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퇴근하지 않는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밤하늘 야간비행으로 산맥을 넘는다
여기가 히말라야인가 안데스인가
물밖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물고기는 꿈꾼다
버스를 타고 이륙한다
지하철로 해저터널을 지난다
보드카 안주로 맥주를 마시고
모닝커피에 냉수로 해장하는 나날
물고기는 출근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꿈꾼다
이 세상 밖이라면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
어디로도 
퇴근하지 않는다
어디로도 이륙하지 않는다
어디로도 출근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꿈꾼다
꿈은 무겁다
물고기는 물고기가 무겁다
이제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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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샤워하지 않는다
물고기의 자존심
너를 보내는 마음이 그렇다
흥건한 마음이 그렇다
이런 건 내보이지 않는다
물고기는 물벼락을 맞지 않는다
물벼락을 맞고 살 수는 없다
물벼락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벼락을 구걸할 수는 없다
물벼락과 타협할 수 없다
물고기의 자존심이다
물고기는 자기 자리를 지킨다
물고기는 샤워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물을 먹지 않는다
물고기는 먹는 척할 뿐이다
물고기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물고기는 살 수 없다
물을 먹을 수는 없다
물벼락을 맞을 수는 없다
물고기는 죽을 수 없다
물고기는 죽으면 안 된다
물고기는 물고기다
물고기를 부인할 수 없다
물고기가 그립다
이를 악문다
물고기에게 물어서는 안 된다
마음이 마음이 아니다
너를 보내는 마음이 그렇다
물고기의 마음이다
이렇게 살 수는 없다
물고기의 자존심
물고기는 샤워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물만 틀어놓는다
바닥이 흥건하다
물고기는 물고기를 잊었다
물고기가 물에 잠긴다
세상이 물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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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3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3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3 2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너는 어디로 갔는가
황금빛 봄날이여,  
라고 렌스키는 썼다
청춘이여, 너는 어디로 갔는가
아직 청춘에
렌스키는 그렇게 썼다
이튿날 결투에서 죽을
운명의 렌스키
너무 이르게 세상을 떠날
렌스키
너는 어디로 갔는가
탄식의 온기만이 
렌스키에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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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3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3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너를 만나고도 기다린다
눈앞에 두고도 기다린다
너에게 눈이 멀어
너와 함께 너를 마중나간다
너를 보내려 너를
기다린다
너와 함께할 수 없었다
너를 기다린다 네가
지나치도록
너와 함께 기다린다
이미 지나간
너를 기다린다
56번 버스가 지나가고
59번 버스도 지나갔다
66번 버스도 지나간다
기다린다 
네가 올 때까지
와서 지나칠 때까지
너를 기다린다
너를 만날 때까지
너를 만나고도 기다린다
너에게 눈이 멀어
나는 나조차도 지나쳐버렸다
너를 보내려 나는
기다린다
이 세상 끝날 때까지
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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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게 저은 다음 5분 동안 놓아둔다
아직은 아니다

다시 세게 저은 다음 5분 동안 놓아둔다
무엇을 젓는가는 묻지 말고
세게 휘저은 다음 딱 5분 동안
왜 5분인가는 묻지 말고
세게 거세게 휘저은 다음
아니 5분 동안 젓는 게 아니라
그냥 휘저은 다음 놓아둔다
그냥 내버려둔다고 
그게 다냐고 묻지는 말고
그리고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는가는 묻지 말고
언제까지 기다리느냐고도 묻지 말고
세게 저은 다음 놓아둔 다음에
기다리고 기다린 다음에
퇴장한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5분간 기다린다거나 그러지 말고
그냥 퇴장한다
아무것도 휘젓지 않고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았다면
이제 완성되었다
세게 저은 다음 5분간 기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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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9-09-0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다시 읽었네요.
무엇을 저었는지 묻지 말라고 했지만
혹시나 싶어서
나도
머리를, 마음을, 시간을, 그 중 뭐라도
세게 저은 다음 5분간 기다리면
시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봤네요.

로쟈 2019-09-03 14:17   좋아요 0 | URL
첫문장이 책에 나오는 비문학 예시문이에요. 시가 되기 어려운.

two0sun 2019-09-03 14:52   좋아요 0 | URL
어제 강의 듣고 저 책 주문했는데~
책 오면 잘? 읽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