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허 참, 허탈함과 한숨을 한 번 내쉬고, 껄껄 웃을만하다.  

[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가 먼저 나온 책이라는 걸 주의깊게 살피지 않았다. 그저 되는대로 읽기 땜에. 나는 우선 도서관에 들어와있던 [내가 그를 죽였다]를 먼저 읽었다. 그리고 실제 집필됐는지는 모르지만 [당신이 누군가를 죽였다]가 다음에 이어질 예정이었다는데,  아주 제대로 독자를 머리 아프고 초조하게 만들 심산이었나 보다.   

이 책에서 범인이 누군가를 끝까지 지목해서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책 맨 끝에 추리안내서를 덧붙여주었다, 친절도 하여라@_@, 봉인된 안내서다.   

다음, 덧셈과 뺄셈, 그리고 그 물건이 누구에게서 누구에게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잘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범인이 누군지 알아냈냐고? 짐작은 하지만... . 혼자 힘으로? 그럴리가 있겠어요? 힌트를 이리저리 찾아다니다 문득 딱 한가지 사실을 다시 깨닫고서야 비로소 아하~! 허탈하게 모든 게 무릎이 닿기도 전에 꿰뚫고 지나는 돈오의 순간이라니... . 알고 나면 너무나 쉬운 것일 수도 있는데... 쉽게 쉽게 주의하지 않고 책장을 넘겼다는 걸 깨닫게 된다.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범인이라고 지레 짐작했던 인물을 좀체 떨쳐버리지 못하다가 안내서에서 알려준 힌트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고서야 정정할 수 있었다.  

범인이 대놓고 진술하고 있는데도, 그걸 등불삼아 추리를 풀어가지 못하고, 끝내 형사 가가가 꼭 집어 지적해주는데도 범인을 알지 못하기 쉽다. 나 같은 경우는 그랬다. 너무 쉽게 털레털레 책장만 넘기며 결말을 기다린 것이 아닌가 싶다. 아, 물론 처음과 마지막은 거리가 너무 멀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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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히가시노... 이런 내용일 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 남자가 이런 사랑얘기를 쓸 줄 미처 몰랐다. 89년작이니까, 그도 젊었던 것일까? 이런 멜로라인은 숱하게 봤지만 소설로 대해본 건, 글쎄 언뜻 생각이 잘 안난다. 

이런 장르에 좀 익숙한 사람이면 형사 가가가 끝내 맞부닥쳐 감내해야 할 비극이 있음을  감 잡고 읽어갈 수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소설적 긴장과 흥미가 만만치 않은 작품이었다. 범인이 누구인가, 뭣땜시, 같은 것도 궁금하지만, 그 보다는 형사 가가가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면 할수록 그의 발밑이 허물어지는 것을 위태위태하게 지켜보는 스릴이 있다.  

역자가 말했듯이 '신뢰할 수 없는 화자'를 이용한 게이고의 전략도 뛰어나다. 그럼에도, 밝혀지는 동기나 심리는 그다지 썩 수긍갈만한 건 아니었다.

희생과 헌신에 대해 생각해봄직하다. 이 범주를 통해 히가시노 게이고의 범죄세계를 들여다보는 것도 흥미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언뜻 든 생각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놓치지않고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브래드버리의 [The Martian Chronicles]는 오늘 도착하지 못했다. 내일로 배송이 지연됐다.어쩐지 상품준비가 예정보다 오래 걸린다했더니... . 제 때 온다해도 당장 읽지는 못했을 것이다. 묵혀뒀다 언젠가를 기약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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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부담 담뿍 안고 휴가가 시작됐다. 그러나 어쨌든 쉬는 동안 책과 함께 뒹구리라! 

 

 

 

 

 

 

조선일보 이동진 기자의 글은 별로 읽을 기회가 없었다. 지금은 그가 꾸준히 이 일을 계속하고 있기에 접할 뿐이다. 10년 넘게 부지런히 일을 계속한다는 것은 인정해줄 수 있으므로. 홍상수, 봉준호, 류승완, 유하, 임순례, 김태용 감독과의 인터뷰가 실렸다. 이리저리 뒤적거리다가 유하 감독의 인터뷰를 먼저 읽었다. 이정도의 인터뷰라면 다른 감독들의 얘기도 기대된다.  

    

 

 

 

 

  

한편 한편 야금야금. 

   

 

 

 

 

 

 

 미뤄뒀던 책들인데 정독할 필요가 있는 책들이다.  

만일 가능하다면 다음 책들까지 볼 수 있기를 바라지만, 이 책들까지 손댄다면 온전한 정신으로 복귀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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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사이,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애써 정돈하려는 삶 가운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스티그 라르손, [밀레니엄], - <휘발유통과 성냥을 꿈꾼 소녀 (상)> -  

내게 스웨덴 소설은 너무나 낯선데, 기껏해야 헤닝만켈의 [한여름의 살인]이라는 장르소설을 읽었을 뿐이다. (지젝이 헤닝만켈에 대해 언급한 글을 보고 좀 어이가 없긴 했다. 오늘날의 가장 위대한 범죄소설 작가라고? 시차를 이용하는 유일한 예술가라는 말을 보며 ... '가장 위대한', '유일한' 등을 이렇게 자신있게 붙일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어깃장...) 

스티그 라르손은 스웨덴의 기자였다고 한다. SF문학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박식함으로 '스칸디나비아 SF소설협회'의 수장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스웨덴 사회당의 활동가였다고도 하고.  

