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멋있지도 않고 매력적인 구석 또한 발견할 수 없는교황의 초상화가 막 완성되었을 때 이노센트 10세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그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Troppo Vero!(너무 사실적이야!)"라고 말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더 추하지도 더 미화되지도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 사실성에 감동한 것이죠. 교황은 그 이후 벨라스케스의 최고 후원자가 되었고 그를 열렬히 지지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교황은 어쩌면 늘 자신을 두려워하고 비위나 맞추려 드는 주변 사람들보다 자신이 고용한 이 초상화가에게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진정성을 더 진하게 느꼈을지 모릅니다.
- P92

어떤 작가에게나 창작은 모종의 비밀스러운 과정을 거쳐이루어지죠. 온몸이 근질근질할 만치 표현해 내고 싶은 대상이 나타났을 때작가는 자신만의 작업장으로 숨어들어 갑니다. 홀로 틀어박혀 세상에 없던것을 빚어내는 순수한 몰입의 순간, 그것은 화가 스스로의 존재마저도 잊게할 만큼 매혹적이었던 대상에게 바치는 열정이라 할 수 있죠.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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