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소년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달은 인간의 꿈이다. 희망이다. 미국에 달의 땅을 팔아 부자가 된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사기라고 말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돈 몇 만원에 꿈과 희망을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느냐고 말을 한다. 이제 추석이 다가온다. 달이 없는 추석을 우리는 생각할 수 있을까. 달이 없는 밤하늘... 이미 수많은 별을 잃은 우리에게 달마저 사라진다면 그건 우리가 더 이상 살아갈 그 어떤 이유도 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소년은 꿈을 꾸었다. 달과 같은 꿈을... 소년에겐 희망이 있었다. 달과 같은 희망이... 아무도 주지 않을 때 자신을 위로하던 친구, 아무도 어울리지 않을 때 친구가 되어 주던 친구, 무관심으로 마음 상해 있을 때 자신과 놀아 주던 친구... 그것은 달이었다. 달은 소년의 친구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그에겐 잃어버린 친구다. 잃어버린 꿈이고, 헛된 희망의 상징이다.

우리가 어린 시절 달을 품었던 마음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었다면 세상은 이렇게 삭막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년이 달과 이별하듯 우리가 어른이 되는 것은 잃어버림의 연속기다. 잊고, 잃고, 후회하고, 되찾으려 애를 쓰고 그러면서 이제 더 이상 저 하늘의 달이 내 품속에 품어지지 않음을 깨닫는 것이다.

그래도 저 달이 저리 있으니 만족하자. 잃어버린 꿈이, 헛된 희망일지라도 한 때 품었던 것이 저리 보이니, 사라지지 않고 우리를 내려다보며 가끔 기억나게 만들어 주니 고마워하자. 그나마 저 달이 없었다면 우린 얼마나 더 비참할 지 모를 일이니까...

‘얘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 지금은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지만 아이들에게 한번 불러 줘도 좋으리라. 달이라는 희망 하나쯤 쥐어 줘도 어쩜 우린 좋은 어른이 되는 것일지 모를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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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에사는고래 2004-09-30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다....(중얼중얼)

물만두 2004-09-30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으세요^^
 
미소짓는 물고기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우린 살면서 많은 것을 소유하려 애쓰지만 결국 뒤돌아보면 우리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음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한 남자가 미소 짓는 물고기를 발견하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에 어항에 담아 오지만 그는 꿈속에서 결국 그도 자신에게 미소를 지어 주는 물고기와 같이 자신이 알지 못하는 커다란 어항에 갇힌 한 마리의 물고기에 불과함을 깨닫고 그 미소 짓는 물고기를 놓아준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이 잊고 살았던 것들을 되찾는다.

이 작품은 벼룩 만화 총서에 있던 한 작품 <금붕어, 죽음을 택하다>를 생각나게 한다. 하지만 그 작품이 시니컬했던 반면 이 작품은 따뜻하게 독자를 감싼다. 그리하여 더 큰 감동을 선사한다. 어린 시절 우린 이런 모습의 우리를 그리지는 않았으리라. 어린 시절에 바라본 세상은 지금의 눈으로 바라본 이런 세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바뀐 것이지 세상이 바뀐 것은 아니다. 우린 '나 돌아갈래!'라고 외칠 수 없음을 안다. 하지만 가끔 우리가 어떠했는가를 기억하는 것, 작은 욕심들을 줄여 나가는 것, 그런 것들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미소 짓는 물고기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미소 짓기 위해서다.

소유가 존재가 아님을, 때론 공유와 외면이 더 나을 때도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아무래도 미소를 짓는 물고기는 내 안에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제는 그 물고기를 풀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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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집회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독자의 허를 찌르는 작품이다. 우선 두께로 독자의 기를 죽인다. 하지만 일단 한 장만 넘기면 그 두꺼운 책이 쉽게 술술 읽힌다. 작가가 글을 이어가는 능력이 대단하다. 하지만 마지막에서의 느낌은 오묘하다.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실망이라면 실망이겠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실망이 아니라 하나의 깨달음을 주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한 여자가 베트남의 오지의 한 고아원에서 아이를 입양하면서 시작한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어 연속적으로 기묘한 살인 사건이 이어지면서 어린 시절 아픔을 간직한 한 여성을 강한 어머니가 되게 만든다. 그녀는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아들의 출생지를 찾아 나서면서 새로운 사실과 접하게 된다.

