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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2006년 1월 31일,

알라딘의  여러 분들이 여기저기서 재미있노라고 리뷰와 페이퍼를 올리셨던 '바람의 그림자'를 야심차게 구입하였다.

하지만 2월 중순 이후 정신없게 바빠져버린 탓에 5개월동안 책 위에 먼지만 풀풀 쌓이다가  6월의 어느 한가하던 날 - '오늘은 한 번 먼지 좀 털어봐?'하는 맘에 손에 잡은 책.

55555555555555!(책을 다 읽고 난 다음의 내 반응^^)

세상에! 이건 너무 재미있잖아!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처음 읽었을 때,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낼 수 있을까 하면서 거의 경외의 감정을 품었던 내게 그때만큼이나 큰 충격+감동+몰입을 경험하게 해 준 책을 다시 만날 수 있음에 얼마나 기쁘던지.

마술적 리얼리즘이니 하면서 어렵게 리뷰를 쓸 내공은 절대 안 되므로 책 내용에 대해서는 비평의 칼날을 대지는 못하지만 그저 장담할 수 있는 한마디는 읽어보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책이라는 것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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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6-06-16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11월이 지나야 여유가 생긴다는 거야?

물만두 2006-06-1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죠^^ 그럼 이데아의 동굴도 읽어보세요^^

로드무비 2006-06-17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가끔 생각이 났는데 안부도 못 전하고.
그동안 많이 바쁘셨군요.
동생 아기도 많이 컸겠네요?^^
 
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 이 시대 가장 매혹적인 단독자들과의 인터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그런때가 있었다.
시집가기 전에 6살 아래인 여동생과 한 방을 쓸 때, 퇴근하면서 혹은 약속없는 주말에 동생과 같이 심심해 하다가 가끔씩 도서대여점에 들러 만화책이며 패션지들을 왕창 빌리는거다,
그러면서 '엘르(ELLE)'니 '보그(VOUGE)'니 하는 멋지구리한 잡지들을 독파를 했었다. 거기에 나오는 마치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여자, 남자들과 멋진 풍경들을 시샘하면서.
그 잡지들 중에서 어떤 것들은 정말 보고나면 미친듯한 후회를 안겨주기도 했고 - 이 나이에 왜 이런 걸 보고 앉아 있는거지? -  게중에는 '이건 패션잡지치고는 너무 근사한 내용들이잖아'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가만보니 이 인터뷰집의 저자는 후자의 경우였다고 생각되는 패션지의 피처 에디터란다. 피처 에디터가 정확하게 어떤 일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그녀는, 아니면 그녀의 글은, 재기발랄하다.
뭐랄까, 충분히 왕년에 놀만큼 놀았다는 그녀 스스로의 자기 평가때문인지도 모르겠고 그녀가 만나본 이 다양한 인물들의 위용에 눌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마치 학창시절 공부 정말 잘 하는 데 '도대체 공부는 언제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만큼 헤비메탈 음악에 심취해 있고 농구 경기는 빼 놓지 않고 보러 다녔던 나의 라이벌이 생각날 만큼 부러워하며 그녀의 인터뷰집을 읽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지성적인 마초라는 김훈, 물불 안 가리고 욕설을 퍼 부어 대는 꼴통들이지만 우리를 춤추게 하는 DJ DOC,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시인 함민복, 가장 트렌드한 레스토랑을 디자인하는 신성순, 배우 김윤진, 도덕군자들 사이에서 변태를 자처하는 남자 신동엽, (지금은 대통령이 된) 노무현 차기 대선후보, 개성강한 못난이 싸이.

그녀가 보여주는 인물들의 스펙트럼은 놀랄만큼 다양했고 공통점이 하나도 없었다.(그래서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르지) 세상에, 저런 유명인도 있었는데 나는 왜 몰랐을까. 어떻게 저 많은 사람들에게 딱 맞는 질문들을 해 댈 수 있는거지?.

