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의 제목이 그렇다. 창비의 새 강연 시리즈 ‘나의 대학사용법‘. 교육평론가 이범의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와 정신과의사 하지현의 <불안 위에서 서핑하기>가 첫 두권인데 예고된 목록이 더 있는 건 아니어서 몇권 더 기획되어 있는지, 아니면 이게 다인지 알 수 없다. 반응을 보아서? 문제의식은 이렇다.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대학 고민, 취업 고민에 밤잠 설치는 청춘들을 위해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전략과 대안을 전하는 ‘나의 대학 사용법’ 시리즈. 2017년 한 차례 강연을 통해 전한 이야기들을 대폭 다듬고 보강해 책으로 엮었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가감 없이 비판해 온 교육 평론가 이범은 <나의 직업 우리의 미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취업과 노동 시장으로 관심의 폭을 넓혔다. 최근 노동 시장이 보내는 두 가지 신호, 즉 ‘탈스펙’과 ‘양극화’를 분석하면서 이에 적절한 대처 방법을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각각 모색한다.˝

이 시리즈의 일차적인 독자는 대학진학을 앞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겠다. 그리고 그런 자녀를 둔 학부모. 남북관계도 그렇지만 교육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과 시대의 요구도 생물처럼 변화해간다. 관성적인 교육관과 교육방식이 새로운 요구에 맞춰 갱신되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대학과 대학교육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를 수용하고 그에 대응하기에는 덩치가 너무 큰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대학이라는 공룡이 변화할 수 있을까. 어렵거나 지체될 수밖에 없다면 대학사용법이라도 변화를 모색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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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전집 일차분 세권이 나온다. 전집 전체의 규모와 완간 일정은 모르겠으나 철학출판의 한 획을 그을 만한 사건이다. 이제까지 철학전집은 니체전집(책세상) 정도가 거의 유일하고 플라톤전집(이제이북스)이 계속 간행중인 상태다.

전집은 아니라도 3대비판서를 포함해 칸트의 주요 저작은 번역돼 있다. 1세대 학자로 최재희 판이 있었다면 현재는 2세대 학자 백종현 판으로 대부분 물갈이된 상태다. 이번 한길사판은 한국칸트학회판 공동번역본인데 백종현 판과 어떤 차이를 갖는지, 어떤 차별적 의의가 있는지는 실물을 봐야 알겠다.

일반적으로 철학전집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의의를 가질 수 있다. 전공자가 학술논문에서 원전을 대신하여 인용할 수 있는가(최소한 번역문을 갖다쓸 수 있는가). 그리고 일반독자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요건을 만족시킨다면 최상의 번역본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한데 일반적인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가령 <니체, 철학적 정치를 말하다>(책세상)에서 니체전집 편집위원이기도 했던 백승영 교수는 한국어판 전집에서 단 한줄도 인용하지 않는다. 번역판은 전공자가 읽을 책은 아니라는 판단을 읽을 수 있다(그런 것이 소위 전공자들의 일반적인 태도인지). 이런 경우 번역본 전집이 갖는 의의는 반감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전공자들만 읽는 전집도 반쪽 전집이기에.

이번에 나오는 칸트전집이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가라타니 고진의 책에서 인용되고 있는, 하지만 한국어판으로는 읽을 수 없던 일부 칸트 저작을 전집을 통해서 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는다. 주요 저작 이외의 목록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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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1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께서 보시고 일반독자가 넘볼수 있는 책인지아닌지
가늠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인생 아니 독서를 날로 먹겠다는 심보?
그래도 읽는건 나의 몫ㅎㅎ

로쟈 2018-05-21 22:19   좋아요 0 | URL
네, 책은 내달에 나오니 아직 여유는 있네요.~
 

‘이중톈 중국사‘가 드디어 삼국시대에 이르렀다. 삼국지의 세계다. 이미 두 권의 <삼국지 강의>도 펴낸 바 있기에 물을 만난 물고기의 형국 아닐까. 분량을 압축하느라 오히려 고심했을 듯싶지만 한편으로 그는 삼국시대가 역사상 별로 중요한 시대가 아니었다고 일갈한다.

˝이중톈은 “삼국은 중국사 전체에서 진나라의 천하통일이나 춘추전국시대의 백가쟁명에 비하면 중요성이 형편없이 떨어지는 사건들로 점철된 시기”였다고 한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바 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사람이 접하는 삼국 역사가 대부분 픽션인 <삼국연의>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관중이 쓰고 이후 청나라 모성산, 모종강 부자가 여러모로 수정을 가한 <삼국연의>는 삼국을 충의와 간사함의 투쟁사로 오도하고 계책, 음해, 술수, 모략을 당시 인물들의 보편적인 형태로 덧씌웠다고 이야기한다.˝

요컨대 삼국시대에 제몫을 찾아주려는 게 저자의 의도다. 중국어권 교양역사서의 저자로 이중톈만한 이가 더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중톈을 읽는 것만으로 일정이 만만찮다. 중국사도 이제 열권을 넘어서게 되니 한데 모아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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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철학 베스트셀러 저자라는 리하르트 다비드 프레히트의 신간이 나왔다. <세상을 알라>(열린책들). 철학사 3부작의 첫권으로 고대와 중세철학을 다룬다. 그럼 근대와 현대철학이 각각 2, 3권이 되는 듯싶다. 철학사야 많이 나와 있지만 독일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철학사 혹은 철학책은 어떤 것일까 궁금한 독자들이 읽어볼 만하다.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 다비트 프레히트의 야심 찬 철학사 3부작의 제1권.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철학 분야 1위. 현대 독일 철학의 아이콘,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야심작. 철학 서적 역사상 전례 없는 280만부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나는 누구인가?>를 잇는 철학의 역사 3부작. 1권에서는 서양 철학의 태동기라 할 수 있는 고대 로마 시대로부터 시작해 신의 위세에 눌려 ‘철학의 암흑기‘ 혹은 ‘신학의 시녀‘라고 불렸던 중세 시대 철학에 이르기까지 철학의 초기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진만 보고는 젊은 작가인 줄 알았는데(아마 데뷔시절인 듯) 50대 중반이다. 어떤 책을 내더라도 놀랍지 않은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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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하게도 제목이 그냥 원어 그대로다. 멀리사 모어의 <Holy Shit>(글항아리). ‘욕설, 악담, 상소리가 만들어낸 세계‘가 부제인데 그렇게 나열한 단어들은 ‘holy shit‘의 번역이면서 원서 부제(A Brief History of Swearing )의 ‘swearing‘의 번역이다. 한 단어로 번역이 안 돼 나열한 것인데 더 풀자면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하는 말, 불경한 말, 상스러운 말, 음탕한 말, 더러운 말, 저주하는 말, 모욕하는 말˝의 역사를 다룬 책. 짧게 간추렸다고는 해도 3000년의 역사다.

˝고대 로마와 성서의 시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어라는 언어의 신성하고도 불경한 역사를 들춰내면서 ‘불경한 말’과 ‘천박하고 외설한 말’이라는 두 영역을 지적이고도 흥미롭게 탐색한다. 상소리가 수세기에 걸쳐 변화해온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가 하면, 변화의 원인이 된 문화적 관심사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인간의 가장 깊숙한 감정을 고급하게든 저급하게든 낱낱이 표현했던 단어들을 살펴봄으로써 성스러움과 상스러움이 그야말로 한 끗 차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다.˝

흥미로운 착상과 작업의 결과물로 여겨져 바로 구입했는데 분량이 좀 되는지라 언제 다 읽어볼는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베이벌매거진의 추천사는 이렇군.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할 거냐고? 씨발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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