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한 장애여성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당신은 왜 싸웁니까? 그녀가 대답했다. "싸운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뼈가 저리도록 처절하게 알지. 그래서 싸우는 사람들의 곁을 떠날 수가 없어." - P101
세상엔 자신의 유서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싸움은 그들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싸움의 지속은 타인의유서를 품고 사는 사람들에게 달려 있다. 김소연의 시에이런 구절이 있다. "사람의 울음을 이해한 자는 그 울음에순교한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람의 구질구질함을 이해한 자는 그 구질구질함에 순교한다. 창살 없는 감옥에서 누리던 그마저의 편리도 내려놓고 창살 ‘있는‘ 감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그들은 아름답다. 17일, 이형숙, 박옥순, 이경호 세 사람이 국가의 벌금 탄압에 저항해 노역투쟁에 들아간다. 농성 기간 5년 동안 그들과 그 동료들에게 지워진 벌금은 5천만 원이 넘었다. - P102
세상을 아는 가장 안전한 방식은 독서라고 했다. 그렇다. 면 가장 위험한 방식은 현장으로 들어가는 일. 박종필은그것을 고집하는 사람이었다. 전자의 앎이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욕망이라면 박종필의 앎은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일 것이다. 전자의 앎이 폭넓음을 지향한다면 박종필의 얇은 정확함을 지향할 것이다. ‘위험‘이 가장본질적 요소인 그런 앎이 있다. - P105
뒤를 돌면 광화문으로 이어지는 촛불의 거리다. 해마다 300명이 넘는 홈리스와 천 명이 넘는 무연고자들이 외롭게 죽어가는 이 거리에서, 집 없는 이들에게 주거비를 지원하는 데에 고작 26억을 쓰면서 이들을 추방해 격리하는수용시설에는 237억의 예산을 쓰는 이 현실에서, 촛불은어디까지 왔나. 다음 주,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을 맞아 거리에서 죽어간 홈리스를 위한 추모 행사가 열린다. 다시, 촛불 하나 들어야겠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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