이 [밀레니엄]이라는 대작을 내놓고 얼마 안돼 삶을 마감했다고(2004) 하니, '노후보장'으로 썼던 소설이 보장은 커녕 심장마비를 일으키게 한 힘든 노역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안타깝군. 

[밀레니엄]은 몇달 전에 주목해뒀던 책인데 부담스럽긴 했다. 이번에 완결편이 나온 것을 계기로 사들여 야금야금 읽기 시작했는데 급기야 어제밤은 불면의 밤이었다. 그래서 지금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하고, 다시 좀 누웠다가 일어나야 할 것 같다.  

소설을 통해 한 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스웨덴에 대해 무지하구나, 일면적인 정보나 지식을 가지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한다.  

스티그 라르손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말괄량이 삐삐]의 열광적인 팬이라는데 [밀레니엄]의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이 삐삐의 20대 느와르 버전인 듯 하다. 어둡고, 고독하며, 숙명적이다, 게다가 자기만의 윤리를 실행한다. 아주 아주 흥미롭다.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가 문득 다시 떠오른다. 한국영화에서 금자씨 캐릭터가 나오기 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혹적이라거나 매력을 많이 느낄 수 없었는데, [밀레니엄] 소설 속의 이 여자 캐릭터... 흠, 생각해볼 일이다.    

이미지 썸네일

그렇다. 며칠 사이, 아주 미세하고도 미묘한 어긋남들이 발생했다. 더 많은 생각이 필요하고, 또 다시 결정을 내려야할지도 모르겠다. 화요일부터는 휴가다. 벌써부터 지친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 못되다보니 외려 이런 며칠간의 휴식기간이 부담스럽다. 해야할 일이, 해주길 바라며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  

"결과를 분석하라" - 리스베트 살란데르 

발생할 결과를 생각하란다.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 ... 그렇긴 한데..., 내가 그다지 생각을 잘 하는 사람은 못되는 편인데... .

   

  

 

 

 

p.s.  

이렇게 분량이 많은 소설은 역시 부담스럽다. 관성처럼 밀어부쳐 끝을 본 다음은 늘 허무감 같은 게 들기 마련이니까. 3부가 형편없진 않지만, 힘이 떨어진다.  

리스베트가 부상당함으로써 맥없이 있어야 하는 상황은 결코 환영할 수 없다. 이 느와르 삐삐 아가씨가 말이다.  

마지막 싸움을 준비하면서 리스베트를 위한 연합군(사포의 공식채널까지 포함한)과 프레드릭 클린턴이 지휘하는 '살라첸코'팀 간의 치열한 작전이 더 맞붙었어야 하는데, 느슨하고 좀 착하다.   미카엘은 또 어쩜 그리 태평스러워졌지? 갑작스런 에리카의 이야긴 뭐고?  

북유럽의 복지국가 정도로만 알고 있던 스웨덴 또한 쉽지 않은 정치적 역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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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길에 동네서점에서 레이 브레드리의 [화씨451]을 구입했다. 동네서점이라 황금가지의 환상문학전집도 몇 권 비치해 두고 있지 않았는데, 예상대로 같은 작가의 신작 [민들레와인]은 없었다.  

그런데 막상 집에 돌아와 소파에 턱 기대누워 들고 읽은 책은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아름다움을 훔치다]였다.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은 건데, 그 동안 손도 못댔다고 생각해 손이라도 일단 대보자라는 심정으로 집어들었다가 의외로 빠져들었다.  

 

 

 

 

 

 

  

p.s. 참, 딱히 뭐라 규정할 수 없는 소설이다. 영화의 레퍼런스를 찾자면 글쎄, 데이비드 린치의 세계 같기도 하고, <쏘우>나 <향수> 같은 류의 잔혹 공포의 세계 얘기 같기도 하고, 세헤라자드가 들려주는 얘기를 듣는 것 같기도 하고.   

'나', 뱅자맹의 '지옥에서 보낸 한철'이야기이자, 또 다른 '나' 마틸드가 뱅자맹이 들려주는 기괴한 이야기에 빠져드는 과정이며, 그가 사라지지 않고, 그침없이 이야기를 해주길 갈망하는 아라비안 나이트이기도 하다. 또한 마틸드가 직접 그 이야기의 끝, 세계의 끝에서 회생해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탐하여 취하는 것이 파괴하는 것으로 이어지는 아슬아슬하고도 아찔한 절대적 아름다움의 위험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늙어간다는 것이 거느리는 그 모든 불안과 공포와 슬픔으로 어쩔 줄 모르는 제롬 슈타이너, 주름 사이사이에서 콤펙트 가루가 떨어지는 얼굴로 철학책 읽어주는 여자 프란체스카, 허락되지 않은 욕망을 간직한 난쟁이 하인 레몽. 청춘시절에 이미 청춘이지 못했던 '나' 뱅자맹. 명석함과 아름다움을 지녔건만 그 많은 걸 소비하는 엘렌. 스물여섯에 세상과 단절을 선택한 마틸드.이들이 이 소설을 이루는 인간군상이다.  

'아름다움의 건초장' 

 

그래도 소설의 대부분이 '나' 뱅자맹이 하는 얘기로 이뤄지는 것이니, 뱅자맹이라는 인물이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한없는 열등감을 지닌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비참한 화자를 만나본지가 언제인지.... . 

에세이 [순진함의 유혹]을 쓴 것이 1994년이고, 이 소설이 97년에 나왔으니 '제 자신의 나약함으로 인해 나쁜 짓 하는 인간'에 대한 인물을 형상화 하고 싶었던 것일까.  

[순수함의 유혹]은 어떤 책일지 구미가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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