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날 I
어떤날 노래 / 신나라뮤직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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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린 날개짓, 그 가녀린 떨림의 풍경

처음으로 음반을 사고 늦은 밤 라디오의 음악에서 귀기울기 시작하던 때, 내게는 음반을 고르고 듣는 나름의 무늬가 있었다. 그 가사가 내 가슴 깊이 울려와야 했고, 그 음반 전체에 한 곡도 버릴 곡이 없어야 했다. 그래서 내 가슴에 와닿은 음반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렇게 낯가림이 심한 편이어서 어려웠지만 일단 사귀게 되면 몇 시간이고 그 앨범을 듣고 또 들었었다. 어떤날Ⅰ은 그렇게 사귀어 내 어린 감성 깊이 뿌리내린 몇 않되는 앨범 중에 하나였다.

어떤날의 노래가 마음 깊이 울려온 것은 그 앨범 전체에 베어있는 너무도 여린 감수성과 일상의 사소한 소품들에까지 마음을 빼앗기는 순수한 시선 때문이었던 것 같다.

창 밖의 빗소리에도 잠 못이루는 그 여린 가슴, 소리없이 떠나간 그 많은 사람들을 아직도 기다리는("하늘") 여린 감수성. 지친 마음으로 붙잡을 수 없었던 많은 꿈에 너무 아쉬워하지 않으려 애쓰고, 곁에서 떠나갈 모든 것을 자신의 어두운 마음으로 사랑할 수 없기에 길모퉁이 조그만 화랑에 걸려있던 그림처럼, 여행길에 차창밖에 스치는 풍경처럼 그 모습들을 자신의 기억 속에 그대로 남아있게 하려 안간힘 쓰는("너무 아쉬워 하지마") 마음의 결, 그 상처받기 쉬운 영혼. 그리고 "햇빛, 따뜻한 한숨, 눈을 쓰는 싸리비 소리, 녹슨 기타줄, 지난 밤 거친 꿈 씻겨주는 빗소리..." 어떤날의 음악은 이렇게 일상의 구석에 숨겨진 사소한 소품들에까지 애정어린 시선을 빼앗기고 마는 마음의 무늬를 느끼게 해준다.

저기 끝없이 바라볼 수 있는 하늘, 저렇게 다가온다고, 어둡고 지루했던 어제라는 꿈 속에서 어서 올라오라고("하늘"), 언제일지 모르지만 그날엔 우리 머리 위에 뜨거운 태양이 뜰거라고 위로해준다. 그리곤 수없이 다짐하고 또 허물어온 푸르른 꿈 위해 오늘도 조용히 일어나 혼자 걷는 너에게 저 파란 하늘 위에 나는 법을 배우는 작은 새라고 불러준다.("그날")

그렇게 어떤날의 노래는 스치가는 사람들과 풍경에 빼앗겨버린 마음의 상처와 함께 울어주고, 위로해주었다. 이제 세월이 흘러 많이도 무뎌진 시선으로 다시 들어본다. 내 어린 영혼에 깃들었던 작은 새의 여린 날개짓과 그 가녀린 떨림의 풍경이 아련하게 느껴진다. 내 가슴 깊은 곳 어딘가에서 아직도 나는 법을 연습히고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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