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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없다 - 기독교 뒤집어 읽기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예수는 없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과연 교회 안에 구원이 있을까?'라는 글로 시작해서 '아직도 교회에 다닙니까?'라는 글로 마치기까지, 한국 기독교가 대부분 절대적 진리로 믿는 것들에 대해 딴지를 건다. '성경만, 예수만, 기독교만, 우리 교단의 신학만' 유일한 절대적 진리이고, 성경무오설, 동정녀 탄생, 예수의 육체 부활과 재림, 심판 등을 문자 그대로 의심없이 믿으면 '잘믿는 참된 기독교인'으로 보는 한국 교회의 신념체계들을 뒤집어 엎는다.
최근의 굵직한 정치사회적 사건들에서 기독교인이 주범인 경우가 많고, 한국 근현대사에서 정치경제적 부패가 팽배했던 때와 정비례로 교회도 전례없는 성장을 이뤘다. 그래서 그런 파행들과의 유착관계나 방관적 공범이란 혐의를 벗기 어려웠고 타종교에 대한 극단적인 배타적 태도와 기독교의 부정적 행태가 드러난 사건들이 이어졌다. 결국 많은 안티기독교 사이트들과 <교회가 죽어야 예수가 산다>, <기독교 죄악사> 등의 기독교 비판서들이 줄잇고 있다. 이렇게 증가하는 비판은 교회의 부패로인한 당연한 결과다. 허나 단단하게 굳은 주검의 땅이 된 기독교를 갈아엎은 후에 그 위에 씨앗을 심는 사랑의 손길은 찾기 어렵다. 대부분은 저급한 비난과 이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하려는 죽이기 논리의 악취가 풍겼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무책임하고 증오어린 비난이 아니다. 삶과 종교에 대한 깊은 경륜이 베어나는 글과 쉽고 재미난 우화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마음의 결에서 기독교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그는 한국 기독교가 '제국주의적 세계관에 기초한 꼭막힌 기독교'가 되어 덩치만 큰 어른-아이로 성장을 멈춰버렸다고 본다. 이런 '꼭막힌 기독교'는 구미지역에서는 드물고, 교육과 경제수준이 극히 낮은 곳과 그 곳 출신의 꼭막힌 선교사의 영향을 받은 한국, 아프리카 등에서나 서식하는 기형적 현상이라고 본다. 물론 한국 교회의 믿음은 신앙이 성장하는 한 단계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그런 유아기적, 식민적인 신앙에 고착되는 것은 큰 문제고, 시원함과 툭트임을 주는 성숙한 믿음으로 자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교회가 시대적 필요를 따라 고정시킨 예수는 우상일 뿐, 그런 예수는 없다는 것을 시작으로 성장을 막는 것들을 하나씩 갈아 엎는다. 우선 성경을 문자 그대로 틀리지 않다고 보는 것은 신앙의 성장을 막는 많은 모순을 가졌고 게다가 사람을 죽이는 신앙을 만들 위험성도 지녔음을 보여준다. 성경은 지식을 주는 책이 아니라 문자의 한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그 깊은 의미를 맛볼 때 궁극적 변화를 일으키는 책이다. 성경을 믿는다는 것은 성경이 우리 속에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일깨우고, 의식 구조와 가치관을 변화시켜 삶이 더욱 풍요롭고 자유롭게 하는 절대적 힘을 가졌음'을 신뢰하는 것이다.
이는 신앙이 기적이나 성경을 머리로써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여 절대적인 것으로 보면서 그와 다른 모든 것을 배척하는 배타적 소유의 차원이 아니라, 깊숙한 내면을 성경의 깊은 의미에 비춰봄으로써 자신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내적 변화의 차원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렇게 성경을 바라보는 눈이 맑아져 성숙해지면 하나님과 예수에 대한 이해가 변해 '지금, 여기'에서 모든 존재를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相生의 존재, 곧 성숙한 기독교인으로 성장하게 된다. 결국 그 무한한 상상력과 체험의 보고인 경전을 통해 스스로의 체험 속에서 절대자를 맛보고 이로 인해 모든 존재를 위해서 자신을 내어 줄 수 있는 근본적 변화(회개, 메타노이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신앙은 오히려 다른 신앙과 종교도 오히려 아름답게 바라보고 서로 배우게 된다.
이 책은 한국 교회의 교리와 신앙의 문제점을 깊은 애정으로 뒤집어 엎고 그 비판들로 부서진 폐허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피어날, 새로운 생명으로 가득한 풍경까지 보여준다. 그 풍경 속에는 보수적이거나 급진적인 신앙 모두가 함께 어울어져 춤추고 있었고 저자의 표현대로 십자가를 타고 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십자가를 지고 모든 존재를 위해서 자신을 내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