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교회 전통에서의 신화(theosis) / John Meyendorff

이 글은 오늘날 서방 기독교를 기독교 자체와 동일시하는 경향으로 인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동방교회 전통에 대해 관심을 둔다. 저자의 말처럼 동방교회 전통이 오히려 교회사의 첫 천 년간 영적으로나 지적으로도 주도적 역할을 해왔고, 오늘날 서구의 세계관들이 심각한 도전을 받는 맥락 속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저자는 그 동방교회 전통 중에서 神化라는 독특한 신학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도론, 구원론, 죄론, 성령론, 그리고 삼위일체 신론과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규명하고 또한 神化에 대한 오해를 제거한다.


저자는 아타나시우스의 유명한 표현을 통해 첫 부분을 시작한다. "인간이 신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하나님께서 인간이 되셨다" 바로 이 표현이 받았던 오해처럼 神化라는 개념이 신플라톤 철학의 언어이기 때문에 범신론, 혹은 철학적 사변의 산물인 것처럼 오해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神化는 오히려 근본적으로 그리스도 중심적이고 종말론적인 개념이라고 한다. 여기서 그리스도 중심적이라 함은 神化라는 개념이 "그리스도가 말씀(Logos)이면서 모든 피조된 인간의 본보기"(p.324)라는, 동방교회 전통의 독특한 그리스도론에 근거한다는 의미이다. 그는 "그리스도가 완전한 하나님이시기에 완전한 인간"(p. 324)이라고 한다. 바로 神化의 모범으로서의 그리스도론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신성과 인성의 완전한 연합이 본보기로 제시된 것처럼 인간은 神化를 통해서 자신의 궁극적 운명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神化의 모범인 그리스도론은 서방교회와는 다른 동방교회 전통의 죄론과 구원론에 근거한다. 동방전통에서 죄는 아담의 죄에서 시작된 원죄와는 달리 아담의 죄에 의해 피조세계가 사탄의 지배에 놓이게 되었다는 개념이다. 이것은 인간이 된 하나님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해결된다. 이때 "구원은 죄와 사망으로부터의 해방일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본래의 운명-"하나님의 형상"이 되는 것-을 회복하는 것"(323)이다. 동방전통이 인간성에 대한 절대적 부정인 원죄 개념을 거부하고 동시에 구원을 출발점(from)만이 아니라 완성을 향한(to) 지향성으로 꼴짓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神化의 가능성이자 토대로 제시되는 나머지 한 축은 보혜사 성령이다. 저자는 성령을 제외하고는 그리스도의 정체성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는 '진리의 영'이라는 부분에서 성령을 개인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공동체 내의 관계성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신앙이 개인적인 체험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성령의 개인성은 중요하지만 그것에만 제한될 수 없다. 특히 성령은 교회론의 절대적 근거로서 분별과 판단의 기준이 된다. 교회의 성직구조나 체제를 거부하지 않지만 판단과 분별의 최종적 권위는 성령에게만 속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 "성령의 신적 임재가 인간 안에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고 세상을 구원하는"(p. 327) 神化의 근원이 된다.

그리스도론에서 출발하여 성령론으로 이어지는 神化에 대한 설명은 "하나와 셋"이라는 부분에서 결국 삼위일체론으로 확장된다. 하나님을 삼위일체로 보는 것은 동시에 하나님을 인격으로 관계맺는 위격들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위격적 삼위일체론에서 神化는 "신적 생명 안에 인간들이 받아들여지는 것으로서 그것 자체가 이미 자기들의 상호관계 안에 인간을 영접하시는 세 개의 영원하신 위격들 사이의 사랑의 교제"(p. 328)라고 본다. 결국 성령의 임재를 통해서 神化된다는 것은 신적 생명 안에서 나누는 사랑의 교제에 참여하는 것를 의미한다. 또한 삼위일체 하나님이 개인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모범이기에 神化는 인간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유지하고 상호 보완성과 사랑 안에서 이뤄진다.

저자는 삼위일체의 생명에 참여하는 것(神化)이 범신론도 하나님과 본질적으로 융화되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피조물에게 하나님의 본질은 여전히 절대적으로 초월적이기에 부정에 의해서만 표현될 수 있고-부정의 신학, apophatic), 삼위일체의 생명에 참여하는 것은 본질의 융합이 아니라 하나의 은사라는 것이다. 이렇게 삼위일체 하나님과 하나되는 神化는 그 초월성을 유지하기 위해 비인격적 융화를 거부하면서 본질과 에너지를 구분하고, 신적 교제의 실체성을 위해 위격적 삼위일체론으로 개념화하였다.

결국 神化는 그리스도의 모범를 따라 성령의 힘으로 완전한 인간을 이뤄 삼위일체의 사랑의 교제에 참여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기존의 전통적인 서방 개신교 전통이 칭의로서의 믿음을 강조하면서 성화의 과정이 약화되었던 한계성에 대해 보완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전통적인 기독교 진리에 토대를 두고 있다. 즉, 하나님의 초월성과 삼위일체의 인격적 관계에 근거하면서도 서방기독교 전통에서 볼 때 새로운 차원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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