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사랑에 빠지는 것‘의 진정한 의미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위험을 무릅쓰는 것. 이 숙명적인 만남으로 인해 일상의 좌표가변경되리라는 점을 알면서도, 오히려 바로 그런 이유에서 만남을갈구하는 것. 그 밖에 무엇이 더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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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은 ‘사랑에 빠지는 것‘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일체의 위험을 기피하려는 세계적인 조류가 형성되고 있다. 서구의 퇴폐적인 자유방임적 사회로부터 이슬람 근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일치단결해 욕망에 대적하고 있는 중이다. 서구에서 새롭게 창안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소셜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그라인더 (Grindr, 틴더Tinder 등)처럼 욕망을 찬양하든, 아니면 ISIS(이슬람국가)나 이란의 근본주의자들처럼 욕망을금기시하는, 그들의 공통된 목표는 우리가 진정으로 무언가에 빠져버리고, 좌표를 잃어버리는 순간…… 그렇지만 실제로는 어느 때보다 더 우리가 나아갈 길을 잘 알고 있는 바로 그 순간, 그 기회를 근절시키는 데 있다.
알랭 바디우 Alain Badion(1937 ~ )는 그의 훌륭한 저서 《사랑 예찬loge de l anour)에서 ‘사랑에 빠지는 것‘의 두려움을 묘사한 바 있다. 어느 날 그는 미틱Meetic이라는 데이팅 서비스 사이트가 파리 시내 전역에 내붙인 포스터와 맞닥뜨렸는데 거기에는 "위험 없이 사랑을 쟁취하세요!" "사랑에 빠지지 말고 사랑하세요" "고통 없는완벽한 사랑을 찾아보세요" 등의 광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바디우는 이것이 ‘스마트‘ 폭탄과 ‘전사자 제로‘ 전쟁 개념을 홍보하는 미군의 프로파간다와 유사하다고 보았다. 왜 그럴까? 위험이없는 전쟁과 사랑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위험 제로‘의 사랑은사랑이 아니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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