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이 틈을 파고든다. 문화산업은 이미 만들어진 즐거움, 산업에 유리한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제공한다. 이전에는 노동자의 노동력 착취를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노동자의 한가함이 착취되고 있다. 고도 정보사회라는 말조차 사어가 될 정도로 정보화가 진행되고 인터넷이보급된 오늘날, 한가함의 착취는 자본주의를 이끌어가는 거대한 힘이다.
왜 한가함은 착취되는 것일까? 인간이 지루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한가함을 얻었지만, 한가함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모른다. 그 상태로 한가함 속에서 지루해지고 만다. 그러므로 제공된 즐거움,
준비되고 마련된 쾌락에 몸을 맡기고 안도감을 얻는다. 그렇다면 어떻게해야 좋을까? 왜 인간은 한가함 속에서 지루해하는 것일까? 도대체 지루함이란 무엇일까? - P22

기분 전환에 대한 파스칼의 논의를 살펴보면, 그가 정말로 모든 것을앞질러 언급해두었다는 생각마저 든다. ‘욕망의 대상‘과 ‘욕망의 원인을착각하고 있는 자는 어리석다. 그리고 다 안다는 듯 그 사실을 지적하는자는 더 어리석다……….
- P38

즉, 기분 전환에 열중할 수 있으려면 돈을 잃을 위험이 있든가, 좀처럼 토끼를 발견하기 힘들다든가 하는 마이너스 요소가 있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마이너스의 요소는 넓은 의미에서 괴로움이다. 괴로움이라는말이 너무 강한 느낌이 든다면 부담이라고 해도 좋다. 기분 전환에는 괴로움과 부담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지루해하는 인간은 괴로움과 부담을 추구한다."
우리들은 보통 정신적, 신체적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여러 가지로 궁리하며 살아간다. 예를 들어, 오래 걸어서 피곤해지지 않으려고 자동차를 탄다. 그러나 지루하면, 혹은 지루함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일부러 부담과 괴로움을 찾는다. 힘들게 산을 걸어 오르고, 땀에 흠뻑 젖어서 ‘누가거저 준다고 해도 반갑지 않을‘ 토끼를 쫓는다.
다시 말해, 파스칼이 말하는 비참한 인간, 방에 가만히 있을 수 없고 지루함을 견딜 수 없어서 기분 전환할 일을 찾고야 마는 사람은 괴로움을추구하는 인간인 것이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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