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열전 - 영웅부터 경계인까지 인물로 읽는 고려사
박종기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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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는 뭔가 찬란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주는 나라다. 조선과 달리 명분도 있고, 자주성도 있고. 그렇다고 고려가 완벽한 나라인 건 아니지만. 조선이 완전 형편없는 나라인 것도 아니고.

‘열전’은 특정한 인물이나 이민족의 역사를 기록한 형식이다. 이 책에는 그런 고려의 16명을 담았다. 1부 영웅편은 우리가 잘 아는 견훤, 궁예, 왕건, 최영 그리고 김경손을 다루고 있다. 2부인 경계인편에서는 점성술사였던 최지몽, 역관이었던 유청신, 환관인 방신우와 임백안고독사를 다룬다. 3부는 역사가였던 김부식, 이규보, 이승휴, 이제현을 다루고 있다. 4부는 여성을 다루는데 상류층이었던 허씨 부인, 중류층이었던 김씨 부인, 하류층이었던 조씨 부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동생이 공녀로 끌려가고, 전쟁노예로 끌려가고, 아버지, 시아버지, 남편이 모두 몽고와의 전쟁으로 전사하는 등 당시 고려인들의 상처가 잘 드러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부인들의 이름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예전엔 기록에 남길 이들을 골랐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우리는 참 행복한 상황이다. 내가 쓰기만 한다면 기록이 남을테니까. 읽는 이가 없더라도.

고려는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고 ‘소중화’라며 중국과도 대등하다 여기고, 수많은 문인과 종교인들을 배출하고, 팔만대장경 등 어마어마한 문화재도 남겼다. 하지만 무신의 난이나 몽고의 침입 등 전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자주적으로 왕의 시호를 사용했지만 충렬왕부터 충정왕까지 원나라에서 시호를 받아왔고, 원의 사위가 되었으며, 내정간섭을 감내해야 했다. 몽고가 침략한 나라 중 사직을 보존한 나라는 고려뿐이라지만 가슴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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