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책의 이미지를 보는 것과 실제 모습을 보고 촉감을 느껴 보는 것은 티비에서만 보던 연예인을 실물로 보는 것과 비슷하다. 어떤 책/사람은 그냥 똑 같고, 어떤 책/사람은 실물이 훨씬 나으며, 어떤 책/사람은 화면발이다. 그렇기 때문에, 맘에 드는 표지의 책을 찾는 것은 '서점에 가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주 월요일 하겠다던 표지 이야기가 하루 늦어진 이유에 대한 변명이다.
첫번째 표지 이야기는 11월의 표지였다.
그 외에 이 카테고리에 지난 주 올라왔던 이야기들은 디자인책장①, 모방,영향, 그리고 우연? 이었다.
이번주에는 12월 첫째주의 표지와 인테리어로서의 책, 책띠 or not 등에 대해 포스팅할 예정이다.
따끈따끈하게 신간 표지들을 손과 눈과 마음에 담고 왔으니, 이제 12월 첫째주의 표지로 돌아와서 내맘대로 이주의 최고의 표지와 최악의 표지를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12월 첫째주 최고의 표지



‘교토의 천재’ ‘21세기 일본의 새로운 재능’ ‘최강의 천재이자 변태 소설가’ 등의 수식어로를 가진 모리미 도미히코의 데뷔작.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가 먼저 소개되었었다.


쭉 관심 가던 작가였는데, 데뷔작부터 챙겨보게 된 것은 표지 덕분이다.
위의 두 표지로는 잘 알지 못하는 작가의 책을 살 마음이 안 들었으나, 이번 표지는 충분히 구매욕을 일으킨다.
나는 '일러스트 표지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트랜드를 쫓아가는 일러스트 표지를 싫어하는 것!이다.
역자 후기에 나오는 한마디로 말하는 이 책은 '인기 없고 별 볼일 없는 대학생의 한심한 일상을 고풍스러운 문체와 시니컬한 유머로 엮어 낸 '자학청춘소설'쯤이라 할 수 있겠다.' 인데, 내용과 상관없이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드는 표지다.
실물도 이미지처럼 상콤하다.


아멜리 노통브라는 작가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오랜만에 관심가는 책이다.
작가 자신의 첫사랑이 깃든 일본을 소재로 쓴 작품이다. 스무 살 일본인 청년 린리와 나눈 첫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며, 프랑스적인 사랑의 감정과 다른, 철저히 규범화되어 있는 일본 사회의 연애 코드들을 해부한다. (...) 그는 보석세공학원 원장의 아들로 이국적인 것에 끌리는 정중하고 소심한 청년이다. 하코네 뱃놀이, 별난 저녁식사, 히로시마 요리 여행, 후지산 등반, 콘크리트 성 칩거를 거치는 동안, 상대방의 문화에 호기심을 느끼는 린리와 아멜리 사이에 묘한 마법이 일어나는데…
알라딘 책소개中
제목에서는 예상할 수 없으나, 표지를 보고 예상할 수 있는 일본소재의 작품이다. 표지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연결되는 뒷표지도 예쁘다. 제목 아래의 쥐뜯어 먹은듯한 무늬가 거슬렸는데, 실물을 보니, 그럭저럭 잘 어울린다.
저자의 이름이 들어간 방식도 맘에 들고, 그림과 어울리는 제목의 켈리그라피도 맘에 든다. 뒷면의 책소개가 그림에 안 나오고 위로 나와 좋다. 책소개..까지는 몰라도, 책선전이 주로 들어가기 마련인 뒷면(띠지로는 부족하냐!!)은 맘에 안 드는 부분중 하나인데, 그것이 극에 달한 것이 바로 오멜라스에서 나온 <시리우스>양장본이였다. 띠지에나 나올법한 문구가 정성들여 책에 박혀 있는 모습을 보니, 어찌나 안타깝던지.. 진심으로 글씨를 파버리고 싶었다. 이 책의 앞면이 꽤 훌륭하기에, 선전문구가 '박.힌' 뒷면이 더 안습 . 무튼, 그것이 책뒷면에 대한 가장 큰 충격이었는데, 이 책의 정돈된 책뒷면은 꽤나 맘에 든다.
한주동안이라고 하지만, 예쁜 표지들이 많았는데, 이 책이 올라오고, 다른 멋진 표지들이 떨어진 것은
이왕이면 원서와 다른 표지.. 를 찾기 때문인데, 이 책의 원서가 참.. 거 참..

아멜리씨, 표지에 얼굴 박는것좀 이제 그만하면 안되나요? 아멜리에게 자신의 얼굴은? 이라고 진심으로 물어보고 싶다.
엄청 싫어하는 표지인 <다크>나 <레아> <아름다운 흉기>도 이 책에 비하면 약과다.
내가 이탈리아 표지 다음으로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 표지가 왜.. 어쩌다.

