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건 책과 길의 공통점. 지난번 강화도 전등사에 갔다가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정류장 유리에 붙어있는 강화도 지도를 보게 되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또 하나의 섬, 교동도.

익히 들어본 지명이지만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 자세히 들여다보니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가봐야지.

 

 

 

교동도에 들어가려면 교동도 방향 초소에서 간단한 신고를 하고 출입증을 받는다.

 

 

 

 

교동도 선착장. 멀리 강화도와 연결된 다리가 보인다.

 

 

 

 

이른 시간인데도 할머니 한 분이 고구마, 호박 등을 노상에서 팔고 계시기에 '속노랑 고구마' 한 상자를 구입, 오늘 개시했다고 흐뭇해하신다. 그런데 저건 뭐꼬? 분명 판매용인데. 불쏘시개? (정답은 이 페이퍼 끝에. ㅎ)

 

 

 

옛 분위기 물씬 풍기는 대룡시장.

 

 

 

골목 풍경

 

 

 

 

 

 

 

 

 

 

 

 

 

 

 

커피도 한 잔. 초입에서 먹은 찹쌀 꽈배기에 놀랐는데 이 카페에서 마신 커피에는 더 진하게 놀란다. 뜨내기 맛이 아니었다. 사장님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맛이다.

 

 

 

 

이곳의 콘셉, 제비.

 

 

 

 

 

 

 

한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는 호떡, 가히 명물이라 할 만하다. 주인 할아버지의 설명을 듣고 망향대와 연산군 유배지를 찾아간다.

 

 

 

 

저분들 모습이 내 모습. 북한이 바로 코앞에 있다.

 

 

 

 

연산군 유배지.

 

 

 

 

 

 

 

탱자나무 울타리로 둘러싼 작디작은 오두막. 유배문화관에 전시된 설명에 의하면,

 

 

유배 가운데 가장 가혹한 것은 배가 아니면 육지와의 연결이 차단되는 절도 絶島 안치이며, 집 주위를  둘러싸고 담장을 설치하여 그 곳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위리안치圍籬安置이다.

 

유배지역은 함경도, 평안도와 같은 국경지역과 제주도, 남해도, 진도, 거제도, 흑산도와 같은 섬으로 배정되었다. 그 중 '강화'는 왕족의 유배지로 사용되었다. 

 

그러니까 저 오두막 유배는 절도 안치이자 위리안치로 가장 가혹한 형벌인데, 글쎄 오래 살려두기라도 하면 다행이었을 거다.

 

흑산도-최익현, 정약전

강진-정약용

나주-정도전

화순-조광조

      .

      .

      .

 

추자도 - 윤선도

함경도 - 윤선도

 

윤선도는 무슨 미운 털이 박혀서 여러 번이나 유배를 갔는지 급궁금해졌다.

 

 

 

 

 

 

 

 

 

 

 

 

 

 

 

 

 

윤선도는 사람됨이 바르지 못하고 가정 생활이 볼 만한 것이 없었으며, 부귀와 사치가 도를 넘고 행실이 방종하기 이를 데 없었으므로 젊어서 청요직을 역임한 뒤로 조정에 용납되지 못해 해남에 물러가 살았다. 그리고 병자호란 때에 끝내 어려움을 같이하기 위해 달려오지 않았으므로 난이 끝난 뒤 대간으로부터 무거운 탄핵을 받았다. 그 뒤 인조가 승하하셨을 때 시골로 물러나 어렵게 지내던 사대부들이 모두들 달려와 곡을 했으나 윤선도만은 시골집에 버젓이 누워 분곡하지 않아 대신이 붙잡아다 국문할 것을 청했으나 임금이 따르지 않았었다.

- 《효종실록》                                   - 218쪽

 

 

 

30대 초반에 시작된 그의 정치 역정은 이렇듯 유배로 시작하여 유배로 마감한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공교롭게도 초년에 <병진소>로 인해 귀양을 갔을 때도 약 7년이었고, 말년에 예송논쟁으로 귀양 갔을 때도 7년여의 시간이었다. 마치 수미쌍관법을 취하듯 앞뒤가 맞물려 있다.   -256

 

 

 

언제나 그러하듯이 정치적 검열은 사실 한 걸음만 벗어나서 보면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지만 그 내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상력을 억압하는 무서운 힘으로 작용한다.   - 55

 

 

 

그의 <오우가>, <어부사시사> 는 더 이상 말해서 무엇하랴.

 

 

 

교동도로 바람 쐬러 갔다가 윤선도 평전까지 손에 잡아봤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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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효자손( 저 옥수수 알갱이는 입으로 먹었을까, 손으로 떼어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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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09-25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상도 못한 정답이네요.
교동. 예전에 교동마님이라는 연속극이 있었던 기억이 나요.

nama 2019-09-25 19:18   좋아요 0 | URL
강를 교동짬뽕도 있지요.^^

나와같다면 2019-09-25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멈춘 공간 같아요

nama 2019-09-26 10:21   좋아요 0 | URL
교동도라는 섬에 어울리는 공간을 살린 셈이지요. 그곳 역시 삶의 현장이라서 먹고 사는 고민은 오히려 도시보다 더한 것 같아요.

sabina 2019-09-29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옛 모습을 이정도로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 있는게 놀랍네요.
그 효자손, 엄청 시원할 것 같아요.ㅎㅎ

nama 2019-09-30 09:23   좋아요 0 | URL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 오늘도 누군가는 그것을 지켜내려고 애쓰고 있지요.
저 효자손을 과연 사는 사람이 있을까, 가 몹시 궁금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