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출간된 이래, 영국인들의 커다란 자부심이자 대대로 물려읽는 명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아동문학의 고전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이 완역본으로 나왔다. 같은 출판사에서 두 권으로 낸 책의 개정판으로, 작가 소개, 작품 설명, 등장 인물 소개를 덧붙였다.

이 동화는 케네스 그레이엄이 시력이 약한 아들 앨러스테어를 위해 쓴 이야기로,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두꺼비 토드, 영리한 물쥐 워터 래트, 마음이 따뜻한 오소리 배저, 호기심 많은 두더지 모올이 펼치는 아기자기한 일상과 모험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사색적이고 시적인 문체, 눈 앞에서 직접 사건이 일어나는 광경을 보는 듯한 섬세하고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는 동화로,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글로 그려낸 아버지의 사랑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특히, 아름다운 전원 풍경과 사랑스런 동물들의 모습을 담아낸 일러스트는 일품이다.

옥스퍼드 살인 사건에도 나오더니 또 나왔다. 콜린 덱스터가 좋아한 작품인가???

 미국의 신문기자, 풍자작가로 이름 높았던 앰브로스 귀넷 비어스의 대표작이다. 표제가 '악마도 배꼽을 잡고 웃으며 통쾌해 했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하니, 책이 이야기하는 바를 넌지시 알 만하다. 이른 바 '단어 비꼬기' 사전류의 효시이다.

이 책은 사전의 의미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책에서 풀어놓은 단어들은 세상사가 교묘히 숨기고 있는 숨어있는 뜻을 끄집어내고, 세상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들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종교와 정치, 역사, 예술을 비롯하여 도덕과 애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에 대해 날카로운 풍자를 펼친다.

예를 들어보자. 비어스는 '감동'을 심장의 명령으로 머리를 쇠약하게 만드는 질병으로, '영향력'을 정치에서, 상당량의 금화와 바꿀 수 있는 가공의 물건으로 풀고 있다.

흔히 비어스가 삐딱한 시선이 당시의 시대상황과 사생활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는 남북 전쟁의 비참함과 전후의 타락하고 부패한 정치상황을 모두 겪었다. 또한 부인과의 관계도 평탄하지 않았던 점 역시 한 몫을 했을 것이라고 한다. 독설과 유머, 세상의 허위를 꿰뚫는 시선들은 한층 책의 매력을 높인다.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리석다. 세상의 가장 큰 수수께끼는 보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달갑지 않은 소식을 처음 전달하는 자는 파면될 뿐이다.

 

 

  『지하생활자의 수기』는 유례가 없는 긴 독백형식으로 쓰여진 놀랄만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대작들에서 발견되는 예술적 모티프의 밑바탕을 내포하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은 사회의 어디에도 적응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삶에 대한 은폐된 불안과 은밀한 증오에 시달리며 철저히 고립된 곳에 도피처를 마련한다. 뿌리가 박탈된 이 '지하실의 남자'는 시대에 적대함으로써만이 자신을 주장할 수 있는 적의에 찬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는 이 초라하고 고독한 공간에서 바깥 세상의 가치있는 모든것들을 비웃으면서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려고 한다. 앙드레 지드는 이 작품을 가리켜 "도스토예프스키의 전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라고 평했다. 지극히 반어적이고 신랄한 톤으로 쓰여진 이 작품이 발표되기 전까지 도스토예프스키는 단지 러시아 문단의 일류작가에 지나지 않았다면, 이 작품이 발표된 다음에 그는 인류를 위해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세계적 천재가 되었다.

인간은 가설과 추상적인 연역 논리를 선호해서 고의로 진실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오감이 알려주는 명백한 증거를 부인하는 경향이 있다. 

 그대는 간음이란 죄를 저질렀다. 하지만 그건 나라 밖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게다가 정을 통한 그 여자는 이미 죽었다.

 - 몰타섬의 유대인 -

 

 

 서쪽은 아직 해가 지지 않았도다.

 제때 여관에 다다르기 위해

 이제 늦은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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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08-0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에서도 간간이 나오는 게.. 정말 영국인들의 자부심인가 봐요. ^^

