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은 마음 간수지
적들이 알을 품듯이 마음을 품는다
도마뱀은 도마뱀의 마음을
파충류라고 마음이 없나
가오가 없을 뿐이지
우리는 주로 내뺀다네
도마뱀의 마음은 다급한 마음
꼬리가 잘려도 삼키는 마음
형제라고 머뭇거리지 않는다
가끔 욕실벽에 붙어 있다가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만
가슴 더 철렁한 건 우리지
도마뱀의 마음은 얇은 마음
간수하느라
푸르락붉으락 급변한다네
놀라고 내빼는 게 다반사
어쩌다 이런

마음을 간수하는 게
얼마나 힘이 드는지
도마뱀이 도마뱀의 마음을 아는가
알면 챙길 수 없는 마음
도마뱀의 마음
챙기느라 오늘도 바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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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미국문학 강의의 마지막 작가는 헨리 제임스여서(<나사의 회전>만 예전에 읽은 적이 있고 <여인의 초상>은 처음 다룬다) 강의 전력을 재배치 중이다(강의도 항상 전투의 은유를 동원하게 되는군). <나사의 회전>과 <여인의 초상> 모두 여러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는데 강의에서는 각각 시공사판과 열린책들판으로 읽지만 다른 번역본들도 참고하는 게 강의준비다.

책장에서 참고삼아 읽어 보려고 민음사판 헨리 제임스를 뽑아내다가 발견한 사실인데 절판된 <롤리타>의 작가 사진이 나보코프가 아니라 헨리 제임스로 잘못 쓰였다(헨리 제임스의 회전 혹은 돌려막기?). 웃지 못할 해프닝이란 이럴 때 쓰는 말 아니던가. 절판된 책이니 더 시비걸 일도 아니지만 편집자나 디자이너가 경각심을 가질 만한 사례여서 기록해놓는다. 나는 다시 헨리 제임스의 스크루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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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2018-06-18 0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사의 회전은 잘 모르는 일반 독자들이 보면은 꽤나 난해하고 어려워 할수도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도서관에서 우연하게 세계문학이라서 집어 들고 읽은 기억이 나네요 두껍지 않은 소설책이기도 하고 하지만 금방 가볍지 않은 작품이라는걸 꺠닫고 2번 정도 정독해서 읽은 책 미국 모더니즘 소설책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그가 왜 미국적 모더니즘의 길을 열었는지 깊게 읽으면 새롭게 다가오는 책 특히 나사의 회전이라는 제목 대로 시각적인 모티프를 따라서 이 소설을 건축학적이고 입체적으로 독해하면은 꽤나 많은 복선들을 볼수 있고 텍스트 자체로만 파악할수 없는 숨은 보석들을 찾는 재미도 있는 책이죠 개인적으로 에드거 엘런 포랑 이 헨리 제임스를 비교해서 읽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소설가들이죠

로쟈 2018-06-18 10:00   좋아요 0 | URL
네 미국 고딕소설의 계보를 이으면서 한술 더 뜨기, 한번 더 조이기를 시전하는 소설입니다.
 

가라타니 고진의 <윤리21>(도서출판b)이 새 번역본으로 다시 나왔다. 초판이 나온 게 21세기 벽두였으니 햇수로는 17년 전이다. 17년만에 다시 읽으려니 감회가 없지 않다. 가라타니 고진을 지속적으로 읽어온 것도 20년은 되는 듯싶다.

서문에서 저자가 적고 있는 대로 <윤리21>은 칸트를, 칸트의 윤리학을 다시 읽으려는 시도이고 그런 점에서 <트랜스크리틱>의 짝이 되는 책이다. <트랜스크리틱>에 대한 강의를 기획했다가 보류하긴 했는데 칸트전집도 나오고 있는 김에 장기적으로 다시 기획해봐도 좋겠다. 돌이켜보면 내가 이해하는 칸트는 상당 부분 가라타니 고진이 읽은 칸트다.

