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도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야생의 포유류인고양이는 때때로 문명의 시간을 허덕이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특별한 영감으로 디가오곤 하는데요, 고양이의 아름다운 사대와 심세한 몸짓, 그리고그들의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이 가신 신비로운 아우라는, 문명과 사회라는안정적 체계를 거스르면서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로 걸어 나가는 예민한 예술가들의 행보와 어딘지 모르게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 P140

농부일지 농부의 아내일지 모를 그 누군가의 무게를 토해내고 난 뒤 비로소 조용히 쉬고 있는 구두의 모습은 일종의 초상화처럼 고유한 존재감을 발합니다. 그리고 이 고단한 사물을 통해 누군가의 초상화를 마주하는 것 이상으로 삶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합니다. 작은 정물화 앞에서, 그것도 어디 한 곳 예쁜 구석조차 없는 낡은 구두 앞에서 이렇게 길게머무르며 우리네 고단한 삶에 대해 사색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합니다.
예술가는 늘 한자리에 있는 사물과 풍경에 존재감을 심어주고 그것으로부터 삶의 의미가 새어 나올 수 있도록 틈을 벌려 주는 역할을 합니다. 화가만의 노동, 처절한 관찰과 사색을 통해 말 없는 것들이 가지고 있는 조용한 비밀을 찾아내는 것이죠.
- P146

우리가 만나는 그림 속 소녀의 생명력은 사진 같은 생생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닙니다. 이 작품에 생명력을 심어 놓은 것은 평범한 듯보이는 일상 속에서 아름다운 빛의 순간을 만나기 위해 화가가 기다린 시간들입니다. 그 느리고 끈기 있는 붓질이 작은 화면에 고스란히 안착되어 우리에게 전달됩니다. 이름 모를 소녀의 빛나는 자태와, 그녀와 눈 맞추며 캔버스 앞에 있었을 페르메이르의 즐거운 기다림과 인내가 그림 안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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