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교회를 세운다면, 뾰족탑에 십자가도 없애고 우리 정서에 맞는 오두막 같은집을 짓겠다. 물론 집안 넓이는 사람이 쉰명에서 백명쯤 앉을 수 있는 크기는 되어야겠지. 정면에 보이는 강단 같은 거추장스런 것도 없이 그냥맨마루바닥이면 되고, 여럿이 둘러앉아 세상살이 얘기를 나누는 예배면된다. OO교회라는 간판도 안붙이고 꼭 무슨 이름이 필요하다면 ‘까치네집‘이라든가 ‘심청이네 집이라든가 ‘망이네 집 같은 걸로 하면 되겠지.
함께 모여 세상살이 얘기도 하고, 성경책 얘기도 하고, 가끔씩은 가까운절간의 스님을 모셔다가 부처님 말씀도 듣고, 점쟁이 할머니도 모셔와서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마을 서당 훈장님 같은 분께 공자님 맹자님 말씀도 듣고, 단오날이나 풋굿 같은 날에 돼지도 잡고 막걸리도 담그고 해서함께 춤추고 놀기도 하고, 그래서 어려운 일, 궂은 일도 서로 도와가며사는 그런 교회를 갖고 싶다고 했다. - P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