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전체주의 신앙은 이제까지 모든 것이 파괴될 수 있다는 사실만 증명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과정에서 전체주의 정권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한 채 처벌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 때, 그것은 처벌할 수도 용서할 수도 없는 절대적인 악이 된다. 절대악은 이기심, 탐욕, 시기, 적개심, 권력욕이나 비겁함 같은 사악한 동기로 이해할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다. 그래서 분노로도 복수할 수 없고, 사랑으로도 참을수 없으며, 우정으로도 용서할 수 없다.
전체주의의 기원, 251~252
- P43

그렇지만 우리는 최대의 악과 근본악이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죄의 모티브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근본악이 실제로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떻든 다음의 현상과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인간을 남아도는 존재로 만드는 잉여화, 그것은 인간을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인간의 수단화는 존재는 건드리지 않고 오직 인간의 존엄만 해치지만, 인간의 잉여화는 인간을 남아돌아 쓸모없는 존재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사람에게서는 자발성에 상응하는 모든 예측 불가능성을 제거하자마자 일어납니다.24 - P56

권리를 박탈당한 자들에게 닥친 곤경은
법 앞에서 평등하지 않다는 점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어떤 법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아렌트의 근본악은 다음과 같은 명제로 명료하게 서술될 수 있다.
1. 근본악은 인간의 잉여화를 추구한다.
2. 인간의 잉여화는 인간의 자발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제거될 때일어난다.
3. 이러한 전능의 망상은 인간의 복수성과 다원성을 파괴한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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