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 - 완결
김인숙 지음 / 청어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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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가린 달이라서 죽어야 한다니, 사비는 태어나면서부터 시련을 맞이하게 된다. 쌍둥이로 태어난 것도 불길한데, 공주가 왕자보다 먼저 태어나다니.. 지극히 불길한 이 일은 다행히 왕비인 연화에 의해 침묵으로 덮여진다. 사비를 강물에 띄워 버리게 되면서.. 처음부터 버림받은 그녀의 인생에 그닥 좋은 일은 없었다. 그나마 자신을 돌봐주고 귀이 여기던 양아버지가 죽고 나서부터는 가희와 어머니 뒤치닥거리에 하루도 쉴 날이 없었다. 겨우 열 살도 되지 않은 나이부터 해녀가 되어 잠일을 해야 했고, 배가 고파도 제대로 먹을 수도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도 사랑한다 말도 못했다. 죽을까봐, 죽임을 당할까봐 사랑하면서도 도망쳐야 했고, 아니라고 외쳐야 했다.

애초에 고귀한 핏줄을 타고난 그녀가 가희에게 자신의 자리를 빼앗기고, 자신의 연인인 해율도 빼앗기고, 생명마저 위태로울 때,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남자가 되었다. 그것도 양물이 잘린. 대상단의 단주로 단하가 된 사비는 그렇게 홀로 삶과 맞섰다. 그리고 모든 걸 버리고자 한 해율과 운명처럼 재회했다.

숱한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향한 인연을 거둘 수가 없었다. 남색이라고 손가락질 받아도, 눈 앞에 놓인 온갖 부귀영화도, 어릴 때부터 꾸어 온 광활한 대륙에의 꿈도 모두 미뤘다. 한 여인을 얻기 위해서. 오직 그 여인만이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해 줄 수 있기에.

해율과 단하, 둘은 정말 파란만장한 사랑을 했다. 온갖 음모와 시련과 터무니없는 오해까지.. 그래도 그들은 서로를 지켰다. 끝내는 모든 걸 거머쥐게 되었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서도, 산해진미와 금은보화가 가득한 궁 안에서도 그들의 사랑은 청초하면서도 맑은 향을 내는 난처럼 그윽하기만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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