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뿐 아니라 지금도, 원예에서 누리는 가장 큰 기쁨은 씨앗을 싹 틔우는 일이다. 씨앗은 자신이 어떻게 될지 말해주지 않는다.
크기도 그 안에 잠든 생명과 관계가 없다. 콩은 폭발적으로 자란다.
특별히 아름답지는 않지만, 처음부터 거의 난폭할 만큼 강력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담배풀 씨앗은 먼지만큼 작아서, 어디 뿌렸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씨앗만 보면 구름처럼 피어나는 향기로운 꽃은 고사하고 어떤 시시한 일도 해낼 기라 생각할 수 없다. 그래도 그렇게 한다.
나는 새로운 생명과 애착을 형성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느낀다. 거의강박적으로 씨앗과 모종을 자꾸자꾸 확인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온실에 들어갈 때면 이제 막 피어오르는 생명의 고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숨까지 참는다.
- P19

정원에 나가 한참 동안 일을하다 보면 녹초가 될 수 있지만, 내면은 기이하게 새로워진다. 식물이아니라 마치 나 자신을 돌본 듯 정화한 느낌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이것이 원예 카타르시스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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