오지랖 넓고 재기발랄한 글을 쓰는 그녀에 대한 부러움은 어느새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인터뷰하는 상대가 그대로 드러날 수 있게 인터뷰하는 그녀의 능력에 대한 부러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어 그런 부러움들은마치 실제로는 평생가도 만나보지 못 할 장동건이나 싸이를 내가 직접 대면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느낌을 가지게 해 주는 인터뷰집의 재미를 알게 해 준 이 불량한(!) 패션지 에디터에 대한 알 수 없는 신뢰와 애정으로도 바뀌게 되었다.

한국의 캐리 브래드쇼,(아아....요즘 섹스 앤 더 시티에 너무 빠져있는 티가 나는군) 김경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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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02-07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패션잡지의 피처에디터라고 하니 한겨레 21의 그 패션에 관한 칼럼을 쓰던 사람이 생각나서 찾아보니 같은 사람이네요. (근데 저도 피처 에디터가 뭐하는 건지는 몰라요.) 어쨋든 저도 한겨레 21 읽을때 짧지만 통통 튀는 이 사람의 칼럼 참 재밌게 봤었는데.... 재밌을 것 같아요. ^^

돌바람 2006-02-07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주 먹는 편집잔가^^ 썰렁;;;

서연사랑 2006-02-07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뜻밖에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전작이라는 '뷰티풀 몬스터'도 장바구니에 담아 놨어요.
돌바람, 자기도 멋진 칼럼니스트가 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바람돌이 2006-02-07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바람님 홧팅!! 맥주먹는 편집자... 멋져요. ^^

서연사랑 2006-02-08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피처 에디터........나는야 형광등이라네~ =3=3=3
 
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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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여덟 시부터 다음날 여덟 시까지 걷는 이 행사는, 밤중의 몇 시간짜리 선잠을 포함하여 전반은 단체보행, 후반은 자유보행으로 정해져 있었다. 전반은 문자 그대로 반별 이열종대로 걷지만, 자유보행은 전교생이 일제히 출발하여 모교의 골인지점으로 향한다. 그리고 전교생 중 몇 번째로 골인지점에 도착했는지 순위가 매겨진다. 물론 순위에 목숨 거는 것은 상위를 노리는 운동부 학생들뿐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친한 친구끼리 이야기하면서 고등학교 시절의 추억만들기에 신경쓰는 것이 통례다.

나는 고다 다카코. 북고(北高)의 3학년. 올해의 보행제는 이제 고등학생으로서 마지막 행사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알게 되겠지만 내게는 아직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 같은 학교, 같은 반에 니시와키 도오루라는 이복형제가 있어. 우리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아?

작년 보행제에서 함께 걸었던 '안나'라는 친구는 이렇게 말했어.

모두 함께 밤에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 말이야. 어째서 그것뿐인 것이, 이렇게 특별한 걸까.

늘 평범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보행제에 참가하면서 1학년과 2학년을 보냈던 내게 안나의 저 말처럼 올해의 보행제는 특별하게 다가왔지.

깜깜한 밤과 동트는 아침을 거쳐서 지쳐서 쓰러질 때까지, 몸에 아무런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걸으면서 친구들과 보내본 적 있어?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재색을 겸비한 퍼펙트걸도, 수많은 여학생들의  흠모의 눈길을 받는 잘생기고 공부잘하는 남학생도, 그리고 도오루와 나처럼 남에게 절대 먼저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지니고 있는 이복형제들도 밤낮을 함께 걸으면서, 대열에서 낙오되거나 처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걸어가면서 그 고민들을 풀어 나가지.

 고작 하루 24시간 동안의 보행제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걷는 것 그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면서도 그토록 어렵고 특별할 수 있는거야.

만약에 이런 경험을 공유하지 못했더라면 우리 모두는 어딘가 마음의 빗장을 하나씩 닫아 걸고 나의 상처를, 남의 상처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또는 모르기에 다른 사람들을 내게 보여지는 그대로만 오해하면서 어른이 되어 버렸겠지.

