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퇴근하지 않는다이어폰을 귀에 꽂고밤하늘 야간비행으로 산맥을 넘는다여기가 히말라야인가 안데스인가물밖이 아니라면 어디라도물고기는 꿈꾼다버스를 타고 이륙한다지하철로 해저터널을 지난다보드카 안주로 맥주를 마시고모닝커피에 냉수로 해장하는 나날물고기는 출근하지 않는다물고기는 꿈꾼다이 세상 밖이라면 어디로도가지 않는다어디로도 퇴근하지 않는다어디로도 이륙하지 않는다어디로도 출근하지 않는다물고기는 꿈꾼다꿈은 무겁다물고기는 물고기가 무겁다이제 가라앉는다
물고기는 샤워하지 않는다물고기의 자존심너를 보내는 마음이 그렇다흥건한 마음이 그렇다이런 건 내보이지 않는다물고기는 물벼락을 맞지 않는다물벼락을 맞고 살 수는 없다물벼락은 존재하지 않는다물벼락을 구걸할 수는 없다물벼락과 타협할 수 없다물고기의 자존심이다물고기는 자기 자리를 지킨다물고기는 샤워하지 않는다물고기는 물을 먹지 않는다물고기는 먹는 척할 뿐이다물고기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물고기는 살 수 없다물을 먹을 수는 없다물벼락을 맞을 수는 없다물고기는 죽을 수 없다물고기는 죽으면 안 된다물고기는 물고기다물고기를 부인할 수 없다물고기가 그립다이를 악문다물고기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마음이 마음이 아니다너를 보내는 마음이 그렇다물고기의 마음이다이렇게 살 수는 없다물고기의 자존심물고기는 샤워하지 않는다물고기는 물만 틀어놓는다바닥이 흥건하다물고기는 물고기를 잊었다물고기가 물에 잠긴다세상이 물에 잠긴다
너는 어디로 갔는가황금빛 봄날이여, 라고 렌스키는 썼다청춘이여, 너는 어디로 갔는가아직 청춘에렌스키는 그렇게 썼다이튿날 결투에서 죽을운명의 렌스키너무 이르게 세상을 떠날렌스키너는 어디로 갔는가탄식의 온기만이 렌스키에게 남았다
너를 만나고도 기다린다눈앞에 두고도 기다린다너에게 눈이 멀어너와 함께 너를 마중나간다너를 보내려 너를기다린다너와 함께할 수 없었다너를 기다린다 네가지나치도록너와 함께 기다린다이미 지나간너를 기다린다56번 버스가 지나가고59번 버스도 지나갔다66번 버스도 지나간다기다린다 네가 올 때까지와서 지나칠 때까지너를 기다린다너를 만날 때까지너를 만나고도 기다린다너에게 눈이 멀어나는 나조차도 지나쳐버렸다너를 보내려 나는기다린다이 세상 끝날 때까지너와 함께
세게 저은 다음 5분 동안 놓아둔다아직은 아니다다시 세게 저은 다음 5분 동안 놓아둔다무엇을 젓는가는 묻지 말고세게 휘저은 다음 딱 5분 동안왜 5분인가는 묻지 말고세게 거세게 휘저은 다음아니 5분 동안 젓는 게 아니라그냥 휘저은 다음 놓아둔다그냥 내버려둔다고 그게 다냐고 묻지는 말고그리고 기다린다무엇을 기다리는가는 묻지 말고언제까지 기다리느냐고도 묻지 말고세게 저은 다음 놓아둔 다음에기다리고 기다린 다음에퇴장한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5분간 기다린다거나 그러지 말고그냥 퇴장한다아무것도 휘젓지 않고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았다면이제 완성되었다세게 저은 다음 5분간 기다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