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어느 늦은 밤 송영훈 씨는 병원의 복도를 헤매고 있었다. 끔찍한 통증과 앞날에 대한 불안으로 잠을 이룰 수 없었던 그가 이 병실 저 병실 기웃거리며 애타게 찾았던 사람은 의사도 사회복지사도 심리상담사도 아니었다. 바로 자기 같은 사람이었다. 머리로 아는 것 말고 몸으로 앓아본 사람, 자기처럼 아파 보아서 이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해줄 사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가슴이 뭉클했다. 자신이 통과해온 고통을 이야기하는 송영훈 씨는지난날의 자신이 가장 간절히 필요로 했던 존재가 되어 있었다. 이야기가 된 고통은 고통받는 자들을 위로한다. 나는 이 위로와 연대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자신의 상처를 드러낸 채 무대 위에 오른 화상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면 좋겠다. 이들이 바라는 건 무지하고 무례한 시선에 의해 갇혀버린 사람들을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 바뀌어야 할 것은 갇힌 자들이 아니라 가둔 자들이다. 화상 경험자들의 이야기가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을 전해줄 것이다. - P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