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웃기다."
언니가 말한다. 괜히 못되게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이 그렇다.
딱히 이유도 없이 두 팔을 풍차처럼 돌리는 엄마를 보며 나는 웃음을 내뱉는다. 그리고 언니도 웃는다. 우린 서로를 쳐다본다. 잠시 우리는 자매 사이로 돌아간다. 창피한 엄마를 함께 놀리는 자매.
이 순간을 집어 영원으로 늘이고 싶다.
- P21

할머니가 마치 집사에게 건네듯 엄마에게 장바구니들과 루이 비통 핸드백을 건네고, 엄마가 뭐라고 반발하기도 전에 나를발견하고는 두 팔을 벌리고 다가온다.
"우리 릴리!"
날 부르며 할머니 얼굴이 온통 밝아진다. 사람이 어떤 일 하나에 이렇게까지 행복해질 수 있었나? 나는 복도를 달려 할머니품에 미끄러져 안긴다. 할머니의 사랑을 빨아들인다.
- P35

"우리 달님도 왔네."
할머니가 다가가 언니를 안는다. 언니는 할머니 품에서 뻣뻣해지지만 이내 긴장이 풀려 기대고 숨을 들이쉰다. 아무도 할머니를 밀어낼 수 없다. 할머니는 중력 같다.
- P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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