물만두 2005-08-02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자주 보이네요^^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문학과지성 시인선 276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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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우리 집은 개천가에 있었다. 어릴 적 그 개천가에서 아이들과 놀았다. 공놀이라도 하다가 개천 아래로 공이 떨어지면 그 공을 주우러 내려가야 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른다. 그 개천물이 시커매진 것이. 그래도 우린 그 개천 물로 들어가서 공을 꺼내오곤 했다.
내가 4살 때 이사 온 그 무렵에는, 아니 그 이전에는 그곳에 집을 짓고 살았던 사람들도 있었다고 했다. 그 개천 물에서 빨래하고 목욕도 하고 그랬다고 했다. 더러는 개천 다리 밑에서 살기도 했다고 한다.
나는 그 집에서 22년을 살았다. 사는 동안 점점 그 개천을 더러워지고 악취를 풍기고 썩을 대로 썩어 아무도 그 아래로 내려가는 아이들이 없었다.
스물여섯 해를 보내고 떠나온 그 개천은 지금 그 위로 고가 도로가 생겼다고 한다. 우리 집은 철거되었지만 개천은 남아 그래도 냄새는 풍기더라고 얼마 전 그 주변을 다녀온 동생이 말해줬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세월이 흘러 변하리라 믿었던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또 세월에 그래도.. 그래도... 라는 미련을 남긴다. 발자국을 찍듯이.
시인의 시는 내게 자신의 발자국이었다. 하나하나 푸념 섞인 투정이었다. 소금 그릇에서 나왔으나 짠 맛을 알지 못했던 누구나의 청춘과 잘못 그려진 나에게 두껍게 밤을 칠해달라는 배짱과 오늘의 메마른 곳에 떨어진 어제라는 차가운 물방울을 알아보는 성찰, 그리고 벌레와 손가락의 환상까지...
아직 어리다고 보니 나보다 두 살밖에 안 어리네. 그래도 내겐 좀 더 성숙한 시인의 앞이 보고 싶다. 십년 뒤 다시 쓰여 진 그의 시는 분명 오늘 내가 읽은 시와는 다를 것이다. 그때 어쩌면 나는 오늘의 이 시들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기대해본다. 구겨진 자화상속에서 귀를 자른 고흐처럼 얼마나 멋진 시를 써 보일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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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의 아들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6
퍼트리샤 콘웰 지음, 홍성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왜? 카인이라는 이름만 나오면 묻게 되는 질문이다. 왜? 카인은 동생을 죽여야 했는가?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일종의 인간의 원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사랑의 차이를 이미 인식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부모가 자식에게 늘 하는 말이지만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 말을 하지만 그건 부모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자식의 입장에서 보면 보통 사람들도 나는 언니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 나는 동생보다 덜 사랑 받았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건 일시적 푸념일 수도 있지만 사실 심각하게 편애한 사람들도 있다. 그때 편애를 받는 자식은 모르지만 그것을 지켜보는 자식은 알게 된다. 그때 그 아이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이였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고양이는 주인에게 사랑의 표시로 죽인 쥐를 가져다준다고 한다. 사랑한다는 건 다른 말로 사랑 받고 싶다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이만큼 당신을 사랑하니 당신도 나를 사랑해 달라는...

컴퓨터 프로그램 이름도 카인이었고 내용도 카인의 이야기와 비슷하고 맞아 떨어지는 템플 골트의 삼부작 중 마지막 작품에서 왜? 라는 대목에 대한 접근이 빠졌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물론 스카페타 시리즈에 왜? 라는 범죄자의 동기를 다루는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연쇄 살인자들이 정신병자들로 그려지기 때문에 그것보다는 스카페타의 법의관으로써의 일들, FBI와의 공조 체계, 컴퓨터 시스템과 여러 과학 장비를 통한 추적, 그리고 늘 혼자 범인과 맞대응해서 이기는 스카페타...

아, 동기가 분명한 살인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미친 사람에게도 미친 사람 나름의 원칙과 동기가 있다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의 언급이 없었던 점이 아쉽다. 그리고 그 어떤 범인의 내가 왜 이런 일을 저질렀나에 대한 언급을 들을 새도 없이 끝이 나는 결말...

이 작품은 템풀 골트를 잡는 마지막 작품인 만큼 박진감이 넘치는 작품이기는 하다. 하지만 모자라는 1%가 아쉽다.

범인은 늘 죽어 말이 없다. 죽은 피해자가 말이 없듯이. 어쩌면 이것을 대비시키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피해자도 어떤 죽을 이유 없이 죽었듯이, 범인도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듯이...


이제 좀 쉬어 가려는 듯이 다음 작품은 천천히 나온다니 스카페타 시리즈를 되새김질할 시간도 될 것 같다. 예전에 읽고 지금 읽은 느낌이 다르듯이 또 달라질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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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8-01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먼드 챈들러가 "미치광이는 추리소설의 범인이 될 수 없다"라 했다는데요, 그 구절을 읽으면서 <법의관>이 생각났다는...... 핑계없는 무덤이 어딨겠습니까?^^;;;

물만두 2005-08-0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레이먼드 챈들러가 살던 시대와 시대가 달라졌으니까요. 그래서 추리 소설이 범죄 소설이 된 것이지요. 미치광이 살인자도 있겠지만 늘 이 점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비로그인 2005-08-0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 소설과 범죄 소설.... 그렇군요. 원래 같은 것은 아니었을텐데, 이젠 마구 뒤섞인 느낌.... 역쉬 만두 성님^^

물만두 2005-08-01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부리 2005-08-0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저 사형수의 지문 읽었잖아요? 그 다음 소설이 이겁니까?

물만두 2005-08-01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체 농장이요...

http://www.aladdin.co.kr/blog/mypaper/448369

여기를 참고하세요^^


부리 2005-08-0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물만두 2005-08-02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Hit Man (1998)

 Hit List (2000)

 Hit Parade (2006)

켈러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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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다.

만순이가 너무 좋아해서 마지막 권 사내라는 통에 정말 산다.

나 볼 것도 아닌데 둘이 좋아하니 할 수 없지...

참, 그렇게 땡스투 때문에 말을 많이 했건만 땡스투를 눌렀다.

누가 뭐래도... 인가보다.

그래, 누가 뭐래도 책은 사고, 땡스투는 누르고...

단순하게 살아라를 확 읽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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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7-29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그래요? 땡스투는 당연히 눌러야지요. 안그러면 지기님도 슬퍼하실껄요? ^^

물만두 2005-07-29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긍께 눌렀다니까^^

ceylontea 2005-07-2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먼나라 이웃나라..
다시 보고 싶은책이어요..
제가 처음 만난것은 대학생 때 였던거 같은데.. 음...그럼 도대체 몇년전이냐...
그 때보다 지금이 훨씬 인기있는 책이죠...나중에 좀 여유(시간적여유)가 생기면... 다시 사서 볼라구요...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거의 초판본일 거여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물만두 2005-07-29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는 초판본도 있고, 중간에 나온 새먼나라도 있고 그런데 또 샀어요 ㅠ.ㅠ 동생들이 너무 좋아해서요^^ 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