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 열차
헤미 발거시 지음, 크리스 K. 순피트 그림, 신상호 옮김 / 동산사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미국의 도서 위원회에서 <주목할 만한 어린이 책>..<우수 아동 도서>...<베스트 북>등 여러개의 타이틀이 이책의 앞표지에 자랑스럽게 적혀 있어 무척 기대를 하면서 첫장을 펼쳤다....
낯설면서도 친근한 수채화와 수미라는 여자주인공을 접하면서 순간 당황했다....
내가 지금 미국동화를 읽고 있는건지...감을 잡지 못하여 다시 작들을 살펴보았다...
헤미 발거시라는 작가는 어렸을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미국에서 아동문학가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고...크리스 K. 순피트라는 일러스트는 어렸을적 외국으로 입양된 사람이었다...둘다 우리네의 정서를 기본바탕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셈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6.25의 아픈과거가 배경이 된것이구나!! 라고 생각했다...그리고...약간은 흐뭇한 기분도 들었던것같다...한국계의 작가들이 쓴 동화가 미국내 여러곳에서 찬사를 받았으니..내일인양 기쁘기도 했다...^^

하지만....역시 한국땅에서 성장하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엿보이는 작품이다....설렁 설렁 보기엔 그렇구나~~ 한국의 6.25란 전쟁이 났었고..사람들은 기차를 타고서 피난을 떠났고....그랬구나~~~ 할수도 있겠지만...정작 한국사람들이 이동화를 읽게 되면 많이 의아스럽고, 어설퍼보인다...꼬투리를 잡자면 한도 끝도 없어보인다...이미 앞서 여러사람들이 꼬집어놓은 16쪽의 그림이 엄청 낯설다..쪽지지 않은 외할머니의 모습....숟가락도 없이 젓가락으로만 밥을 먹는 식구들의 모습....상위에 올려진 신선로를 보고서 조금 뜨악했다....또한 수미의 엄마가 돈을 벌러 간다고 군대에 갔다는 글을 처음엔 몇번을 잘못 읽은줄 알고 다시 읽어본 대목이다...우리네 정서로 받아들이기겐 아주 낯선 장면이 아닐수없다...그리고 글의 시대상으로 볼때는 1970년대나 1980년때쯤으로 되어 보이는데...수미네 집안 살림살이를 보면 아주 부유해보이는 집안이다..오븐도 있고....평범한 가정집에서 가지고 있지 않았을 가제도구들이 유독 눈에 띄었고..또한 수미는 흔들의자에도 앉아있다...부유해보이는데 엄마가 돈을 벌러 굳이 먼곳의 군대에 들어가야할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그시절에 저정도의 살림살이면 아주 부유한 집안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래도 작가들은 어린시절 직접 한국인의 정서보다는 미국인의 정서에 이미 길들여져 있기에 몇가지의 많은 허점이 드러나보인다....하지만...이러한 잘못된 그림들을 하나,하나 꼬집어내는 나자신을 이동화의 내용의 깊이가 이미 나를 부끄럽게 만들어주었다....

비록 6.25라는 전쟁이 우리네의 아픈 과거이자 고통의 시간들이었지만....숨기지 않고 그것을 드러내어 잊고 살아가는 우리를 다시 각인시켜준 그도전정신이 젊은 세대의 작가들이 표현하기가 힘들었을텐데도 담담하게 잘 표현해주어 높이 살만하다...

나도 6.25를 직접 겪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전쟁은 이렇다 저렇다라고 말할 입장은 못된다...나는 그저 전쟁은 아주 나쁘다는것....이세상에 일어나면 절대 안되는것쯤의 강도를 느끼고 있지만..직접 전쟁을 겪으신 분들은 전쟁은 아주 공포스러운것, 다시 겪고 싶지 않은것, 끔찍한것, 가슴 아리는것등으로 기억하고 계신다...
우리 시어머님은 8살 되던해에 전쟁을 겪으셨다....학교에 간다고 갔더니 모두 해체되어 선생이고 학생이고 아무도 없더란다....어린나이지만 무언가 다급해졌음을 느꼈다고 하셨다...그리고 그후로 어머님은 교육이란걸 받지 못하신듯하다...무슨 소리만 나면 겁이 나서 한참을 집안에 숨어 있으셨다고 하셨다..
시아버님은 고향이 전북 부안이셨는데....밤만되면 산에서 빨갱이들이 마을로 내려와 먹을것들을 훔쳐갔다고 한다...시큰어머님이 제사를 지내신다고 제사상을 차려놓으니..빨갱이들이 내려와 자기들이 제사를 대신 차려주겠노라고 하면서 제사를 지내지도 않은 음식들을 모두 빼았겼다고 하셨다...제발 제사만이라도 지내고 가져가라고 애원을 해도 들은체를 하지 않더란다...그래서 시큰어머님은 군인모자 비슷한 모양의 모자만 보아도...심지어 바가지를 머리에 덮어쓴것만 보아도 오금이 저리고 손이 떨려 제대로 고개를 못드셨다고 한다...도저히 공포심에 살수가 없어서 큰아버님 두분의 가족들은 짐을 싸들고 부산으로 내려와 사셨다고 한다...
나의 친정쪽의 부모님들은 경남지역에 사셔서 다행히 크게 전쟁을 경험하진 못하셨지만....그래도 피해는 입었다....친정아버지 바로 위의 큰아버지께서 공부하신다고 지리산 밑의 어느 작은 절에 들어가셨는데...밤에 빨갱이들한테 몽둥이로 맞아죽으셨다고 말씀하셨다...ㅡ.ㅡ;;

전쟁을 비록 어린시절에 겪으셨던 우리부모님들네와 그이야기를 전해듣는 우리네 세대들이 생각하는 전쟁에 대한 개념이 무척 틀릴것이다...물론 공통적인 막연한 두려움과 공포심을 일치하지만...절실하게 느끼고 마음아파하는 부분은 분명 다를것이다....지금 현재도 세대들간의 갭이 크게 벌어지는데...우리세대밑에서 자라난 우리네 자식들과의 갭은 더많이 벌어져 있을것이다....우리네 아이들은 전쟁을 동화로밖에 접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이야기로 전해듣고 동화로 읽고 있는 나자신도 오늘 이책을 읽으니....무덤덤했지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피난기차에서 자식과 아내를 기차에 태우고 홀로 군대에 간다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정말 가슴이 찡했다.....나는 아이엄마가 되고부터 자식과 부모가 헤어지거나 자식에 관한 슬픈장면에선 어찌나 주책없이 눈물을 쏟아내는지!!...이동화책도 남편과 헤어지는 상황에 자식들을 붙잡느라 손한번 흔들어주지 못하는 아내와....어린나이지만 아버지와 헤어지는것을 감지한 아들이 아버지를 불러대는 대목에선 목에서 뜨거운것이 올라왔다....전쟁으로 인해 가족간의 생이별을 겪어야 했던 그상황들이 조금은 피부에 와닿는듯하다....이런동화를 읽고 자라는 아이들도 내가 느끼는 감정의 십분의 일이라도 느낄수 있다면.....나는 그것으로도 족하다고 생각한다...그리고 이땅에...아니 세계 어느곳이든 전쟁이란것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는것이란걸 어린시절부터 심어주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눈 6.25전쟁도 실은 우리네의 부끄러운 과거이지만...이제는 그것을 드러내어 만인들이 전쟁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줄수 있다면....부끄러워도 이젠 드러내어야할때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