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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은 김훈이고 싸이는 싸이다 - 이 시대 가장 매혹적인 단독자들과의 인터뷰
김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그런때가 있었다.
시집가기 전에 6살 아래인 여동생과 한 방을 쓸 때, 퇴근하면서 혹은 약속없는 주말에 동생과 같이 심심해 하다가 가끔씩 도서대여점에 들러 만화책이며 패션지들을 왕창 빌리는거다,
그러면서 '엘르(ELLE)'니 '보그(VOUGE)'니 하는 멋지구리한 잡지들을 독파를 했었다. 거기에 나오는 마치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여자, 남자들과 멋진 풍경들을 시샘하면서.
그 잡지들 중에서 어떤 것들은 정말 보고나면 미친듯한 후회를 안겨주기도 했고 - 이 나이에 왜 이런 걸 보고 앉아 있는거지? - 게중에는 '이건 패션잡지치고는 너무 근사한 내용들이잖아'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가만보니 이 인터뷰집의 저자는 후자의 경우였다고 생각되는 패션지의 피처 에디터란다. 피처 에디터가 정확하게 어떤 일은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쨋거나 그녀는, 아니면 그녀의 글은, 재기발랄하다.
뭐랄까, 충분히 왕년에 놀만큼 놀았다는 그녀 스스로의 자기 평가때문인지도 모르겠고 그녀가 만나본 이 다양한 인물들의 위용에 눌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마치 학창시절 공부 정말 잘 하는 데 '도대체 공부는 언제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만큼 헤비메탈 음악에 심취해 있고 농구 경기는 빼 놓지 않고 보러 다녔던 나의 라이벌이 생각날 만큼 부러워하며 그녀의 인터뷰집을 읽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지성적인 마초라는 김훈, 물불 안 가리고 욕설을 퍼 부어 대는 꼴통들이지만 우리를 춤추게 하는 DJ DOC,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시인 함민복, 가장 트렌드한 레스토랑을 디자인하는 신성순, 배우 김윤진, 도덕군자들 사이에서 변태를 자처하는 남자 신동엽, (지금은 대통령이 된) 노무현 차기 대선후보, 개성강한 못난이 싸이.
그녀가 보여주는 인물들의 스펙트럼은 놀랄만큼 다양했고 공통점이 하나도 없었다.(그래서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르지) 세상에, 저런 유명인도 있었는데 나는 왜 몰랐을까. 어떻게 저 많은 사람들에게 딱 맞는 질문들을 해 댈 수 있는거지?.
오지랖 넓고 재기발랄한 글을 쓰는 그녀에 대한 부러움은 어느새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인터뷰하는 상대가 그대로 드러날 수 있게 인터뷰하는 그녀의 능력에 대한 부러움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어 그런 부러움들은마치 실제로는 평생가도 만나보지 못 할 장동건이나 싸이를 내가 직접 대면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느낌을 가지게 해 주는 인터뷰집의 재미를 알게 해 준 이 불량한(!) 패션지 에디터에 대한 알 수 없는 신뢰와 애정으로도 바뀌게 되었다.
한국의 캐리 브래드쇼,(아아....요즘 섹스 앤 더 시티에 너무 빠져있는 티가 나는군) 김경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