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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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평을 통해 알고 싶은 것은 오로지 그 책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관한 정보이다. ◎ ○ △ X 등의 기호로 등급을 표시하는 것으로써 서평을 대신한다면 그보다 좋은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까지 생각한 적이 있다. 책에 대한 평가는 읽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로 나타나는 것이 당연하다. 책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당연히 읽는 사람 스스로에게 맡기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다. 

 

서평을 하는 사람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참고 의견을 제시하는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독자는 보통 책을 사기 전에 ① 서점의 앞쪽 판매대에서 책을 펼쳐 든다, ② 책을 대충 보며 책의 가치를 가늠해 본다, ③ 주머니 사정을 살펴본다 등의 단계를 보여 준다. 서평을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역할은 ①의 '서점의 앞쪽 판매대에서 책을 펼쳐 들게 되는 계기'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는 ②와 ③에 대해 서평을 보조적인 참고 의견으로 보는 데 그쳐야지 너무 의존하지 않는 것이 좋다. (211~212p.)

 

그 책을 직접 볼 기회만 있었다면 분명 샀을 사람과 만나 볼 여유조차 얻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책이 너무 많다. 적어도 이처럼 책이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것이 서평이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책을 깎아 내리는 일은 되도록 하지 않고(이렇게 말하면서도 책을 깎아 내린 일이 몇 번이나 있지만), 단지 그 책을 한번 펼쳐 보고 싶은 적절하면서 매력적인 인용을 활용하는 것이므로, 적절히 인용할 곳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213p.)

 

정보의 중심은 그 책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 읽을 가치가 있다면 어떤 점에서 가치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나는 그것을 가능한 한 요약과 인용을 통해 책 자체로 말하는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개인적인 비평적 코멘트(다른 사람의 서평에서 내가 쓸데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는 될 수 있는 한 비중을 줄이고 있다. 따라서 나는 서평을 쓸 때 글을 써 내려가는 것의 몇 배나 되는 노력을, 소개하려는 책을 고르고 요약하고 인용하는 과정에 쏟아 부었다.

 

이렇게 글을 쓰는 목표는 책을 읽는 사람에게 그 책을 읽고 싶다는 기분이 들게 하여, 서점의 판매대에서 그 책을 발견하였을 때 펼쳐 보도록 하는 데 있다. 또한 그 책을 사야겠다는 기분까지는 들게 하지 못하더라도 그 책이 어떤 책인가를 알려 주어, 그 안에 실려 있는 정보를 통해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작은 지식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고,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도 지적 우주를 확대해 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책을 읽는 즐거움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오호라' 하며 마음속에서 놀라움과 탄성을 지를 수 있게 하는 한 구절을 만났을 때의 기쁨이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 서평에는 그런 작은 탄성이 몇 백 권 분량 이상으로 담겨 있으며, 정보량도 상당히 많은 편이라고 자부한다.(216~217p.)

 

 

최근에 서평이벤트 응모에 재미를 붙여서 정신없이 읽고 서평 쓸 책이 쌓여가고 있다. 시간에 쫓기게 된 이유다. 시간에 쫓기는게 기분 좋을 리는 없지만 좋은 점도 있는데 그건 책을 읽는 것도 읽는 거지만 읽은 책에 대해서 뭔가를 써낸다는 사실이다. 그 '뭔가'가 비록 책에서 어떤 부분을 골라 옮겨 적는 것에 불과하다 해도 상관없다. 실제로 책을 읽고 어떤 부분을 옮겨 적는 그 과정에서 이미 나는 읽는 것에 버금가는 즐거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옮겨 적는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책을 다 옮겨적는 것은 아니므로, 읽으면서 감동을 느끼거나 새롭게 느낀 부분을 옮겨 적다보면 감동은 배가 되고 새로운 것을 알아는 즐거움은 더욱 확실해진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읽으며 작가가 정말 개성이 강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개성이 강한 사람을 좋아한다. 그 개성이 나와 맞지 않을 때라도 어떤 사람이 자신의 개성을 오랫동안 지켜가는 것을 알게되면 기분이 좋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읽으며 처음 만난 다치바나 다카시. 알고보니 꽤 유명한 사람이다. 일본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다치바나 다카시는 책 좀 본다는 사람들 사이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사람인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다가 반쯤 읽고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을 할 정도로 한 눈에 반하고 말았다. 주문한 책이 내일 도착할 예정이므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이제 그만 덮어두기로 한다. 내일이면 내 책을 받아 마음껏 밑줄 치고 메모해가며 읽을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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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1-06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벤트로 받는 책도 나쁘지 않지만,
서평 쓰기를 하라고 보내 주는 책을
받는 데에 자꾸 길들여지면
서평 글이 늘 똑같아질 수 있어요.

