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속의 ‘나는 현실의 나보다 더 섬세하고 더 진지하고 더치열하다. 처음엔 그것이 가식적으로 느껴져 괴롭고 부끄러웠지만 이제는 그것이 이 힘든 글쓰기를 계속해야 하는 이유임을 알게 되었다. 글을 쓸 때 나는 타인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이고 더 자세히 보려고 애쓰고 작은 것이라도 깨닫기 위해 노력한다. 글을 쓸 때처럼 열심히 감동하고 반성할 때가 없고, 타인에게 힘이 되는 말 한마디를 고심할 때가 없다. 글쓰기는 언제나 두려운 일이지만 내가쓴 글이 나를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거라는 기대 때문에 계속 쓸 수 있었다. - P25
사람들은 차별받은 사람과 저항하는 사람을 같은 존재라고 여기거나 차별받았으므로 저항하는 게 당연하다고 쉽게 연결 지었다. 하지만 나는 차별받은 존재가 저항하는 존재가 되는 일은 전혀 자연스럽지않으며 오히려 순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차별받으면 주눅 들고 고통받으면 숨죽여야 한다. 저항하는것이 아니라 복종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러라고 하는 게 차별인 것이다. 모두가 침묵하고 굴종할 때 차별은당연한 자연현상이 된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저항을 시작한다. 그는 김수영의시에서처럼 "바람보다 늦게 눕고 바람보다 빨리 일어나는" 풀처럼 초자연적인 존재, 그러니까 기적 같은 존재다. 그런 존재 하나를 지켜내고 그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울 수 있게 만드는 일은, 말하자면 온 우주와 맞서는 일이다. 나는 그런 경이로운 존재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 P26
나는 두 사람이 ‘자동차가 아이보다 더 많이태어나는 사회‘의 운명을 끝내 피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고생각했다. 촘촘하게 과속하는 사회에서 촘촘하게 고통이전가된다. 제 속도를 고집하며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일은욕먹기 십상이므로 사람들은 걸림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누군가를 몰아붙인다. 더 이상 고통을 전가할 곳 없는 이들이 벼랑 끝에 매달려 있고 위로받지 못한 영혼들이스스로 몸을 던진다. 죽음이 일상이 되었으나 책임을 추궁하는 일은 부질없다. 위로나 용서는 돈이 합의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최저가로 남의 인생을 망치고도 지체 없이시동을 건다. 산 사람은 달려야 한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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