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까지는 한 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조사해보니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는 1300킬로미터쯤 되고 서울-부산거리(KTX기준)의 3배 남짓이다. 시간은 두배보다 덜 걸리는 만큼 중국의 고속철이 상당히 빠르다고 할 수 있다(우리는 최대속도를 낼 수 있는 구간이 짧아서 그렇겠다).

문학기행에서 장거리 기차를 탄 건 꽤 오랜만이다. 2017년 겨울 러시아문학기행(첫 문학기행이었다) 때 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까지 침대칸이 있는 밤기차를 탔었고 밤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8시간이 소요됐던 기억이 있다. 중국에서는 주간중의 이동이고 시간은 절반남짓. 땅의 넓은 두 나라여서 이동수단의 선택도 비슷할 수밖에 없겠다.

상하이에 도착하면 먼저 저녁식사를 하고 도시 야경을 본 뒤에 숙소로 향하게 된다. 이번 문학기행의 나머지 3박을 책임질 숙소다. 3일차가 되니 문학기행도 중반을 향하게 되는데 사실 상하이에 도착하는 순간이 정확히 중간이다. 마지막날은 귀국 외에 따로 일정이 없기 때문이다.

진행한 일정에 대해 아직 다 정리하지 못하고 있지만 막간을 이용해 중간정산을 하자면 현대문학관의 전시는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바진에 대한 자료가 작가 바진과 작품보다는 현대문학관 건립을 주도한 바진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좀 아쉬웠다. 곽말약기념관, 라오서기념관은 내부를 둘러보지 못해 아쉬웠는데(특히 라오서기념관) 현대문학관을 통해서 일부는 상쇄할 수 있었다. 다수 건물로 구성된 현대문학관은 전시관을 풀가동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직 완성태의 모습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추가적으로 내용이 어떻게 더 채워질지 궁금하다.

어제 찾은 루쉰 고거와 박물관은, 특히 박물관은 중국 최고작가 박물관에 걸맞게 자료 전시가 잘돼 있었다(마오둔 고거는 예상밖으로 좀 방치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국내의 어떤 작가박물관도 그 정도로 충실하게 꾸며져 있지는 않다. 루쉰의 독자라면 언제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즐길 만한 공간이었다. 다만 우리 일행은 시간이 넉넉지 못해서 기념품샵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게 아쉬운데 상하이의 루쉰기념관에서 만회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상이 베이징의 이틀 일정에 대한 짧은 소감이다. 일정은 별다른 사고 없이 진행되고 있고 마지막날까지도 무탈하기를 바라는 건 언제나 마찬가지다. 이미 해가 떨어진 상태여서 차창으로는 야경이 보인다. 기차는 곧 쑤저우(소주)에 도착할 모양인데 그 다음이 종점인 상하이다. 우리는 상하이의 턱밑에 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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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학기행 3일차이고 지금은 상하이행 기차를 타기 위해 베이징남역으로 이동중이다. 차가 좀 막혀서 예상보다는 시간이 좀더 걸릴 듯싶다. 우리가 타려는 기차는 초고속열차로 상하이까지는 4시간반이 소요된다. 항공편을 이용하더라도 이착륙 시간과 이동거리 생각하면 그 이상 걸리지 않을까 싶다.

오늘 베이징의 날씨는 예상과 달리 흐림이다. 어제까지의 맑고 파랗던 하늘 대신에 구름이 많이 낀 회색빛 하늘이다. 아침에 캐리어를 챙겨서 이틀 묵은 숙소를 빠져나와 우리가 향한 곳은 라오서 고거. 당초에는 어제의 방문지였으나 최근 갑작스렇게 고거를 찾는 인파가 몰리면서(정원의 감나무가 입소문을 타서 그렇다는 게 유력한 설이다) 입장예약이 어려워졌고 하는 수없이 외관만 보는 것으로 변경했다.(...)

시간이 한참 지났다. 지금은 기차를 타고 상하이로 가는 중이고 벌써 2시간반이 경과해 이제 두시간쯤 남겨둔 상태. 도중에 송수신기를 이용해 상하이 시기의 루쉰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베이징에서 지내던 루쉰이(어제는 루쉰박물관 한쪽에 있는 루쉰 고거도 찾았는데, 베이징 시절 루쉰이 살았다는 집이다) 상하이 내려오게 되는 건 1927년 하반기다. 1936년 10월 타계할 때까지 9년여 생활이 상하이를 터전으로 하여 이루어진다. 이 시기 베이징여자사범에서 사제지간으로 만난 쉬광핑과 동거하게 되고 1929년에는 아들 저우하우잉을 얻게 되므로 개인사적으로는 매우 유의미한 시기이기도 하다(루쉰이 사망했을 때 아들은 7살이었다).