'뭔가'를 쓰게 될 수 있다 해도
자칫
나 아닌 내 글이 되거든요.

그래도 즐거이 이런저런 이야기 펼쳐 보셔요~

잘잘라 2012-01-06 14:41   좋아요 0 | URL
명심!하겠습니다^^

책 도착하면 즐겁고 읽으면 즐겁고 리뷰 쓰면 즐겁고,
또 이렇게 댓글 받으면 즐겁지요^^

차트랑 2012-01-06 0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터넷으로 도서를 검색하고 구입할 수 있게되면서
상당수의 책을 온라인으로 주문하여 읽어왔습니다.
주문한 책의 상당수가 또한 잘못 선택한 도서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되더라구요.
좋은 리뷰가 절실한 순간인 것이죠 ㅠ.ㅠ
물론 책마다 모두 그만한 가치를 가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문제는 제스스로가 원하던 내용을 담고있는 책이냐인 것이었죠.
원하던 책이 아닐 때 실망을 좀 하게되는데요
이는 순전히 저의 책임인 것이죠.

정답은 위에서 지적해주신대로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바로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재밋게 읽는 그 뿌듯함"이 정답입니다 ㅠ.ㅠ
좋은 글입니다 메리포핀스님~

잘잘라 2012-01-06 14:44   좋아요 0 | URL
차트랑공님은 무엇을 물어봐도 항상 정답을 알려주실것만 같아요.
든든합니다. 차트랑공님^^

숲노래 2012-01-06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안 식구들이랑 다 같이 도서관 나들이 자주 즐겨 보셔요~
저희 시골집 가까이엔 도서관도 없지만,
그냥 시골길을 같이 걷기만 하지만.... ^^;;;

잘잘라 2012-01-07 16:10   좋아요 0 | URL
함께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입니다^^

차트랑 2012-01-0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은 메리포핀스님께서 내주신 거랍니다 ㅠ.ㅠ

잘잘라 2012-01-07 16:11   좋아요 0 | URL
^^

수수꽃다리 2012-01-06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경우, 참 재미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 지금 띄엄띄엄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그 책에서 지금 메리포핀스님께서 읽고 리뷰한 책을 소개하고 있답니다. 그러게요, 다치바나 다카시는 그렇게 유명한 다큐멘터리 작가라네요. 저는 처음 듣는 이름인데..쩝.
올해도 멋진 글, 맛있는 글 읽을 수 있겠지요? 타인의 서재에 가긴 해도 글을 남기는 일이 아직도 어색해서, 혼자서 약간 얼굴을 붉히고 있습니다.^^

잘잘라 2012-01-07 16:21   좋아요 0 | URL
수수꽃다리님^^
'혼자서 약간 얼굴을 붉히고 있'는 모습이 저 화사한 프로필 사진 꽃처럼 아름다워요. 유난히 꽃 닮은 이웃들이 많은 알라딘 서재, 올해도 서재 생활을 많이 기대하게 해주시네요.

저도 다치바나 다카시라는 사람은 이 책으로 처음 알았어요. 책을 읽어보면 공감 되는 부분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아요.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 무엇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는게 좋았어요. 저는^^

쉽싸리 2012-01-06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 서재가 고양이 빌딩이라죠. 고양이 그림이 건물전면에 있는, 삼,사층짜리 건물이 통째 서재라고 하더군요.어딘가에 사진도 있을거에요. 그런기반위에서하는 글쓰기란!
새해 좋은일 많이 생기시길!

잘잘라 2012-01-07 16:24   좋아요 0 | URL
쉽싸리님^^

이 책에 고양이 빌딩 이야기 나와요. 사진이랑 층별 일러스트두 나오구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건물이 동네에 있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솔직히 그 안에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긴 합니다만^^;;;

cyrus 2012-01-0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등학생 때 이 책을 여러번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저자가 다독가라는 점이 매력적이었고
특히 저가가 살았던 고양이 빌딩이 무척 매력적이었거든요. 한 때 저도 고양이 빌딩 같은
건물을 가진게 꿈이었어요 ^^

잘잘라 2012-01-07 16:25   좋아요 0 | URL
음~ 한 때! 그럼 지금은 아니란 말씀이군요.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