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 나가지 않아서 날씨가 어떤지도 모르겠지만 방에서 느끼기엔 여전히 겨울이다. 방바닥이 차서 양말을 신고 오전에 덥석 집어든 파리 리뷰 인터뷰집 <작가란 무엇인가>에서 수전 손택 인터뷰를 좀더 보다가 책상 가까이에 있는 은은한 표지에 눈길이 갔다. 고형렬 시인의 '연어 이야기', <은빛 물고기>(최측의농간, 2016)다.

 

 

통상 '연어 이야기'라면 안도현 시인의 <연어>를 떠올리게 되지만, 고형렬 시인의 연어 이야기도 숨어 있었다, 는 걸 알았다. 최측의농간판으로('최측의농간'이란 출판사명의 뜻은 오리무중이다) 나온 게 세번째다. 알라딘에서도 아직 표지를 구경할 수 있는데, 1999년에 한울판으로 처음 나왔고, 2003년에는 바다출판사판으로 나왔다 절판된 것이 이번에 다시 나왔다.  

"우리에게 장자의 시인으로 잘 알려진 고형렬 시인은 장장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연어에 관한 이 장엄한 기록을 완성했다. 그는 느린 호흡으로 연어의 삶을 추적하여 연어의 삶의 과정을 밀도 높게 탐구했지만 그것에만 그치지는 않았다. 그는 단순한 탐구를 넘어 연어와 연어의 일생과 연어의 일생을 가능케 하는 자연, 그 자연에 보시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연어의 최후, 그 모든 스스로 그러함의 고리가 얼마나 잔혹하면서도 숭고한지 기록하였고 그의 기록은 오랜 시간 동안 깎이고 스러지다 살려지는 과정을 통해 높은 수준의 경지에 도달하여 우리 곁에 도착했다."

이 '도착'에 대해서 작가 김훈이 붙인 추천사는 이렇다.  

"저절로 되어지는 것들은 무섭다. 한줄기 조국 하천의 모성은 태평양을 건너간 내 자식들을 기어이 불러들여서 그 물냄새 속에서 죽고 또 태어나게 한다. 연어들은 그 하천의 모성에 투항하고 귀순한다. 과학의 지식을 녹여내고 또 넘어서서, 운명에 투항함으로써 운명을 완성하는 업業의 두려움과 아름다움, 그 허무와 환희를 말할 때 고형렬의 글은 비통한 아름다움에 도달한다."

 

'연어 이야기'의 원조라면 아무래도 안도현 시인이라고 해야겠다. 기록적인 베스트셀러 <연어>(문학동네, 1996)가 먼저 나왔으니까. 지금은 <연어 이야기>(문학동네, 2010)까지 더 얹어서 한국문학전집에도 안도현의 동화로 포함되었다. <연어, 연어 이야기>(문학동네, 2014). 이러다 안도현 시인은 시인보다 <연어>의 작가로 기억되는 게 아닌가 싶다.

 

안도현의 연어 이야기가 동화라면 고형렬의 연어 이야기는 에세이다. 장르상의 차이가 독자들의 반응과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연어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책이다 싶어서 같이 묶는다. 나는 다시 손택의 인터뷰로 넘어가야겠다...

 

16. 0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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