이 책은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추리 소설로, 보통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한 어머니의 여정을 다룬 작품으로, 색다른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또 다른 만족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진 작품이다.

추리 소설적인 면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탄탄한 구성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야기가 매끄럽게 연결되고 마지막 장면만 빼면 절묘하게 독자를 속였다고 감탄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보통의 문학 소설의 면에서 보자면 한 여자가 강인한 어머니가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입양을 통해 얻은 아이지만 그 아이를 이해하려는 여성의 모습, 아이를 지키려는 몸부림은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실감하게 만든다. 물론 모든 어머니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색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입양된 아이의 출생지와 그 아이가 어떤 종족이었느냐는 관점에서 샤머니즘적인 기묘함을 보여준다.

물론 어떤 독자는 그것을 이 책의 단점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조화롭게 작품 속에 녹여 내는 작가의 능력은 다음에 출판될 작가의 작품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만든다.

이 책의 단점이라면 너무 두꺼워 보는데 불편하다는 것이다. 2권으로 만들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세 장이 등장하는데 2권으로 쪼개기는 두 번째 장이 쪼개짐을 감수해야 하고 3권으로 나누자니 너무 책이 얇아진다. 이런 면에서 출판사와 편집자의 고뇌가 있었을 것 같다.

사실 마지막 장면이 마음에 안 드는 점도 있다. 그런데 그 이상의 결론, 결말은 없을 것 같다. 좀 황당하기는 하지만 세상이 인간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니 그리 생각하면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

두께에 질리지 말고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독특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인간의 욕망과 욕심의 그릇됨과 그래도 인간이 그것을 조절하며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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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4-09-23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두꺼운 책 , 러닝타임 긴 영화가 좋아요~ 왠지 본전뽑는 느낌이랄까.
읽기전에도, 읽고 나서도 뿌듯-한 느낌이요. ^^
책 읽는것이 여행이라면, 긴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죠.
리뷰 보니 내용도 훌륭할듯하네요. 보관함에 얼른 담습니다!

물만두 2004-09-2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책을 계속 출판한다고 합니다. 기대하는 중입니다...

진주 2004-09-23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봐여, 만두님은 잘 쓴다니까여....

마냐 2004-09-23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전문가인 만두님께 합격점을 받은거 같아 무지 안심됩니다....제가 저 책 뽐뿌를 쎄게 했었죠...^^;;;

물만두 2004-09-23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찬미님 계속 찬미중입니다.
마냐님 모두 님의 은공이옵니다...^^

못된속아지 2005-04-21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너무오랜시간동안 시간낭비 하며 살았는지 갑자기 가슴이 아파오네요 문학에 대한 갈망을 키우지 못하고 속으로만 가슴앓이 하면서 때가 오기만 기다린 시간이 너무 아싀워요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물만두 2005-04-21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자 속아지님 빠샤~
 

 Gorky Park (1981) 고르키 파크

 Polar Star (1989) 북극성

 Red Square (1992) 레드 스퀘어

 Havana Bay (1999)

 Wolves Eat Dogs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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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이사할때 잃어버린 것이 우린 지금도 아쉽다. 가끔 이 책 얘기를 한다.

나 : 드라큘라가 코에 빨대넣고 피 빨아 먹잖아. 그리고 퉤퉤하며 무슨 건데기가 이리 많냐고 하는 그 장면 진짜 재미있었는데...

만순이 : 민박집 할머니가 여운줄 알고 확인하려고 장대로 할머니 치마 들추는 장면도 죽였지...

만돌이 : 펑순이가 사람 빠져죽었다는 저수지에 들어가서 귀신을 만났는데 팔 잡고 늘어지다 귀신 팔 빠지잖아. 그때 귀신이 " 우야꼬, 내 팔" 이러잖아. 무지 웃겼는데...

