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는 모름지기



-죽재 서남동-



신학자는 모름지기
거리를 오갈적에
빌딩 숲을 보기보다는
돌담 밑에 핀
풀잎 향기를 맡을 줄 알아야 한다.

신학자는 모름지기
책방을 서성이기보다는
마을 어귀에 서서 노인들과 장기 한 판을 두고
농부들과 막걸리 한 잔
얼큰하게 마실 줄 알아야 한다.

신학자는 모름지기
문자에 갇혀 있지 말고
손끝으로 우주를 가르키고
쌀한톨속에 미소짓는 그리스도를
몸으로 끌어안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신학자는
시인도 되며, 농부도 되고
거지도 되며, 수녀도 되어
자유한 바람으로
이쪽 저쪽 바람의 끝이 되서
신학을 살 줄 아는 자이다.

 

"쌀한톨의 그리스도"라는 아이디를 즐겨사용하는 동생이 제일 좋아하는 시. 녀석이 내게 그 시를 보내주었다. 신학도 학(學)인지라 머리와 눈으로 만지작 거리기 일수인 내게는 김진 목사님께서 말씀하시는 "얼됨과 얼함"을 향한 목마름이 필요하다.

신학은 머리로 다 파악할 수 없는 삶의 신비 속에서 모름의 깊이를 지키는, "모름지기"로 익어가는 얼의 "됨과 함"의 삶.....그렇게 신학자는 "얼됨과 얼함의 모름지기"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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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7-2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