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반납할 책을 가지고 학교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휴가 날 학교가는 일은 놀기 좋아하는 저로서는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갔습니다. 연체비가 1500원 이었거든요. 아차하면 3000원이 될 판이지요.
그래서 갔습니다.
버스를 타고 한참 가고 있는데 웬 잘생긴 청년하나가 버스에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잘생긴 젊은 청년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기 마련...
얼마나 귀엽게 생겼는지 봉 잡은 기분입니다. 하하하
그런데 이 청년... 고 암팡지게 귀여운 가슴에....
집 없는 아이들 집 지어 주고 놀아주고 한다는 국제 봉사단 모금함이 안겨 있습니다.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에 가슴 무너지는 감동을 받은 매직...
예쁜 청년이 든 모금함에 무겁지 않도록
지갑 속 지폐를 탈탈 털어 주려 지갑을 꺼내 들었습니다.
저의 아름다운 액션에 감동 먹은 학생은 예쁜 미소를 지으며
저에게 미끄러지듯 다다닥.....다닥걸음으로 다가왔지요.
어머 넘어 지면 어떻해요 조심하세요.
걱정마요 여자가 지갑을 열었으면 돈**은 한번 떨어 봐야 하는 법
저, 이미 당신의 가슴을 본 후부터....
오늘의 돈 **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 뿐이라고 마음먹었거든요.
돈 ** 밖에 할 수 없는 오늘의 현실이 가슴아프지만.....
제 모든 것은 이미 당신의 것.....
모든 말은 가슴에 묻고 당신에게 드릴 수 있는 것만 다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나 이일을 어째.... 매직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얼굴도 발그레해진 것 같습니다.
손도 떨리고...
허둥지둥....
나..... 바보 같았죠 ...
왜, 왜냐구요 ?
지.... 지갑 속에는
하이얀 영수증만 가득 했거든요.
어제 밤늦게 동생을 꼬드겨 맥주 마시러 나갈 때 지갑에 있던 지폐를 몽땅 꺼내
어제 입고 있던 원피스 앞 주머니에 넣어 둔걸 그만 깜박했던 거지요.
어머 이 일을 어쩌나.....
그래도... 다행입니다.
청년이 웃었거든요.
빈 지갑을 까뒤집고 뻥하게 허둥대던 저도...
저도 그만 그 청년 따라 웃어버렸습니다.
그래도 빈손으로 보낼 수야 있나요. 그럼요 그럴 수야 있나요.
당신의 미소는 너무 아름다웠거든요.
저는 요즘은 손 지갑만하게 나오는
거므스름한...... 그 그거
아 ! 카드 체크기....
당신 등에 진 커다란 가방 속에 숨겨두었을 그걸 기대하며
손가락으로 가만히.....
카드를 가르키며 아주 살짝 웃었습니다.
아..... 어젯 밤 새로 바른 매니큐어,
둘째 손가락이 제일 예쁘게 발렸던 건
아마 운명이겠지요.
어머나 그런데 어쩌나
청년이 고개를 좌우로 흔듭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그래도 당신이 웃으니 저는 좋습니다.
그런데 저 로서는 정말 다행입니다.
그 카드..... 지갑에서 꺼내고 보니
저번에 적립금으로 잡지사고 지갑에 그냥 둔
교봉 북클럽 카드네요
청년은 그 다음 정류소에서 내렸습니다.
청년은 바보 같은 저를 탓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만 가득하세요....."
아.... 그런데 저 당신의 이름표를 보고 말았습니다.
**...
아니 왜 하필 당신의 이름은 ** 입니까 ?
**, **, **....
어느새 당신의 모습이 멀어져 갑니다.
당신은 또 다른 차에 오르겠지요.
나쁜 사람....
지갑과 가방 속 널부러진 잔돈을 다 찾아 세어보니 이천 오백원이 나옵니다.
천 오 백원 연체료 내고 나머지는 하드 사먹었습니다.
쮸쮸바 하나에 오십원하던 옛날이면 20개나 먹을 수 있을 텐데
아쉽습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
다시 제 주머니는 비었습니다.
그런데...
어머나...
공돈이 오천원이나 생겼군요.
이 돈으로 차비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참 좋습니다.
집엔 어떻게 가냐구요 ? 걱정마세요
교통카드엔 잔액이 이 만원이 넘게 남아있거든요.
8월 의 햇살이 유난히 뜨거운 여름 날
그 속에서 저 매직.. 실존하였습니다.
오늘은 복날입니다.
알아서들 몸보신 잘 하시구요....
오늘을 위해 온몸을 내 던진 이 세상의 모든 경공과 계공들에게
이 모든 영광을 함께 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