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 혁신성, 현실에 관한 진리에 집착하면서 사람들과의 만남은 도외시하는 천재의 이야기. 그 천재는 결국 독창적인 이론으로 능력을 인정받지만, 정신분열증으로 모든 것을 잃게 될 위기에 처한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 약을 끊고 환상을 이겨내려는 고된 노력과 이를 돕는 부인의 사랑으로 결국에는 말년에 노벨상을 수상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와 부인은 해답이 머리에 있지 않고, 가슴에, 아름다운 마음, 사랑에 있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참된 논리는 수학이 아니라 사랑이라고.
이 영화는 수학, 논리, 독창성, 현실에 관한 진리에 집착하는 천재의 정신분열증이라는 상징을 생각해보게 한다.
수학은 가장 명확한 논리와 진리의 세계이다. 현실의 우연과 혼돈, 복잡성은 수학의 순결한 세계에 발딛일 틈이 없다. 늘 유일하고 정확한 정답이 있는 세계. 그 세계의 힘으로 미국은 2차 세계 대전에서 원자폭탄으로 전세를 역전했고, 우리가 누리는 현대의 문명들도 수학이라는 굵은 뿌리로 지탱되어있다.
하지만 수학적 논리는 현실과 너무나 큰 간격을 지니고 있다. 현실 속 어디에도 순결한 수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한 점에서 일정한 거리에 있는 점들의 집합인 원도, 직선도, 삼각형도 존재하지 않고, 1+1이 2가 아닌 현실들로 가득하다. 그럼에도 수학적인 논리로 생각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진리로 작용하고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수학이 진리로 작용하는 우리의 일상은 결국 너무나 강력해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정신분열증의 환상이 아닌가?
이런 수학적 논리에 집착하는 주인공은 스스로의 대단함을 인정받고자 하는 강박적 욕망에 짙눌려, 허상의 인물과 사건들을 현실로 보기 시작한다. 뭔가를 소유하려는 강박적 욕망은 우리들로 하여금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지배할 수 있는 도구를 찾게 한다. 바로 수학적 논리가 그런 도구가 아닌가? 그 강력한 도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또 다른 환상임에도, 우리의 욕망은 그것을 통해서 현실을 재단하고 측정하며 계산하게 한다.
실존인물인 주인공이 노년에 노벨상을 수상하고 나오다가 정신분열증으로 보게 되었던 환상의 인물들을 여전히 발견하는 장면이 있다. 그는 평생 그 환상을 제거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어리석은 욕망에 의해 붙들린 수학적, 경제적, 소비적 논리로 그려진 환상을 보며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주인공보다 더 큰 문제는 주인공처럼 "환상임을 알고, 보여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환상임을 아예 모르기에 그것이 참된 진실인양 쫓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이 영화는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정신분열증, "참된 진실을 구별해내지 못하고, 우리 욕망이 투사된 환영들에 붙들린 마음의 병"을 돌아보게 했다.
그러나 그 욕망과 환상은 우리 삶에서 쉬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이 평생 정신분열증을 안고 살아가듯이. 하지만 그 환상을 구별해내고 무시하는 길을 치열하게 찾아보고, 연습해야 할 것이다. 그 길이 너무나 힘겹고 고되겠지만, 우리에겐 그 길을 가야할 절박한 이유가 있다. 참된 현실의 진리란 우리가 서로를 만나고 나눌 수 있는 유일한 터이다. 서로가 보는 현실이 제 각각의 욕망일 뿐일 때 우린 서로를 파괴할 뿐이다.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들이 있기에 그들과 함께 숨쉬며 아름다운 생명을 누릴 현실을 되찾아야 한다.
또한 우리 눈를 가린 환상의 힘이 너무나 강력하기에 힘겹겠지만, 우리에겐 가녀리나마 희망이 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한 존재 한 존재가 이미 온 우주와 하나로 이어져 그 모든 존재의 사랑스런 흐름이 잠시 한 몸으로 맺혔다 스러질 뿐임을 깨닫는 사랑, 그 아름다운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