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 알렉시스 조르바의 삶과 행적
니코스 카잔자키스 지음, 유재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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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의 마지막 장을 덮었다. 수많은 밑줄, 책갈피... 결국 대부분 잊히겠지만, 조르바가 책벌레인 주인공 "나"에게 남긴 유언만은 새겨두고 싶다. 사실 그 유언이 내 뒷덜미를 낚아챘다. "잘 지내시고 이제는 정신 좀 차릴 때가 됐다." 그 뜻은 조르바가 강조하는 미친 광기를 의미하리라. 정신을 차려 미치라는 역설이다.

"미쳐야 한단 말요. 모든 걸 걸어야 해요! 하지만 대장, 당신은 머리가 있어 그게 대장을 갉아먹고 있죠. 정신이란 식품점 주인 같은 거요. 장부를 팔에 끼고서는 얼마 들어왔고 얼마 나갔고, 이건 이득이고 저건 손해고, 일일이 기입하죠. 정신은 알뜰한 주부 같아서 모든 걸 포기하지 못해요."p.521.

이 미친 세상에 얼마나 많은 광기가 멀정하게 활보하는가. 그 속에서 미치지 않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중 가장 미친 짓은 광기 없이 착하게만, 안전하게만 살겠다는 허황된 욕심이 아닐까. 조르바는 말한다. "누구나 다 미친 구석이 있죠. 내 생각에 조금도 미치지 않은 것이 제일 미친 겁니다."(262) 그렇다. 미치지 않은 것이 제일 미친 것이고, 미치지 않았다고 착각하는 미친 삶이 더 위험하다.

"하느님께서는 진짜 악마보다 반쯤만 악마인 놈을 더 혐오하신다!"(401) 반쯤만 거룩하거나 반쯤만 타락하거나, 반쯤만 제 정신이거나 반쯤만 미친 삶이 더 혐오스럽지 않은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깨어 있어야 한다.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제대로 본다면, 어찌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스인조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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