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멋있지도 않고 매력적인 구석 또한 발견할 수 없는교황의 초상화가 막 완성되었을 때 이노센트 10세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그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면서도 "Troppo Vero!(너무 사실적이야!)"라고 말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합니다. 절대 부정할 수 없는, 더 추하지도 더 미화되지도않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 사실성에 감동한 것이죠. 교황은 그 이후 벨라스케스의 최고 후원자가 되었고 그를 열렬히 지지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교황은 어쩌면 늘 자신을 두려워하고 비위나 맞추려 드는 주변 사람들보다 자신이 고용한 이 초상화가에게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진정성을 더 진하게 느꼈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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