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알고나도 알고 있어. 걷는 것 말고는 하는 일도 없지만 그저 같이 있어서좋다는 것을, 어딜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저 헤어지기 싫어서 이러고 있다는 것을.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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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트는 건강한 정치적 공동체를 위해서는 신체적 이동의 자유만큼 정신적 이동의 자유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신적 이동의 자유는 어떤 사태를 하나의 관점에서만 보지 않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에 기초한다. - P118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우리를 불아하게 만든다. 불안한 사람들은 의견의 혼돈에서 그 이유를 찾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절대적 진리를 구한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갈등과 충돌이 두려워 절대적 진리를 구한다면, 그것은 곧 정치를 떠나는 일이다.
- P121

정치적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도 진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소크라테스적 무지의 평등주의이다.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른다는 태도는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최대의 조건이다.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 P127

우정의 정치적 요소는 진실한 대화 가운데 친구들이 상대방의 의견에 내재된 진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인격이 단순한 친구이상의 존재라면 그 친구는 비록 한 인격으로서는 영원히 동등하지않고 다르겠지만, 그 친구에게 공통의 세계가 어떻게 나타나고 또구체적인 모습으로 보이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세계를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는 이런 이해는 최고 수준의 정치적 통찰이다. 한나 아렌트 [정치의 약속] p.46 - P128

그러므로 소크라테스와 아렌트의 관점에서 보면 정치적 공동체에서 중요한 것은 진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하게 말하는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진실하게 말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모순되지 않고 일치한다는 것을 말한다. ... 그렇기 때문에 소크라테스는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존재가 되라 (Be as you would liketo appear to others)."라고 권유한다. 자기 자신과 일치하려면 다른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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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주의적인 키치 왕국에서 대답은 미리 주어져 있으며, 모든 새로운 질문은 배제된다. 따라서 전체주의 키치의 진정한 적대자는 질문을 던지는 사람인 셈이다. 질문이란 이면에 숨은 것을 볼 수 있도록 무대장치의 화폭을 찢는 칼과 같은 것이다. 사비나가 테레자에게 자기 그림의 의미를 이런 식으로 설명했다. 앞은 이해 가능한 거짓말이고 그 뒤로 가야 이해 불가능한 진실이 투명하게드러난다.
그러나 소위 전체주의 체제에 대항하는 사람은 질문과 의심을 가지고 투쟁할 수 없다.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이해되어야만 하고 집단적인 눈물샘을 자극해야만 하는확신과 단순화된 진리가 그들에게도 필요한 것이다. - P417

사비나는 다시금 배신의 길로 들어설 것이며 이따금 그녀 가슴 깊은 데에서 행복한 가족이 살고 있는 환한 두 창문에대해 이야기하는 우스꽝스럽고 감상적인 노래가 존재의참을 수 없는 가벼움 속에서 울려 퍼질 것이다.
그녀는 이 노래에 감동하지만 자신의 감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녀는 이 노래가 아름다운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키치는 거짓말로인식되는 순간, 비-키치의 맥락에 자리 잡는다. 권위를상실한 키치는 모든 인간의 약점처럼 감동적인 것이 된다. 왜냐하면 우리 중 그 누구도 초인이 아니며 키치로부터 완전하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무리 키치를 경멸해도 키치는 인간 조건의 한 부분이다.
- P421

그녀는 격분해서 대답했다. "나의 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키치예요!"
그 후 그녀는 자기 약력을 애매모호한 문구로 감쌌고미국에 와서는 드디어 자기가 체코인이라는 사실조차감추는 데 성공했다. 사람들이 그녀의 삶을 가지고 만들어 내려고 했던 키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처절히 노력해야만 했다. - P418

"오로지 우리를 위해서 밖에 나온 거야. 카레닌은 산책할 생각이 없었던 거야. 단지 우리를 즐겁게 해 주려고 온 거야."
그녀가 한 말은 슬펐지만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그들은 행복했다. 그들이 행복한 것은 슬픔을 무릅써서가 아니라 슬픔 덕분이었던 것이다.  - P484

