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독
박완서 지음, 민병일 사진 / 열림원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몇 년 전 지인의 시어머님 사진을 들여다 보면서 감탄했던 그때가 줄곧 떠올랐다.
그 분의 시어머님은 연세가 꽤 있으셨던 것 같았는데 네팔을 여행중이셨는데 여행 장소에 순간 놀랐었고,아름다운 산을 배경으로 하늘하늘한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건강하게 웃고 계신 모습이 너무 생동감이 넘쳐 순간 경외심이 들 정도였었다.

그 분의 시댁 이야기를 간간히 듣고 있노라면 참 특별하고 애틋하게 들려 꼭 영화같다는 생각도 들었고,홀시어머님께 큰며느리로서 사랑을 듬뿍 받는 모습이 진기하고,부러웠고,
가족이란,특히 고부간의 모습이란,
저런 모습이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전해 듣곤 했었다.
그래서 그 분 시어머님의 네팔 여행 사진을 처음 들여다 보았을때, 시어머님의 인품까지 느껴지는 좀 특별한 사진으로 다가왔으며,네팔이란 나라마저 좀 더 특별하고,푸근하며 아름답게 느껴졌던 것 같았다.

고 박완서님의 이 책이 그렇게 그 분의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신 시어머님의 사진을 보며 귀한 마음이 들었 듯 그렇게,귀한 마음이 애틋하게 나도 모르게 드는 듯 했다.

책은 20여년 전 민병일 시인을 비롯한 일행 몇 분들과 티베트와 네팔을 같이 여행 하면서 쓴 여행에세이다.
글은 박완서 작가님이 쓰셨고,사진은 민병일 시인님이 찍으셨다.

김동률 가수를 좋아하는데 가수의 노래 중 ‘출발‘ 뮤직 비디오를 보면,카메라 속 배경이 티벳인지 정확히 알순 없으나,책의 사진에서 본 비슷한 풍광들이 카메라에 담겨 있어 내내 그곳 사람들의 선한 웃음들이 따라다니는 것 같다.
재작년 여름휴가철엔 수업을 듣던중 일행 중 한 분이 이번 휴가때는 친구와 함께 몽골쪽으로 다녀오겠단 소리에 얼른 고개를 들어 그 사람을 다시 바라본 적 있었다.
여차 여차한 이유가 있어서인지,내겐 그쪽 나라들에 대한 동경이 생긴 듯하다.
그래서 늘 남다르게 바라보는 나라 중 한 곳이다.

고 박완서 님의 글들은 꼿꼿하고 수수하여 더욱 그 나라들에 대한 이미지를 경건하게 심어 준다.


이 사원을 나오면서는 그래도 하나 새롭게 깨달은 게 있었다.
그것은 이 나라 사람들이 줄창 입에 달고 있다시피 한 진언 ‘옴마니반메훔‘ 에 대해서인데, 직역하면 ‘연꽃 속의 보석이여‘라는 뜻이 된다기에 식물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과 광물에서 아름다운 것의 이름을 줄창 입에 달고 있음으로써 현실의 구질구질함을 극복하는 한편,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정신을 정화하는 힘을얻고 싶은 갈망이 만들어낸 주문이려니 했다.

시늉을 했더니 그 자리에서 벗어주었다.
그는 물론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런 일을 겪고 나니 구걸하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비루한 거지 근성만 같아서 넌더리가 났었는데 그게 있는 자에 대한 당당한 요구였다면 어쩔 것인가.
이래저래 티베트는 신비의 나라라기보다는 나에게는 난해한 나라였다. 국경이 가까워서 그런지 중국 군인과 군대가 주둔한 건물이 많은 것도 팅그리 지방의 특징이었다. 중장비차를 가지고 도로를 건설하고 있는 것도 군인들이었고, 공무원이나 상인들이 한족 일색인 것도 이쪽이 더 심한 것 같았다.
제 땅을 다 중국한테 내주고 순례만 하면 제일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유목민이나 순례자들의 순하디순한 표정에 비해 대체적으로 거만하고 방약무인해 보이는 한족들을 보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땅이 남의 식민지였을 때, 우리나라에 들어 와 요직과 부를 차지한 일본인들의 표정도 그렇게 방약무인했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이 작은 도시 여기저기 뒹구는 게 화석 연료의 마지막 쓰레기인 비닐 조각,스티로폼 파편,찌그러진 페트병 따위 등 생전 썩지 않는 것들이었다.
뚱뚱한 식당 주인 나무랄 자격은 아무에게도 없었다. 우리의 관광행위 자체가 이 순결한 완전 순환의 땅엔 모독이었으니. 당신들의 정신이 정녕 살아 있거든 우리를 용서하지 말아주오, 랏채를 떠나면서 남길 말은 그 한마디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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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1 10: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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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1 1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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