관시리즈의 아야츠지 유키토의 <키리고에 저택 살인사건> 이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필력이 절정에 이르던 때의 작품이라고 하고, 저자의 이름이나 내용이나 양으로도 충분히 기대되는 작품인데, 표지까지 간지폭발이다. 아야츠지 유키토의 책에 '거의' 등장하지 않으면서 모든 시리즈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름이 나오는 나카무라 세이지라는 괴건축가와 그가 만든 '관'들. 이 작가의 책에서 이런저런 '관'들이(암흑관, 미로관, 인형관, 십각관, 시계관, 등) 책에 나오는 범인, 희생자, 탐정 못지 않게 주인공격으로 중요하다.
관시리즈는 아니지만, 제목에서부터 집, 여기서는 '저택'의 중요성.을 예상할 수 있다. 표지가 그것을 잘 나타내주어 맘에 쏙 든다. 괴이한 저택과 그 저택을 감싸고 있는 으시시한 분위기. 호수에 비추인 저 검은 악령스러운 그림자를 보라지!
원서의 표지와 같거나 비슷하거나 원서표지보다 못해서 빠진 책들은 <추의 역사>, <클루지>,<조지아 오키프..>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추의 역사>와 <미의 역사> 표지는 아마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 중 손꼽히게 고급스러운 느낌의 세련된 표지일 것이다. 원서와 꼭 같다.
<클루지>의 표지는 예쁘다. 원서와는 조금 다르다. 잡동사니로 만들어 놓은 중앙의 그림은 우리나라 책은 엠보로 빠딱빠딱 빛난다. 더 복잡하고 강렬하며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원서는 표지에 녹아든 느낌이다. 번역본의 원제와 우리나라 제목이 쓰인 방식은 깔끔하고, 맘에 든다. 원제의 부분을 과감하게 가렸다. 이 책은 책등또한 복잡하니 독특하다. 그렇다고 번역본의 표지가 원서보다 나은가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인간의 마음이 ‘클루지(kluge)’, 곧 서툴게 짜 맞춰진 기구라고 주장한다. 생존 때문에 최선의 선택을 방해받는 진화의 법칙, 즉 진화의 관성 때문에 우리들의 마음과 세계는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라는 것이 클루지인데, 제목의 의미와 더 잘어울려 보이는 것이 원서 표지이다. 번역본 표지도 무지하게 예쁜 것도 사실
조지아 오키프의 평전은 정말 멋진 책이다.
번역본의 표지, 황홀하다. 오른쪽 원서의 표지, 제목의 폰트가 촌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본의 손을 들어주지 못하겠는 것은, 왼쪽 사진은 너무 화집같은 느낌을 풍기기 때문이다.
안에 사진과 조지아 오키프의 그림들이 있는건 사실이지만, 그것보다는 글이 위주이기에, 너무 화집같은 느낌보다는(실재로 조지아 오키프의 화집은 저런 표지를 많이 사용한다.)
오른쪽처럼 그림도 나오고 여사도 나오는 것이 전기의 의미를 더 잘 드러내지 않을까싶다.


12월 첫째주 최악의 표지



홍준표의 <합창 지휘자를 위하여> 강마에.. 덕분에, 지휘에 대한 신간들이 몇권 눈에 띈다.
이 책의 표지는... 솔직히 말해도 될까? 징그럽다. 손이 왜 저래? 외계인 지휘자인게냐; 손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밸런스하며 의미없는 손그림들 하며( 그 중에 하나는 징그럽기까지;;) 디자인을 못하겠거든, 그냥 심플하게.. 만들면 안되겠니?
토마스 쿡의 <밤의 기억들>
손을 빨간 벨벳 천으로 뒤로 묶은 것 까지는 오케이. 길게 늘어진 빨간줄은 그야말로 의미불명이다. 주변의 누가 저 비슷하게 하고 있다면, 기겁하고, '밑에 짤러' 라고 소리칠 정도로 괴상하다.

원서의 표지들이 '의외로' 멋져서 더욱 안습인 번역본 표지. 저 빨간 늘어진 천.. 정말 의미불명이다.
<클럽 오아시스>
독일 작가 벤야민 폰 슈투크라트 바레가 록밴드 오아시스의 명곡 28선을 소설로 변주한 책. 각 장의 제목은 오아시스의 곡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설 곳곳에 등장하는 오아시스의 노래들은 팩스 한 장으로 버림 받은 실연남 주인공의 상황을 대변한다으아.. 정말 홀딱 깨는 표지다. '개도 안 물어가는 B급 싱글남' 이라고 표지에 써 있다. 원제는 soloalbum인데, 클럽 오아시스라고 싸구려틱하게 제목 바꾼 걸로 모자라서(여기까지는 어째어째 봐준다고 하더라도) OASIS를 피라미드로 구퉁이에 쌓아놓은 센스하며, 폰트와 글씨들의 그림자효과와 위치와 표지 전체의 끔찍한 색감과 뒤에 어렴풋한 그림은 사람 발?? 정말이지 <마리아 불임클리닉..>이후 최고로 충격적인 표지다. C급 표지. 오아시스의 팬이라면, 사보고 싶을법도 한 책인데, 표지가 정말이지 눈을 썩게 만든다. 원서 표지가 괜찮아서 더욱 비교된다.
벤야민 폰 슈투크라트 바레 지못미, 오아시스 지못미,

일러스트 표지 다음으로 싫어하는게 영화표지인데, 차라리 영화표지가 백배쯤 낫다고 생각되기는 처음이다.