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에 서커스가 왔어요 미래그림책 37
고바야시 유타카 글 그림,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같은 작가의 전쟁에 관한 그림책 두 권 중 이책은 최근에 나온 신작이다.
나는 사실 이그림책을 먼저 읽었다.
그래서 솔직히 이그림책만을 읽고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어느 나라의 이야기인지 감을 잡질 못했었다...헌데 먼저 출판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란 책을 다시 한 번 더 찬찬히 읽어보니 이책이 전해주려는 메세지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란 책을 먼저 읽어보고서 이책을 읽는다면 이책의 평화로움은 더욱더 아늑하고 아름답게 보일 것이며...마지막장의 반전은 더욱더 가슴 쓰라리고 허무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구만 마을의 가을 풍경은 몇 십 년전의 우리네 시골 마을의 모습과 흡사하다.
온통 황금빛으로 물든 가을 풍경의 마을은 들과 밭에서 일하는 어른들..그리고 일손이 모자라 어린 아이들까지 부모님을 도와드리는 모습은 우리의 옛모습이었고 지금의 우리네 시골모습일 수도 있어 친근감이 간다.
모두들 바쁘게 일하는 시골마을에 도시에서 흘러온 서커스단원들이 마을에 나타나 모두들 술렁인다.
제일 기대하고 흥분하는 사람들은 바로 아이들이다.
시골에서 온전한 놀이문화가 없는 아이들에게 서커스를 구경한다는 것은 얼마나 신나고 가슴 벅찬 일이겠는가!
서커스가 시작되면서 놀이문화에 흠뻑 빠져 있는 아이들과 어른들의 얼굴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
어둔운 전쟁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가 없다.
전쟁에 나가서 소식이 없는 식구들을 잠깐 잊고 모두들 서커스 놀이에 빠져든다.

 책에서 묘사된 서커스의 풍경들이 진풍경이다.
특히 회전그네와 회전열차의 모습들이 생소해 나 또한 옆에서 지켜보는 구경꾼들처럼 한참을 쳐다보기도 했다...그시절 외국에서 행해지는 서커스 문화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아이들은 많이 신기해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악사들의 연주에 합류해 피리 연주를 하는 말라드의 모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많은 감동을 받았다..말라드는 평소에 피리 연주를 하면서 전쟁에 나가신 아버지를 항상 그리워하면서 곡을 연주했을 것이다. 그간절한 마음이 피리 연주를 듣는 모든 관중들의 심금을 울렸을 것이고 곡이 끝났을 적엔 관객들이 모두다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쳐댄 것이다.
어린나이에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것도 안쓰럽지만...아버지를 생각하며 피리연주를 한 말라들의 연주가 귀에 들리는 듯하여 마음이 몹시 괴롭기도 하다.
그래서 결국 야모의 친구 말라드는 서커스단을 뒤따라 가기로 결심한다...이유는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보면 아버지를 혹여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아버지 소식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간절한 마음에 말라드는 서커스단을 따라다니기로 결심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해 겨울 흰 눈이 내렸다....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다음해는 풍년이 든다는 속설을 마을 사람들은 굳게 믿고 희망을 품어보지만....이듬해 봄을 맞기전에 전쟁으로 인해 마을은 파괴되고...사람들은 모두 다 피난을 가버려 마을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다는 문구는 가슴을 을씨년스럽게 만든다.
분명 이책의 첫장은 황금빛으로 물든 풍요롭고 아름다운 모습의 마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을 다 앗아가버렸다.

 이책은 전쟁의 참혹성과 잔인성을 세세하게 묘사한 것이 아니라 책의 도입부분을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먼저 눈으로 보여주면서 이것의 반대되는 것은 바로 전쟁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식시켜준다.
그러니까 반전의 효과를 주는 셈이다.
전쟁 그림책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 수 있는가! 라고 따지고 싶지만.....책을 다 덮고 나면 오히려 더 전쟁의 가슴아프고 잔인함을 서서히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무서운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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