상하이의 루쉰은 1930년대 상하이 문학장 속에서 파악되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1930년에 결성된 좌익작가연맹(좌련)과 비슷한 시기 상하이를 거점으로 유행한 신감각파 문학이다(일본 신감각파의 영향을 고스란히 수용했다). 좌련의 대표격으로 취추바이(1899-1935)를 지목할 수 있다면, 신감각파의 간판은 무스잉(1912-1940)이었다. 다행히 이들의 책이 번역돼 있어서 이 시기 중국문학은 물론 상하이 시기 루쉰의 입지에 대해서도 입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강의에서는 이 시기 문학장 속에서 루쉰의 입장은 한쪽으로 쏠린 것이 아니라(루쉰은 좌련의 맹성 소장파들과도 논쟁을 벌였다) 균형잡힌 것이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마오가 중국혁명의 주장이며 위대한 혁명가라고 치켜세운, 그럼으로써 일면화한 루쉰을 재독해하고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작 그런 작업은 (20권 규모의 전집을 생각할 때) 쉽지 않은 일이고 요원한 일이다. 그래도 루쉰을 바라보는 새로운 각도 정도는 미리 마련해도 좋으리라. 상하이에서 재회하게 될 루쉰이 기대되는 이유디...

아래는 베이징의 중국현대문학관에 서 있는 루쉰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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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베이징의 아침이 밝기 전이다(아니다, 커튼을 젖히니 날은 밝았다) . 베이징의 날씨가 많이 건조하다고(여름에도) 하는데 호텔 객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게다가 외기 온도가 낮아서 방안 공기도 찬 편이다. 잘못 이불을 차고 잤다가는 감기에 걸리기 십상. 이틀 묵으며 깨달은 바인데 다행히 한밤중에 느껴진 감기기운은 이불을 다시 잘덮고 잔 덕에 사라졌다.

어제 지하철로 이동해서 마오둔 고거를 찾아갔다고 적었는데 베이징의 지하철은 노선이 20개가 넘는다고 한다. 매우 복잡하게 돼 있는데(도쿄와 어느 쪽이 더 복잡할는지), 인터넷을 검색하면 베이징의 면적이 서울의 27배이고 강원도 크기라고 돼 있어서 이걸 ‘시내교통망‘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더 알아보지 않기로).

아무튼 한차례 환승해서 도착한 곳이 난뤄구샹역이고 오래된 골목으로 유명하다는 곳이다. 길양쪽으로 전통적 외양의 가게들이 늘어선 산책로 느낌. 800미터쯤 거리 끝쯤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골목(후통)을 조금 걸어들어가면 마오둔 살았던 집이 나온다. 제복을 입은 관리인이 방문록에 기록하게 하고 입장시켜주는데 중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집 치고는 수수한 편이었다(마오둔은 중국작가협회 초대 주석(회장)이었다). 사합원 구조. 작은 정원 정면에 마오둔의 흉상이 있고 전시실은 세 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1)마오둔의 출생과 성장기, (2)작가 활동의 전성기 작품소개, (3)작가협회 주석 활동기와 생의 마지막 시기, 그리고 마오둔상에 대한 소개.

작가로서 마오둔의 작품세계와 업적에 대해서 적을 차례이지만 이건 몇시간 걸릴 일이다. 방문 사진으로 대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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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과 서울은 한 시간 시차가 있다. 서울이 한 시간 빠르기에 어제 인천공항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할 때 일행은 한 시간을 덤으로 얻었다(물론 이건 다시 한국에 돌아갈 때 뱉어내야 하는 시간이다). 베이징 시간으로는 12시쯤 공항에 안착해서 입국수속을 마치고 대기하던 버스에 오르면서 익숙한 일정이 다시 시작되었다. 다른 점은 지난겨울 일본문학기행 때도 그랬지만 유럽여행에 견주어 비행기 탑승시간이 현저하게 짧은 편이라 훨씬 가뿐한 느낌으로 일정을 시작하게 된다는 점.

하지만 첫날인 어제는 특별한 문학일정은 없는 날이었다. 젊은 예술인들과 아트갤러리가 모여있다고 하는 베이징 798 예술구를 찾아가본 것이 오후 일정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798예술구도 월요일이어서인지 한산한 느낌이었는데 상당수 갤러리가 월요일에는 휴관해서다(처음부터 알았던 건 아니고 시간이 좀 지나면서 눈치를 챘다). 하지만 오픈한 갤러리나 스튜디오도 아주 없진 않았는데 현대차 스튜디오가 대표적이었고 비디오아트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넉넉한 시간을 두고서 798예술구를 둘러보았다.

당연하게도 저녁식사는 중식이었고(한국식 중식과는 좀다른 베이징식 중식이었지만) 식사 후에야 숙소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숙소로 삼은 호텔은 베이징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구역에 위치하고 있어서 주변은 빌딩숲이다. 오늘아침에야 실물로 보며 알게 된 사실인데 객실 창밖으로 보이는 거대한 빌딩이 CCTV 사옥이었다. 중국문학기행 준비차 베이징의 이미지를 검색하다가 이 현대적 빌딩을 보고서 카톡 프사의 배경으로 썼었는데 바로 실물로 보게 된 것(배경사진을 내가 아침에 방에서 찍은 사진으로 교체했다). 그게 말하자면 베이징의 아침이다.

