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을 먹은 김에 잠시 여유를 부려 '이주의 발견'을 적는다(너무 일찍 발견한 건가?).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물리학 교수 프랭크 클로우스의 <반물질>(도서출판 Mid, 2013)이 발견된 책이다. 부제가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 이야기'. 덩달아 책값까지 비싼 건 아니어서 다행이다. 분량도 두껍지 않고.

 

 

 

소개는 간단하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이자, 단 1그램만 있어도 도시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릴 폭탄의 재료로 알려진 반물질에 대한 흔한 오해와 몰이해를 차근차근 깨우쳐주며, 그를 통해 우주의 놀라운 신비를 깨닫게 해 주는 책이다."

 

이 정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면(나는 원서까지 장바구니에 넣었지만) 과학 저널리스트인 역자의 에세이도 참고해볼 만하다.

 

 

<프리미어>라는 잡지에서 여배우 카메론 디아즈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자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디아즈에게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라고 말했다. 디아즈의 대답은 이랬다. “글쎄요, E = mc2이 도대체 무슨 뜻이죠?” 그리고는 둘 다 웃음을 터뜨렸다. 디아즈는 “농담이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 데이비드 보더니스, <E = mc2>에서

 



1998년 작품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로 백치미의 진수를 보여준 여배우 카메론 디아즈가 진심으로 E = mc2의 의미를 알고 싶어 했다는 위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약간 감동했다. 결코 과학에 관심을 가질 것 같지 않은 사람도 사실은 내심 과학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아무튼 그 뒤 디아즈의 얘기가 나오면 이 에피소드가 마치 그 장면을 본 것처럼 떠올라 미소를 짓게 된다. 

그런데 얼마 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분들과 점심을 하고 있었는데 잠시 대화가 끊긴 사이 한 분이 말을 꺼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물질 얘기 들으셨어요?”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은데요….”
“2등이 다이아몬드던데(사실은 3등) 1등은 반물질이더라고요.”
“예.”
“그런데 반물질이 뭐예요?”
“예?”
과학기자를 만났으니 궁금증이 해결되겠거니 하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대답을 기다리는 모습에 정신을 수습하고 설명을 하려다 보니 어디서부터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반물질이라는 게 복잡한 개념이라 사실 저도 본질적으로는 이해하지 못합니다만….”
두서없이 말하다보니 빅뱅 얘기도 나오고 지금 우주가 물질로만 이뤄진 게 미스터리란 얘기도 나왔지만 질문한 분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쳤다.
“어려운 얘기네요. 그런데….”
옆에서 듣던 분이 다시 식품 쪽으로 대화를 돌렸다.
사무실로 돌아오면서 이 순간을 생각하던 필자는 문득 앞에 소개한 디아즈의 에피소드가 떠올랐던 것이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검색해 읽어보니 외신을 소개한 건데 반물질은 1그램에 7경 원(62조 5,000억 달러)으로 2위인 캘리포늄의 307억 원보다 200만 배 이상 더 비싸다. 다이아몬드는 3위로 1그램에 ‘불과’ 6,200만 원.
그런데 기사들은 하나같이 반물질이 “우주선 연료나 미래의 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며 “반물질 1그램이면 한 나라를 날려버릴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온다”고 소개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1그램에 7경원이라고 하면, 자세가 좀 달라지지 않을까. 물론 저자가 안내하는 소립자 물리학의 세계는 다소의 멀미를 유발할 수 있지만, '세계에서 가장 비싼 물질' 이야기를 들으려면 그 정도는 감수할 만하다. 우주가 물질로만 이루어진 건 아니라는 애기에도 너무 기겁하지 말고...

 

13.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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