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에게 고하는 이별 <
물 끓는 소리만큼
경쾌한 동작으로
너의 견고한 빛 한 스푼을
향기 가득 퍼
바람 이는 마음에 담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널
맡고 담지 않으면
나의 세포는
강박증이라도 앓는다.
하지만 이제 널
잊을까 한다. 서서히......
너에게 속박된 나
너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중독된 인연을
벗어나려한다.
검은 바다의 내밀함으로
아찔한 거품의 유혹으로
나를 달래는 허망함이기보다
날 선 바지주름같은 명징함으로
세상의 공기를 노래하련다.
(2004. 6.19)
저도 하루에 한 대여섯 잔 정도의 커피는 마시는 것 같아요. 오래동안 앉아서 가만히 집중해야 하는 일이 많은 편인지라 잠시의 여백마다 쉽게 만날 수 있는 커피가 큰 위로가 되곤 하죠. 겨울이면 몇 백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뽑아서 두 손에 가만히 쥘 때 온 몸으로 퍼지는 온기와 녹아내리는 몸의 느낌을 넘 좋아합니다.삶을 살아가며 뭔가에 중독된다는 것은 힘겨우면서 동시에 커다란 축복인 것 같습니다. 집중할 수 있는 무엇보다는 집착하게 되는 무엇으로 인해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죠.집착으로 인해 마음을 빼앗기고 잊으려 고개 저어도 마음이 가는 무엇인가가 그 고통의 무게 만큼 행복을 안겨주는 것 같네요. 제 일상에서 저를 중독시키는 무엇인가가 줄어가면서 아 이렇게 나이를 먹는 건가 싶었습니다. 제 삶에서 저를 중독시키는, 집착하게 하는 무엇인가가 죽는 그 날까지 남아있기를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