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해야 용서되는...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할 수 있을 때만 나의 죄도 용서된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마치 죄가 용서되는 것은 어떤 조건부의 사건인듯 보인다. 하나님의 사랑은 조건없는 사랑이고, 조건없이 다 용서해 주신다는데.....이상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는 당연한 결과지, 조건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것은 마음이 넓어지는 아량의 차원이 아니어야 한다. 그것은 또 다른 함정이다. 자기 의와 교만의 함정.
용서는 그 사람이 그런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인간적, 사회적 한계를 이해하고, 그것이 나와 똑같은 모습임을 체감하는 깨달음의 당연한 결과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의 죄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죄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을 깊이 체감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죄도 용서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남의 죄를 용서하는 것이 곧 나의 죄를 용서하는 깨달음이 아니겠는가? 결국 남과 나의 인간적 사회적 존재적 한계를 깨닫는 순간 남과 나는 하나가 되고, 남을 용서하는 것은 동시에 나를 용서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용서해야 용서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되어야 그 결과 일어나는 인과관계가 아니라, 이 양자는 동시에 일어나는 동시 발생적 상황이다. 나를 용서하는 것과 동시에 너를 용서하는...용서가 일어나는 그 순간 양자는 함께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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