하지만 80KM를 왕복해 걸으면서 하나씩 얽힌 인연의 고리들을 풀어 나가는 과정, 친구들을 사귀고 닫힌 마음문을 열고 대화를 하는 과정을 거쳤기에 고통스러운 보행제는 우리만의 '밤의 피크닉'이 되었지.

'밤의 피크닉'은 이제 끝.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태양 아래를 끝없이 달려가는거야. 

지켜봐줘. 태양 아래 찬란하게 빛날 우리의 청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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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6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6
고종희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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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가 몰랐던 교양 시리즈' 를 알라딘의 리뷰 또는 페이퍼에서 처음으로 알게된 건 ******님 서재라고 기억이 된다. 그때 ******님께서 너무 맘에 드신다며 강력하게 추천하셨고 그게 얼마나 인상에 강하게 남았던지 ******님 사부님께서 '해상시계'를 맘에 들어하신다고 쓰셨던 것도 기억이 난다.(별걸 다~홋!)

그렇긴 해도 사실 개인적으로 미술쪽으로는 관심이 별로 가지 않는 분야이기때문에 그냥 좋은 책인가보다 했는데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며칠 전. 옆자리 선생님이 '세계명화비밀'을 주문해 달라는 바람에, 그러면 나는 '일러스트레이션'을 살테니 맘에 들면 서로 바꿔보자 했고, 그런 과정을 거쳐 주문을 한 책이 도착을 했다.

마침 그 날 1,2 학년들이 학력평가 시험을 보는 날이라 여유가 있었고 스토리가 쭉 이어지는 책을 보기보담 쉬엄쉬엄 감독하면서 보면 되겠다 싶어 '일러스트레이션'의 첫 장을 펼치게 되었다.

세상에! 그림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있는 줄 그전에는 왜 몰랐을까.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나 '천년의 그림여행'같은 책들도 본 적이 있건만 솔직하게 '미학 오디세이'는 공부하는 기분으로 보면서 머리에 쥐날 것 같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고 '천년의 그림 여행'은 계속 책 진짜 두껍고 잘 만들었다는 곁가지 생각만 백만가지를 했었다.

저자가 특별히 글을 유수같이 잘 쓴다거나 표현이 유려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명화 속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의 특징을 쏙속 뽑아내어 누구라도 잘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고 일단 그림 설명 자체가 너무 재미나다.

 

알브레흐트 뒤러. 독일이 낳은 위대한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션의 선구자. 과거의 화가들이 대부분 성서나 신화라는 텍스트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점에서 예외없이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할 수 있으나, 뒤러는 책의 삽화를 위한 판화를 본격적을 기획 제작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출판업자라고 할 수 있다



피터 브뤼겔.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그림의 주제로 삼은 최초의 화가. <플랑드르의 속담>이라는 이 그림은 주인공이 따로 없이 수많은 인물과 동물이 등장하며 장면 하나하나를 책을 읽어나가듯이 보면서 속담을 이해하는 일종의 일러스트레이션. 화면 오른쪽 위의 이솝우화의 '여우와 두루미',  화면 중앙 아래의 '남편에게 푸른 망토를 씌운다'(무슨 뜻일까~요) 등등 장면 하나하나을 분석해 보는 재미를 누려보시길.



주제페 아르침볼디. 이게 무려 500년전의 작품이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시간의 흐름을 뛰어넘어 우리를 놀라게 하는 초현실주의적인 상상력, 기발한 발상의 근원을 보여주는 작가. <도서관 사서>라는 이 작품은 보시다시피 온통 책으로 조합된 초상화.