낙원에 대한 향수, 그것은 인간이 인간이고 싶지 않은 욕망이다.
- P489

그것은 이해관계가 없는 사랑이다. 테레자는 카레닌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랑조차 강요하지 않는다. 그녀는 인간 한 쌍을 괴롭히는 질문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그가 나를 사랑할까? 나보다 다른 누구를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보다그가 나를 더 사랑할까? 사랑을 의심하고 저울질하고 탐색하고 검토하는 이런 모든 의문은 사랑을 그 싹부터 파괴할지도 모른다. 만약 우리가 사랑할 수 없다면, 그것은아마도 우리가 사랑받기를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말해, 아무런 요구 없이 타인에게 다가가 단지 그의 존재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사랑)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 P491

카레닌이 개가 아니라 인간이었다면 틀림없이 테레자에게 오래전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봐, 매일같이입에 크루아상을 물고 다니는 게 이제 재미없어. 뭔가 다른 것을 찾아 줄 수 있겠어?" 이 말에는 인간에 대한 모든심판이 담겨 있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라고 테레자는 생각한다. - P492

토끼로 변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그가 힘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부터 두 사람 모두에게 더 이상 힘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들은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에 맞춰 스텝을 밟으며 오고 갔다. 테레자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안개 속을 헤치고 두 사람을 싣고 갔던 비행기 속에서처럼그녀는 지금 그때와 똑같은 이상한 행복, 이상한 슬픔을느꼈다. 이 슬픔은 우리가 종착역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행복은 우리가 함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 P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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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쾌락을찾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찾아. 행복 없는 쾌락은 쾌락이아니야." - P343

이 은유가 위험하다는것을 나는 이미 말한 적이 있다.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 P343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영원회귀 속에서 셀 수없을 정도로 무한히 반복되어야만 한다는 듯 행동했으며 자신의 행위에 대해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는 것이 틀림없다. - P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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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정심보다 무거운 것은 없다. 우리 자신의 고통조차도, 상상력으로 증폭되고 수천 번 메아리치면서 깊어진, 타인과 함께, 타인을 위해, 타인을 대신해 느끼는고통만큼 무겁지는 않다.
- P58

따라서토마시를 테레자에게 데려가기 위해 여섯 우연이 연속적으로 존재해야만 했고, 그것이 없었다면 그는 테레자에게까지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그녀 때문에 보헤미아로 되돌아왔다. 이렇듯 치명적 결정은 칠 년 전 외과 과장에게 좌골 신경통이 없었더라면 존재하지도 않았을 우연한 사랑에 근거한 것이다. - P65

그런데 어떤 한 사건이 보다 많은 우연에 얽혀 있다면그 사건에는 그만큼 중요하고 많은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우연만이 우리에게 어떤 계시로 나타날 수 있다. 필연에 의해 발생하는 것, 기다려 왔던 것, 매일 반복되는 것은 그저 침묵하는 그 무엇일 따름이다. 오로지 우연만이웅변적이다. 집시들이 커피 잔 바닥에서 커피 가루 형상을 통해 의미를 읽듯이, 우리는 우연의 의미를 해독하려고 애쓴다.
- P86

인간은 가장 깊은 절망의 순간에서조차 무심결에 아름다움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삶을 작곡한다.
- P92

그런데 사비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아무 일도 없었다. 그녀는 한 남자로부터 떠나고 싶었기 때문에 떠났다. 그후 그 남자가 그녀를 따라왔던가? 그가 복수를 꾀했던가? 아니다. 그녀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지금까지는 배반의 순간들이 그녀를 들뜨게 했고, 그녀 앞에 새로운 길을 열어 주고, 그 끝에는 여전히 또 다른 배반의 모험이 펼쳐지는 즐거움을 그녀의 가슴에 가득 채워 주곤 했다. 그러나 여행이 끝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부모, 남편, 사랑, 조국까지 배반할 수 있지만 더 이상 부모도 남편도 사랑도 조국도 없을 때 배반할 만한 그 무엇이 남아 있을까?
사비나는 그녀를 둘러싼 공허를 느꼈다. 그리고 바로 이 공허가 그녀가 벌인 모든 배신의 목표였다면?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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