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묵상2. 1:2b


"하나님의 영(바람, 강한 바람)은 물 위에 움직이고 계셨다."

창조를 시작하기 전의 하나님은 물 위에 불어오는 강한 바람으로 묘사되어있다. 무풍지대에 떠있는 배는 움직이지 못하고 주검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바람 한 점 없는 유리같은 수면은 안정되어 있는 듯 싶지만, 사실 그것은 모든 것이 멈춰버린 주검이 될 수 있다. 주역에서는 물 위의 바람을 상징하는 괘가 가능성과 잠재력을 상징한다. 이처럼 그 주검 위를 불어오는 세찬 바람은 커친 파도의 두려움을 안겨주지만, 그것은 무한한 가능성과 변화의 시작을 잉태한 태반이 된다.

우리의 일상에 맺힌 욕망은 뱃전의 울렁이는 멀미나 바람에 헝클어진 머리결보다는 맑고 잔잔한 편안을 향하기 쉽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모든 것이 몸춰버린 주검일 뿐이다. 그 주검 위를 불어오는 바람은 주검을 새로운 생명의 잉태가 이뤄질 죽음으로 부활케 한다.

예수는 바로 그 일렁이는 물결 위를 걷는 하나님의 바람이었다. 빨리 건너편 육지에 도착하여 안정을 취하려는 제자들의 욕망, 바람을 거슬러 오르려는 그 욕망은 휘청이는 뱃전 위에서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수는 바람의 결을 따라 물 위를 유유히 걸어간다. 하나님 곧 물 위를 불어오는 강한 바람의 결따라 노니는 예수.

우리의 삶을 엄습해오는, 일상의 어려움과 고통스런 사건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바다 위에 맨 몸으로 허우적 거리는 순간처럼 우리를 힘겹게 한다. 그러나 이젠 육지에만 머물려하거나 배 밑바닥으로만 숨으려 하지 말고, 물결 위를 불어오는 바람의 결 따라 노니는 예수의 춤사위를 가만히 따라가 보자. 그러면 두려움은 사라지고, 우리의 표류는 오히려 자유로운 유영이 될 것이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그 흥겨움이 이 거친 물결 위에서 두려움에 절망하고 있는 수많은 생명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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