하지만 제일 웃겼던 것은 엄마가 이 책을 <공월자의 봄>으로 읽었다는 것이다. 표지가 이것이 아니었다. 우리집 것은...

하도 우리가 재미있게 보니까 엄마도 보시고는 "이게 뭐가 재밌냐?" 하셨던 엄마. 그때까지는 새침함이 남아있던 엄마...

이래저래 이 책이 다시 출판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만큼 재미있는 학창시절을 그린 만화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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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4-09-21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초울트라캡쑝완벽디아블로출중한 걸작을 아십니까?! 우리집에도 있었습니다. 역시 이사할 때 잃어버렸구요.
김수정씨의 감수성이 이책에서만큼 잘 그려진 작품도 없지요. 정말 저도 이책이 재출간되길 손꼽아 기다립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여름에 여행갔을 때 이야기죠.
민박집 할머니가 스윽스윽 음산한 표정으로 칼을 가는데, 달자일행은 놀라서 도망치죠. 다음날 아침 백숙 한마리 들고오는 할머니...

물만두 2004-09-2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시는군요. 역시 님과 저는 이리 잘 통할 수가... 정말 어디 출판사를 찔러야 할지 생각좀 해보자구요...

sayonara 2004-09-21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물만두님과 저는 전생에 쌍둥이라도 됐었나 봅니다. 어쩌면 이렇게 통하는 게 많은지...
요즘 '오달자의 봄'이란 작품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ㅎㅎㅎ

물만두 2004-09-21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우리 전생에 쌍둥이... 아, 부비부비... 잃어버린 동상을 찾았다는 느낌... ㅋㅋㅋ

털짱 2004-09-21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으로 좋아하던 만화입니다. 김수정 만화는 다 여운이 길지요.
오달자의 봄을 읽을 땐 참 깔깔거리다 울었는데, 다 읽고나선 이상하게 아쉽고 안타까워서 마음이 저렸어요.. 오달자도 결국 성장하잖아요. 어른이 된 달자는 어떤 모습으로 살까요..?

선인장 2004-09-21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버스 안에서 어린 꼬마한테 빼앗겼습니다. 1학년쯤이나 되었으려나... 제가 읽고 있는 책 힐끔거리길래, 누나 내릴 때 줘라, 그러고 빌려줬는데, 내릴 때 되니까 안 주겠다고 엉엉, 우는 거 있지요. 다 큰 처녀가 만화책 때문에 아이랑 싸우는 거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어찌나 따갑던지, 세 정거장이나 싸우면서 가다가 결국 포기하고 내렸습니다. 그러고나서, 화가 나서 점심도 굶었더랬습니다. 그게 도대체 언제 일인지, 물만두님 때문에, 그 때의 분노가 새삼스레 떠오릅니다. 아이 화나!!!

물만두 2004-09-2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오재모를 조직할까요/ 오달자의 봄 재팜 추진 모임요...

주근깨 2004-11-25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야꼬 내팔~~을 외치던 교복귀신(..)의 성함이 '명호' 였답니다...아직도 또렷한 걸 보면...그자의 짙푸른 눈썹이 당시 사춘기 소녀이던 내게도 잊을수 없는 이미지였나봅니다.....펑순양이 명호씨를 만난건 저수지가 첨이 아니라...콩자반에 탈이나 볼일 보다 그랬던것 같은디...-_-;;(둥둥~~언제쩍 페이퍼인데...혼자 뒷북 울려대는구만요...)

물만두 2004-11-26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명호... 콩자반 탈나서 볼일 보다 만나 귀신인 줄 모르고 펑순이가 반하지 않나요? 그래서 저수지까지 따라갔던 것 같은데...

poptrash 2005-01-2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버지가 만화가셨던 관계로 예전에 이 책이 저희 집에도 있었는데... 뭐 초등학교 남학생 취향은 아니었던 거죠; 예전에 김수정씨 싸인도 아버지가 받아다 주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