책의 의의에 대해서는 출판사의 자세한 소개글을 참고할 수 있다. 가라타니 고진의 책 가운데 가장 많이 읽혔다고도 하니까 가라타니 고진 입문서로 읽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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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 사이에
유령의 책
이름만 알고 있는 책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책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읽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히틀러의 유령이라고 적는다
히틀러는 죽어서도 죽지 않는군

그토록 유명한 독재자를
그토록 자주 만나는 콧수염을
그러나 저자로는 만나지 않겠다
불길한 투쟁

히틀러의 모델, 미국을 앞에 두고
다시 블랙어스, 암흑의 대지를 떠올리고
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6개월
참호 속으로 들어가려니

다시금 그의 유령이 나타난다
망루가 아닌 식탁에서
글자들 사이에서
금지된 투쟁을 선동한다

읽으면서 부정하고
읽으면서 잊어야 하는 책
나의 투쟁
나는 나의 투쟁을 어디에 두었나

나의 서가에는 크나우스고르만 있지
나의 투쟁
여기서 붙들리다니
얼른 꿈 밖으로 나가야겠다

여기가 역사의 바깥인가
식탁에서 일어나 코드를 뺀다
존재하지 않기에
유령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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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 2018-06-17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데리다가 말한 마르크스 유령이 떠오르네요 칼 맑스가 공당산 선언에서 언급한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는 문장도 생각나고 히틀러는 살아있을 때도 신화가 된 인물이지만 죽어서도 더 강하게 신화가 된 인물 그것도 매우 불편하고 어두운 신화로 잊으려고 해도 지우려고 해도 유럽현대사의 히틀러라는 인물은 하나의 형체 없는 유령 처럼 지금도 곳곳에서 출몰하는 느낌 한국에서도 그 유령의 그림자가 언뜻언뜻 보일떄도 있고요 자유한국당과 그 추종세력들을 보면은 그 뿌리 깊은 어두운 유령의 그림자가 보이네요 좋은것이든 나쁜것이든 인류사에 뿌리깊게 내재한 그 파변화 되고 완전히 제거 할수 없는 잔여물이 남아서 떠돌아 다니는 느낌 그게 공산주의가 되었든 민족주의가 되었든 독재가 되었든 유토피아가 되었든~~~

로쟈 2018-06-17 20:52   좋아요 0 | URL
네, 존재론과 유령론은 분리불가능합니다.~

two0sun 2018-06-17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은 책과 읽지 않은 책사이의
유령의 책들이야 워낙 많으니
그려려니~
문제는 읽은책마져도 유령의 책 코스프레를~
거기에 속는 멍충이가 되지 말아야는데.
유령 말씀하시니 헨리 제임스의 강의가 기대되네요.
유령에도 여러 유형과 급이 있지 않을까해서.

로쟈 2018-06-17 20:52   좋아요 0 | URL
모든 책은 일단 유령이죠.^^
 

근간 소식을 보고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원저는 미리 구입했다). 판카지 미슈라의 <분노의 시대>(열린책들). ‘현재의 역사‘는 그 부제다. 저자는 인도 출신으로 현재는 영국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중인 공적 지식인이다. 아룬다티 로이와 함께 떠올리게 되는 인물. 그간에 몇 권 소개되었기에 구면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공적 지식인 중 한 명인 판카지 미슈라가 세계가 겪고 있는 위기의 숨은 역사를 파헤치는 책. 촘촘하게 얽힌 오늘날의 세계에서 편집증적 증오의 거대한 물결의 기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미국 총잡이들과 ISIS에서 트럼프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복수심에 불타는 민족주의에서 인종주의와 여성 혐오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증오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퍼져 나가고 있다. 판카지 미슈라는 이러한 현실이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해 하는 우리에게 그 해답을 제시한다.˝

나로선 러시아 무정부주의의 유산까지 짚고 있는 장부터 펼쳤다. 미리 구해놓은 원저를 어디에 두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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