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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집에서 ㅣ 보림어린이문고
이영득 지음, 김동수 그림 / 보림 / 2006년 8월
평점 :
요즘 아이들 이책을 읽으면 시골생활의 풍경과 낯선 단어들을 접하면서 어느정도 그상황을 상상하면서 마음으로 받아들일까? 라는 우려감(?)을 가져보았다. 그러니까 이마음은 이책을 읽기전 내손에 받아들면서 제목만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품었던 일종의 나의 선입견이다.
제목과 함께 책의 표지에 그려진 그림들을 또 유심히 들여다보면서 혹여 도심에서 자라난 아이들 시골생활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펴지 못할까? 친절하게 그리고 친근감있게 그려놓은 것인가? 라는 의심도 가져보았다. 그러다 책의 그림작가의 이름을 보고서 낯이 익다 싶어 들쳐보니 아니나다를까, <감기 걸린 날> 그림책 작가다. 좋아하는 그림책 작가 중 한 사람인 김동수님의 이름을 보고서야 서서히 마음의 빗장을 열고서 책을 넘겨보게 되었다.
이것 저것 재면서 까칠하게 까탈을 부렸던 나는 읽는동안 어느새 킥킥 웃음까지 난다. 이렇게 내마음이 냄비에 죽 끓듯이 변덕이 심하다니...ㅡ.ㅡ;;
하지만 분명 이책이 재밌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우선 책에 그려진 그림들에 눈길이 머물게 되는데 꼭 초등학교 학생이 그려놓은 듯한 들쭉날쭉, 삐뚤빼뚤, 그리고 어떤 그림에선 사람팔을 아주 기형적으로 길게 그려놓기도 한다. 기형적인 몸매를 가진 사람을 그리는 것은 초등학생들이 잘 하는 방법인데 작가는 책마다 꼭 그렇게 그린다. 정말 초등학생이 그린 것 같은 착각이 일어 정이 간다. 이것이 이작가의 기법인가보다. 독자의 친밀감을 유도하는 것(?)!.
더군다나 각 소제목의 앞장마다 그리고 중간 중간 실제 초등학생의 글씨체가 있어 아이들이 이책을 읽는다면 무척 편안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서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의 내용과 소재면에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수 있겠다. 할머니집이 시골에 있어 방학때마다 할머니집에 놀러갈 수 있는 아이들은 충분히 교감을 하면서 읽을 수 있을테고, 시골 할머니댁에 가고 싶은데 가고픈 시골이 없는 아이들은 이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좀 달랠 수 있으려나? 완전공감은 기대하기 어려워도 솔이네가 감자를 캐는 장면이나, 감자가 뿌리에 주렁 주렁 달린 모습, 망개 목걸이를 만드는 모습등 그림으로 아주 상세하게 나타내고 있어 아이들이 상상하기 편하게 해주고 있다.
주말마다 솔이네는 시골에 있는 할머니댁에 들러 할머니 혼자 하시는 농사일을 돕고 있다. 시골도 시골모습이지만 혼자 고생하시는 할머님을 위해 솔이네 부모님은 항상 본가를 찾으신다. 보통 주말에 가족끼리 야외로 놀러가기 바쁜데 솔이네 부모님은 그러시질 않으신다. 방학을 맞아 한때 잠깐 시골에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주말마다 할머님집을 찾는다는 대목이 무척 마음에 와닿았다. 그렇게 실천하기가 참 쉽지 않을텐데말이다. 그리고 할머니는 밭에서 자라는 농작물을 당신 자식 대하듯 하는 모습을 정감있게 잘 나타내고 있다. 그것을 지켜보고 제엄마한테 달려가 동생을 낳아달라는 표현을 할머니와 똑같이 하는 모습은 정말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솔이는 그렇게 할머니의 마음과 뜻을 제대로 받아들였나보다.
어릴적부터 살아온 우리친정집은 시골인지, 도시인지 구분이 안가는 어정쩡한 형태의 동네다. 그어정쩡한 동네에서 우리집은 농사도 짓지 않는다. 그러니까 울친정동네는 한 삼분의 일 정도의 가구만 농사를 짓고 나머지는 아마도 회사원인 집이 많다. 그래서 반시골인 동네에서 살았지만 농사를 짓지 않은 탓에 농사에 대한 참의미를 모른다. 내아이를 가끔 친정에 데리고 가면 다른집에서 잘 지어놓은 논으로 데려가 이것이 벼라고 말은 해주되 어떻게 농사를 짓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질 못한다. 그러니까 내아이도 나처럼 그냥 남의 집에서 지어놓은 벼나 농작물들을 그냥 구경하면서 지나가게 될지도 모른다. 구경만이라도 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게 여겨야할 일일지는 모르겠으나 농사짓는 분들을 바라보면 많이 씁쓸한 마음이 생긴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솔이처럼 시골에 대한 밝은 모습만 바라보며 자랄 수 있도록 이땅의 농촌이 얼른 부강해져야할터인데...
내아이도 솔이처럼 정겨운 시골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솔이처럼 망개목걸이를 만들어 내아이와 함께 서로의 목에 걸어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