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항아리 - 솔거나라 전통문화 그림책 6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2
정병락 글, 박완숙 그림 / 보림 / 1995년 1월
평점 :
절판


아이를 낳고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한달간 하고서 아이를 안고 우리집으로 들어와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무릇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간다는것 자체가 새로운 삶이 될수도 있겠지만....나의 경우는 결혼하여 신접살림을 먼 타지에서 차려 살다가....아이를 가져 본가로 내려와....시댁과 합치면서 좀더 넓은집을 얻어 이사를 하였다....그래서 엄마라는 꼬리표와 또다른 며느리로서의 꼬리표를 달아 한꺼번에 두개가 된셈이었다.....

시댁과 합쳐사는것에 여러가지 내나름의 계산(?)이 있었는데.....중에 하나가 내아이에게 조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심어주고싶은 욕심도 있었다.....하지만 그런 욕심에 앞서 나의 이기적인 욕심이 먼저 앞서는지라 시부모님과 나의 의견은 종종 의사소통이 안되어 솔직하게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가 쌓이는때가 있었다....이것,저것 내가 하고 싶은것과 꾸미고 싶은것은 시부모님 눈에 안찰때가 있었을테고...나또한 시부모님이 애지중지 아끼시는 물건이 자리만 차지한다고 생각할때도 있었다....그중에 하나가 바로 이항아리였다....단독주택에서 사시면서 소중하게 사용해오신 항아리와 간장,고추장단지들을 아파트에 다 가져오셨다....좁은 베란다가 안그래도 그것들로 인해 더좁아 보였고....또한 사다먹기 아깝다고 장을 직접 담그시기도 하시는데....젓갈이나 장냄새가 베란다에 배겨서 빨랫감까지 장냄새가 다 베겼다.....직접 말씀은 못드리겠지만.....빨래를 말릴때 조금씩 나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이거 그냥 버리면 안되나?'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익숙해지니 나도 별 신경을 쓰지 않게 되던 차에.....보림에서 솔거나라 시리즈책이 있다는것을 눈여겨 보아왔었고.....그리고 여러님들의 리뷰를 통해서 이책을 옳거니!! 하고 구입하였다....두돌이 다되어가는 우리아이에게 좀 무리가 아닐까??걱정을 하며 책을 읽어주었더니....의외로 재미있어하였다.....두돌전후로 아이들은 줄거리가 있는 책에 관심을 가진다고 하더니 그래서 우리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가장 중요한건 바로 우리집 베란다에 있는 이항아리들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책을 다 읽고나서 아이를 베란다에 데리고 가서...."봐봐~~ 이게 바로 항아리란다....항아리한테 인사해봐!!....여기 단지한테도 인사해봐!!"했더니 눈을 똥그랗게 뜨고서 항아리들을 유심히 쳐다보았다.....그뒤로 이책만 읽으면 바로 베란다로 직행한다....항아리를 손으로 만지면서...."안여~~"하며 손을 흔들기도하고....조그맣고 볼품없는 항아리가 모양예쁜 항아리들한테 못생겼다고 핀잔받아서 고개를 떨구고 훌쩍거리면서 다른곳으로 걸어가는 그장면을 흉내를 내기도한다.....항아리를 보고서 막 손가락질하면서 야단을 치다가 금방 얼굴을 찌푸리면서 "잉~잉~"우는 흉내를 내면서 말이다.....^^

옆에서 보고 있자니....귀엽기도하고...우습기도 했다.....이러한 아이의 귀여운 모습을 직접 보게 해준 이항아리란 놈이 갑자기 얼마나 소중하고 고맙게 느껴지던지!!......또한 어머님의 고집이 우리아이에게 좋은 학습현장을 만들어주신것이라 더욱더 고개가 숙여졌다.....나는 여지껏 우리것이 소중하단 것을 말로만 외치고 있었지!!....실은 세차게 외면해버린 사람들중 한사람이었던 것이다...내아이앞에서 참 부끄러웠었다.....이러한 내가 나중에 아이가 좀더 컸을때 "우리것이 소중한것이야!!"라고 어찌 가르칠수가 있겠는가??.....실로 중요한것을 깨닫게 해준 책이다.....그래서 책꽂이에 무수히 많은 책중에서 아이가 즐겨 가져오는것을 보면서 나는 더욱더 반성을 하게 되면서도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이책을 재미있어하니 고맙게 느껴지기도 했다....

요즘 이책의 내용 한장면을 가지고 역할극을 하는데....내가 아이를 보고서 "너 왜 그렇게 못생긴거니??"하고서 소리를 질러본다.....그러면 아이는 "잉~잉~" 우는 흉내를 낼때...."미안해~~ 넌 소중해~~"하면서 아이를 안아주면 아이는 좋다고 함박웃음을 웃는다....아이를 안아주면서 나는 항상 생각해본다.... 아이는 과연 이항아리처럼 하찮고 볼품없는 모양새일지라도 그모든것은 나름대로의 소중한 제각각의 역활이 있다는것을 가슴속으로 느끼고 있을까?? 아마도 구체적인 형상은 아니지만...이책을 통해서 나름대로의 진리를 충분히 느끼고 있다고 믿어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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