어제도 그랬고 베이징의 날씨는 구름 한점 없이 맑다(내일도 그렇게 될 듯하다). 기온은 서울보다 낮은 편이지만 춥다기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을 준다. 아침은 좀 쌀쌀하다가도 해가 널리 퍼지면서는 활동하기에 좋은 날씨가 되는 식이다(비오는 베이징은 이번에 경험할 수 없겠다).

문학기행 2일차는 원래 계획한 일정이 많아서 소위 ‘빡센‘ 날이었는데 라오서와 곽말약(궈모뤄) 고거 방문이 현지사정과 공사중이라는 이유로 생략되거나 축소되면서 좀 수월한 일정으로 바뀌었다. 마오둔 고거를 먼저 찾아가본 다음에 이달 10일부터 공사에 들어갔다는 곽말약 고거는 문앞까지만 가보고 이어서 도보로 좀 이동하여 유명한 경극배우 매란방기념관에 들르기가 오전일정, 그리고 루쉰박물관을 방문하고 한 백화점 지하의 특색서점으로 종서각 구경하기가 오후일정이었다.

이들 방문지에서 둘러본 걸 간략하게라도 적으려 했지만 이미 시간도 늦고 눈도 피곤한 상태가 돼버렸다. 미루는 수밖에 없다. 내일 오후에는 기차를 타고 상하이로 떠나기에 오늘밤이 베이징의 마지만 밤이다. 어제가 첫날밤이고 오늘이 마지막밤이라니. 흔히 있는 일이지만 매번 아쉬움도 없지 않다. 어쩌랴, 인생 또한 아침이 곧 저녁으로 이어지거늘(욘 포세). 베이징의 아침이 그렇게 저녁이 되고 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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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대문학기행 출발일이다. 5박6일 일정의 첫날. 오전 비행기라 인천공항에는 7시40분까지 집합이고 나도 5시 전에 일어나서(평소보다 1시간 먼저 자고 2시간 먼저 일어난 셈) 새벽버스에 올랐다. 2017년 1월의 러시아문학기행부터 세면 이번 중국여행은 13번째 해외문학기행이 된다. 아시아는 두 차례의 일본문학기행에 이어서 세번째다(아직 미정이지만 아시아의 차기문학기행 후보는 베트남, 대만, 중국 하얼빈 등이다).

지난 1월 일본문학기행(설국기행) 때보다는 일정이 하루 늘기는 했지만 유럽문학기행이 비하면 절반남짓의 일정이어서 짐가방에도 여유가 생겼다. 그렇다고 기내용 캐리어에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놔두고 가려던 책을 몇권 빈공간에 더 넣었다. 문학기행에 문학해설자로 참여하는 것이기에 초반에는 책짐이 많았다. 아예 작은 캐리어 하나 전체가 책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다행히 파일로 대체하는 책들이 좀 늘어나게 되면서 언젠가부터는 큰 캐리어 하나면 충분하게 되었다.

3일차에 베이징의 중국현대문학관을 둘러볼 예정이라 중국현대문학 간판작가 상당수를 이번 일정에서 만나볼 예정이지만 별도의 문학관(작가 고거. 고택이나 생가의 중국어 표현이 ‘고거‘다) 방문에 한정하면 이번 문학기행의 중심작가는 루쉰과 라오서, 마오둔, 곽말약(궈모뤄) 등이다. 사실 강의에서 방점을 둔 건 곽말약이 아니라 바진이지만 고향(청두)을 일정에서 빼면서(포함하면 7박8일이 되고 비용도 꽤 높아졌다) 바진은 현대문학관 방문으로 대체하였다(바진은 마오둔에 이어서 중국작가협회의 두번째 주석으로 재임하면서 현대문학관 건립을 주도했다). 작가들 고거 방문이 2일차의 주요 일정이다.

베이징과 상하이, 두 도시 방문으로 채워진 일정에서 상하이는 원래 루쉰을 염두에 둔 곳인데(루쉰공원과 루쉰기념관이 있다), 상하이 모던(올드 상하이라고도 불리는 1930-40년대 상하이)을 대표하는 작가는 <색, 계>의 장아이링이다(장아이링의 뒤를 잇는 동시대 작가로는 왕안이가 있다). 그녀의 삶과 문학의 배경이 되는 와이탄(과거 프랑스 조계지) 등을 찾아가볼 예정. 사실 마오둔의 대표 장편소설 <자야>(1933)도 상하이가 배경이라 음미해볼 만하지만 번역본이 절판돼 유감스럽게도 다루지 못했다. 상하이에서는 대한민국임시정부청사와 윤봉길기념관도 찾을 예정이다.

버스가 인천대교를 지나고 있다. 주말에 비가 내린 뒤여서인지 오늘아침엔 기온이 떨어졌는데 주말에 귀국할 때쯤 다시 회복되는 듯하다. 공항 가는 길에 이번 문학기행의 일정을 잠시 리허설로 그려보았다. 잠시 눈을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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