 
카라밧지오. 풍속화를 보급시킨 장본인이며 이탈리아에서 정물화를 처음으로 그려 정물화를 독립된 회화 장르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17세기 회화에서 많이 쓰인 강렬한 명암법이 카라밧지오로부터 시작되었으며, 17세기에 자주 등장하는 잔인한 장면이나 죽음의 처참한 순간을 다룬 그림 역시 카라밧지오로부터 시작되어 일반화되었다.   이리하여 당시 이탈리아를 비롯, 유럽 전역에서 카라밧지오의 추종자들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이들을 '카라밧지스티'라고 한다. 다음은 카라밧지스티 토마스 도니니의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이 외에도 여러점의 연작 그림으로 당시의 사회를 비판하고 풍자하여 시사 일러스트레이션의 길을 연 영국의 윌리엄 호가드, 생의 마지막까지 새로운 작품을 추구한 프란시스코 고야,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장 혁신적인 건축을 만들어낸 안토니 가우디, 화려한 장식성 회화로 수많은 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영감을 주고있는 구스타프 클림트, 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공간을 아우르며 고전회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의 경계를 감칠맛나게 풀어가는 고종희씨의 '일러스트레이션', 강력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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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2-03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알고 있을 수록 쉽게 설명할 수 있다고 하잖아요? 고종희 씨의 책들을 읽어보면, 역시.. 라는 생각이 든달까요. ^^; 저는 참 마음에 들더라구요.
구판을 비싸게 주고 장만했었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았던. 그래서 이번에 저렴하게 새로 나와서 정말 기뻤던 책입니다.
멋진 리뷰 잘 보고 가요, 서연사랑님. ^^

서연사랑 2005-12-03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nda님, 읽고난 후 저 엄청 흥분했다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대단한 평가를 내린 거 였구나...소문이 괜한 소문이 아니던데요. 더 좋은 책 좀 많이 추천해 주세요~(추천, 감사해요^^)

필터 2005-12-04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못 읽었는데 꼭 읽어 보아야 겠습니다 서연사랑님 덕분에...^^~ 고마워요

서연사랑 2005-12-04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뭘요....필터님도 맘에 들어하실 책이 될 거예요^^

로드무비 2005-12-08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어제 도착했어요. 정말 알차더구만요.
참, 님께 땡스투 눌렀는데...^^

서연사랑 2005-12-0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지요? 그렇게 마음에 쏙 드는 책,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땡스투는 물론 너무나 감사하고요~ㅎㅎ

카프리 2005-12-12 2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좀 전에 kelly 님 서재에서 세계만화 포토 리뷰 보고 지금 지름신 내리려는 순간인데 일러스트레이션마저.... 정말 요즘 책 많이 사서 좀 자제해야 하는 순간인데 아... 괴로운 리뷰입니다... (보지 말걸 그랬나??)

서연사랑 2005-12-12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카프리님^^(제가 좋아하는 맥주...호호)
괴롭게 만들려던 건 아니었는데 말이죠....근데 책, 정말 괜찮아요.(꼭 보세요!!)
 
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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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에 관련된 소설이라고 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부터 최근의 ‘불안’까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리고 그의 책에는 리뷰도 겁나게 많이 달리는 작가인 ‘알랭 드 보통’의 책이라고 했다.

이상하게도 소설 쪽으로는 고개가 기울어지지 않고 게다가 천재적인 작가라는 사람들의 책은 꼭 그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사람이 지나가고 난 뒤에야 읽어보곤 하는 내가 갑자기 읽고싶어져 버린 책.

참 내.

결혼도 했고 도대체 연애를 했었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한 내가 연애 소설은 읽어 뭘 해.

그러면서도 소설 속의 앨리스를 보며 감정이입이 되는 이유는 뭘까.

 

‘앨리스는 사랑을 이런 실용적인 의미로 생각하기 싫었다...........그녀는 시인들과 영화인들이 미학의 마법 공간에서 아릅답게 그려낸 영혼의 결합 같은 관계가 아니면 타협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맞아, 그랬던 적도 있어. 사랑은 현실적인 무엇인가를 다 초월하는 거라고 생각했었던 적.

첫 만남에서부터 상대방을 압도하는 레이저 광선같은 것이 눈에서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도저히 다른 사람에게는 눈 돌릴 수 조차 없는 그런 사랑.

