게 된다. 온종일 주인공이 되는 기회라고 받아들이면 행복하겠지만, 나는 안다. 이건 가짜임을.

사진 한장. 우유니 사막에 있는 선인장 동산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저 난생 처음 본 광경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국내 정치의 어지러움만큼이나 튀틀린 내 위장을 오늘도 살살 달래보련만 마음대로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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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3 2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25-01-04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인장 동산의 모습이 마치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서서 한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처럼 보이네요. 저 선인장 이름은 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