앨리스, 그런 면에서 볼 때 당신도 철이 덜 들었군 그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이야기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24살 때의 나와 너무 똑같기 때문이야.


‘사람을 사랑하는 연인은 단순히 X가 멋지다고 여기지 않고, ’X'처럼 멋진 사람을 찾아냈다니 대단하지 않아?‘하는 생각을 먼저 한다’


‘앨리스가 에릭에게 연어 카르파초가 맛있다. 레스토랑이 근사하다고 감탄했기 때문에. 그녀의 쾌감은 음식과 분위기에서 나온 것처럼 보인다(욕망의 두 가지 형식 - 자율 판단) 하지만 첫 코스를 먹는 그녀를 지켜보면, 명백히 그녀는 그 주에만 영화 ․ 패션 ․ 음악계의 유명 인사들이 수십 명이 다녀갔으며 장안이 떠들썩하게 인구에 회자되는 레스토랑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음식을 먹고 있다는 생각(욕망의 두 가지 형식 - 모방 심리)에 열광한 것이었다...앨리스는 두 가지 형식 중 언제나 후자 쪽을 따르는 편이었다. 자율적인 욕망보다는 모방을 선호했다. 갖고 싶은 옷, 구두, 레스토랑, 애인에 대한 취향이 다른 사람들의 말과 인상에 맞춰지곤 했다.’


세상에, 사랑에 빠진 - 아니 ‘사랑’을 사랑하는 것에 빠져버린 이 복잡하고도 미묘한 심리를 어떻게 이리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사랑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하는 앨리스. 그에 비해 자신만만하고 이성적이고 완벽한 에릭.

그런데 이들을 설명하는 작가의 입장은 소설의 중반에 이르러 점점 변화한다. 사랑도, 삶도 자기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계획의 한 요소라고만 생각하는 그 자신만만한 남자 에릭은 그 균형이 파괴되는 것을 못 견뎌하며 그런 이유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용납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인격의 소유자로, 그런 반면 자기애가 부족하고 최소한도 자기 중심적이지 못했던 앨리스는 서서히 스스로도 존재감있게 빛나는 영혼을 가진 독립적인 여성으로.

앨리스가 사랑의 과정을 통해 이 세상 어느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자존감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보며 단순히 장편 할리퀸 로맨스일거야 했던 생각이 점차 사라지고 하나의 철학 소설로 보아도 좋겠다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앨리스와 다를 바 없던 생각을 하던 나는....(이미 한참전에 지나가버렸지만) 그 ‘연애’라는 과정을 통해 어떤 존재로 변화하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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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1-2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를 통해 사람들이 변하나요?
연애 할 때 좀 흥청망청한 기분 드는 것 외엔 잘 모르겠던데.ㅎㅎ
워낙 신통치 않은 만남이었는지라.
오래 전 보통 책을 열광하며 읽었는데 요즘 너무 많이 나오는 거 보니
조금 시들해요. 그런 심리 있잖아요.^^;

서연사랑 2005-11-21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리스는 연애를 통해 새로운 자신을 발견했지만, 저는...ㅎㅎ...그때나 지금이나 대책없고 유치하기는 마찬가지예요.(더 심해졌나?)
보통씨, 책은 첨인데 생각한 것 보다는 즐겁네요. 너무 기대를 안 하고 읽어서 그런가요?

필터 2005-11-27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애...는 늘 좋죠...^^

사랑을 사랑하는 것에 빠져요?
그럼 전 도리질 치면서 이 책 안읽을래요
전 그냥 사랑은 원초적인것이 좋아요
울고불고 눈물 콧물 짜면서
...좋다고 금방 표내고 헤헤거리면서
엊그제...애인한테 심통부렸습니다.
그랬더니 옴머...심통부리는 걸 그리 잘 알아보냐
그리고는 삐져서 도망갈까봐 ...헉? 애인이라꼬?
발설할걸 해야지 아줌마야...^^

제가 치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그 대상 잘 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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